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금속 없이 만든 분자자석, 돼지 심장에 붙어 4주간 움직임을 읽었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21 07:15
탄소·질소계 BioMFM과 피부 밖 64채널 센서로 박출률 추정…28일째에도 패치는 제자리에, 완전 흡수 시점과 장기 안전성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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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 심장에 배터리 달린 송신기 대신 작은 ‘나침반 표지자’를 붙이고, 그 움직임을 피부 밖에서 읽는다면 어떨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컬럼비아대와 중국 난징대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탄소와 질소로 만든 자성 재료를 돼지 심장 표면에 붙여 심장 움직임과 좌심실 박출률의 변화를 4주에 걸쳐 추적했다. 박출률은 물이 든 주머니를 한 번 쥐었을 때 안의 물 가운데 몇 퍼센트가 빠져나오는지와 비슷한 지표다. 다만 이 장치가 혈액량을 직접 본 것은 아니다. 심장 벽을 따라 움직이는 자석의 신호로 박출률을 추정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4주 만에 사라진 자석’이 아니다. 제28일 자기공명영상에서도 패치는 심장 바깥 표면인 심외막에 붙어 있었고 이탈하거나 이동하지 않았다. 정확한 설명은 ‘4주간 작동한 뒤 몸속에서 흡수되도록 설계된 자석’이다. 연구진은 4주 평가 이후 생체흡수가 이어졌다고 보고했지만, 확보된 공개 자료만으로 패치가 완전히 사라진 날짜는 확인할 수 없다.

철 대신 탄소·질소 골격에서 자성을 만들다

연구 결과는 2026년 10월 19일 국제학술지 《Nature Materials》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개발한 생체흡수성 비금속 분자자석을 ‘BioMFM’이라고 이름 붙였다. 출발 물질은 탄소와 질소로 이뤄진 흑연질 탄소 질화물이다. 일반적으로 자석을 떠올리면 철·니켈·코발트 같은 금속을 생각하지만, 연구진은 이 탄소·질소 골격의 일부 질소를 제거하는 탈질소화를 이용했다.

질소가 빠진 자리에는 비짝전자 스핀 중심이 생긴다. 비짝전자는 짝을 이루지 않은 전자로, 스핀은 전자가 지닌 미세한 자기적 방향성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연구진의 해석에 따르면 재구성된 π–σ 공액 구조, 즉 전자들이 공유결합 골격을 따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구조가 이 스핀들을 결합시켰다. 그 결과 외부에서 계속 힘을 가하지 않아도 상온에서 자화가 유지되는 자발자화가 나타났다.

여기서 ‘분자자석’은 분자 하나하나가 독립된 막대자석처럼 움직인다는 뜻이 아니다. 분자와 공유결합으로 이어진 골격 안의 스핀들이 집단적으로 정렬돼 자성을 나타내는 재료라는 의미다. 논문은 BioMFM이 연구진 표현으로 ‘금속 수준의 강자성’과 ‘완전한 생체흡수성’을 결합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공개 자료에서 자화의 절대값과 미량 금속 분석 수치를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극미량의 철·니켈·코발트도 약한 자성 신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비금속 탄소계 자성의 기원은 독립 연구실의 재현을 통해서도 확인돼야 한다.

꽃잎형 패치와 8×8 자기장 지도

연구진은 BioMFM을 생분해성 고분자인 PLGA와 실크 피브로인에 넣어 유연한 심외막 패치를 만들었다. 패치는 좁은 관을 본뜬 덮개 안에서 접힌 상태로 전달되고, 구속이 풀리면 수초 안에 꽃봉오리가 피듯 방사형으로 펼쳐졌다. 이렇게 펼쳐진 꽃잎형 구조는 심장 조직과 닿는 면적을 넓힌다. 다만 사람에게 이 패치를 배치하려면 심외막에 접근하고 고정해야 하므로 완전히 비침습적인 검사는 아니다. 최소침습 삽입이 사람에게도 안전하고 재현 가능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체내 패치에는 배터리도, 안테나도, 능동 송신 회로도 없다. 패치 자체가 자기 표지자 역할을 한다. 심장이 수축하고 이완하면 패치의 위치와 방향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피부 밖에서 측정되는 자기장도 시간에 따라 변한다. 외부의 홀 센서 배열이 이 변화를 읽어 판독장치로 보냈다. 홀 센서는 자기장의 세기와 방향 변화를 전기 신호로 바꾸는 센서다.

공개된 판독 시스템은 64채널의 12비트 아날로그·디지털 변환 출력을 8×8 행렬로 처리했다. 피부 위의 여러 측정 지점에서 들어온 값을 가로 8칸, 세로 8칸의 자기장 지도처럼 재구성한 셈이다. ESP32-S3 기반의 와이파이 지원 판독기가 신호를 스마트폰 연결 장치와 클라우드 분석 시스템으로 전달했다. 생체흡수 대상으로 설계된 것은 몸속 패치이지, 피부 위 홀 센서와 판독기·스마트폰·컴퓨터까지 몸속에서 분해된다는 뜻은 아니다.

심초음파와 비교했지만 ‘대체 기술’은 아니다

연구진은 자기장 신호에서 심장 박동과 심근 움직임을 읽고 좌심실 박출률을 계산했다. 돼지 모델에서 4주 동안 박출률의 경과를 추적해 표준 심초음파 결과와 비교했다. 논문은 이를 ‘임상급 궤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는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마쳤거나 규제 승인을 받았다는 뜻이 아니며, 심초음파보다 우수하다는 의미도 아니다.

특히 박출률은 자기장 신호에 기반한 간접 추정치다. 심초음파처럼 혈액량을 영상으로 직접 본 것이 아니다. 평균오차와 상관계수, 신뢰구간, 비교 결