[기획] 납기·에너지·작업자 부담을 한 장에…‘사람 중심’ 공장 일정표의 조건

박민성 기자 · 입력 2026.10.19 06:42
다섯 목표를 함께 계산하고 선택 이유까지 설명…모의 수용까지 수정 2.79회서 1.42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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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일정표를 택배 배차표라고 생각해 보자. 제시간에 물건을 많이 보내는 것만 따지면 가장 빠른 배차가 답처럼 보인다. 하지만 연료 사용량과 차량별 업무 편차, 운전자의 신체 부담까지 함께 계산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장 빠른 선택이 가장 안전하거나 에너지 효율적인 선택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Burak Gülmez는 이런 충돌을 공장 생산일정에 적용한 연구를 제안했다. 여러 주문의 공정을 기계와 작업자에게 나누면서 전체 작업 완료시간, 총 납기 지연시간, 기계별 작업량 불균형, 누적 인간공학적 위험, 에너지 소비량 등 다섯 목표를 동시에 줄이는 계산 모형이다. 여기서 흔히 ‘피로’나 ‘작업부담’이라고 풀어 말할 수 있는 대상은 실제 피로 측정값이 아니라 수학적으로 정의한 누적 인간공학적 위험이다.

연구에서는 일정의 품질을 설명하는 기능을 붙였을 때 모의 사용자가 일정안을 수용하기까지 필요한 수정이 평균 2.79회에서 1.42회로 줄었다. 세 번 가까이 다시 짜던 일정표를 한두 번 고쳐 받아들인 셈이다. 다만 이 결과의 사용자는 실제 작업자나 생산관리자가 아니며, 만족도와 피드백 모두 컴퓨터로 흉내 낸 값이다.

서로 충돌하는 다섯 목표, 정답 대신 절충안을 찾다

작업장 일정계획(Job-Shop Scheduling Problem·JSSP)은 여러 작업을 어떤 순서로 어느 기계에서 처리할지 정하는 문제다. 고전적인 형태만으로도 계산 난도가 높은 조합최적화 문제인데, 이번 모형에는 작업 순서뿐 아니라 기계와 작업자 배정, 작업자의 기술 적합성, 공정의 선후관계까지 들어갔다.

자동차를 고를 때 가격·연비·안전·속도·승차감을 모두 비교하면 모든 항목에서 1등인 차를 찾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생산을 빨리 끝내려 기계를 몰아 쓰면 부하 균형이나 에너지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고, 납기를 지키는 배치가 작업자의 인간공학적 위험을 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알고리즘은 하나의 절대적인 정답보다 어느 목표를 개선하면 다른 목표가 나빠지는 절충안들을 제시한다. 이를 파레토 해 집합, 즉 어느 한쪽을 더 좋게 만들려면 다른 쪽의 양보가 필요한 후보들의 묶음이라고 부른다.

연구는 10작업×5기계부터 50작업×15기계까지의 벤치마크 기반 24개 인스턴스를 사용했다. 이는 실제 공장 24곳에서 실증했다는 뜻이 아니다. 확률적으로 답을 탐색하는 알고리즘의 평가도 조건별 3개 무작위 시드로 반복돼 변동성을 폭넓게 살피기에는 제한이 있다.

알고리즘의 ‘압승’보다 문제에 맞는 선택법을 비교

비교한 방식은 우열관계 기반 NSGA-II, 기준점 기반 NSGA-III, 초부피 지표 기반 SMS-EMOA였다. 초부피 또는 hypervolume은 여러 목표를 함께 고려해 얻은 해집합이 얼마나 넓고 좋은 영역을 차지하는지 평가하는 값으로, 이 연구에서는 높을수록 좋은 결과를 뜻한다.

평균 정규화 5차원 hypervolume은 NSGA-II가 0.585, NSGA-III가 0.588이었다. 완료시간·부하균형·인간공학적 위험·에너지에서는 두 방식 사이에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보고되지 않았다. Holm 보정값은 p=0.397이었다. SMS-EMOA는 0.526으로 해당 실험조건에서 앞선 두 방식보다 낮았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이 알고리즘 계열의 보편적인 열세로 확대하지 않았다. 5차원 hypervolume의 정확한 계산이 어려워 근사 선택을 사용한 조건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의 핵심은 새 알고리즘 하나가 기존 방식을 모두 이겼다는 데 있지 않다. 다섯 목표가 얽힌 문제에서 어떤 선택 방식이 잘 작동하는지를 분석한 ‘문제 유형 연구’에 가깝다. 특히 에너지 소비와 전체 완료시간은 상관계수 r=0.84로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두 값이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뜻일 뿐, 완료시간이 에너지 소비를 직접 일으킨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설명한 것은 원 알고리즘이 아니라 ‘일정 품질의 모형’

연구가 붙인 설명 기능에도 구분이 필요하다. 복잡한 진화최적화 알고리즘의 내부 판단을 직접 열어 보인 것이 아니다. 먼저 생성된 일정의 품질을 예측하는 랜덤포리스트 대리모형을 만들고, Tree-SHAP과 LIME으로 이 대리모형의 예측에 어떤 변수가 기여했는지 설명했다. 대리모형은 복잡한 계산 결과를 대신 흉내 내는 비교적 다루기 쉬운 모형이다.

대리모형의 적합도는 R² 약 0.996이었다. 연구 데이터에서 계산된 일정 품질을 거의 그대로 모사했다는 의미다. 설명이 99.6% 정확하다거나 실제 공장 성과를 99.6% 맞힌다는 뜻은 아니다. 공개 초록이 제시한 주요 설명 변수는 납기 여유의 촉박함, 처리시간, 기계 부하였다. Tree-SHAP과 LIME이 보여주는 중요도 역시 인과효과가 아니며, 서로 강하게 연관된 변수들 사이에서는 중요도가 나뉘거나 한쪽에 몰릴 수 있다.

설명이 있는 모의 경로의 최종 만족도는 0.84, 설명이 없는 경로는 0.81이었다. 시험점수에 빗대면 81점에서 84점으로 오른 정도다. 출판사 하이라이트는 만족도가 46% 개선됐다고 표현했지만, 이 수치는 공개 초록의 최종값 0.81→0.84와 일치하지 않았고 산식과 분모도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확인 가능한 대표 결과는 만족도 46%가 아니라 수용까지 필요한 평균 수정 횟수가 2.79회에서 1.42회로 감소했다는 점이다.

스마트공장 다음 단계는 실제 사람과 현장의 검증

이 연구의 방향은 효율과 생산성뿐 아니라 인간 중심성, 지속가능성, 회복력을 함께 강조하는 인더스트리 5.0과 맞닿아 있다. 국내에서도 스마트공장 활용은 넓어졌지만 제조 AI는 아직 초기 단계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공장을 보유한 중소·중견 제조기업 16만3273개사를 모집단으로 삼아 5000개사를 조사한 결과, 스마트공장 활용률은 80%를 넘었지만 제조 AI 도입률은 약 0.1%로 발표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5년 AI 자율제조 수요조사에는 519개 기업이 참여했고 계획 사업은 25개였다. 이는 수요의 크기를 보여주는 수치이지 실제 사업 경쟁률이나 도입기업 수는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6년도 지원 방향에도 AI 공장과 실시간 공정제어뿐 아니라 산업재해 예방, 노동강도가 높은 수작업 공정의 자동화가 포함됐다. 생산성과 작업부담을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정책적 접점은 있지만, 국내 기업이 이번 알고리즘을 도입하거나 같은 구조로 실증했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장으로 가려면 더 까다로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설비 고장과 긴급 주문, 결근, 교대조, 휴식에 따른 회복, 노사 규칙, 실시간 전력가격 같은 변수를 실제 공장에서 충분히 검증하지 않았다. 작업자의 심박이나 근전도, 설문, 부상기록으로 피로를 직접 측정한 것도 아니다. 설명을 받은 모의 사용자가 더 빨리 수용점에 도달했더라도 실제 사람이 그 일정을 더 공정하거나 안전하다고 판단한다는 보장은 없다.

납기·에너지·인간공학적 위험을 어떻게 정의하고 정규화할지, 여러 절충안 가운데 무엇을 택할지도 결국 가치판단을 포함한다. 설명 기능은 선택의 근거를 살펴보게 할 수 있지만 목적함수 자체가 작업자의 선호를 대변해 주지는 않는다. 이번 연구는 사람 중심의 공장 일정표가 계산 모형으로 가능하다는 출발점을 제시했다. 다음 단계는 실제 작업자와 변화하는 설비 환경을 포함해 그 일정표가 현장에서도 받아들여지고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자료: Elsevier,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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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성 기자 ms.park@k-rnd.net
산업·제조 — 산업공학, 제조·공정관리·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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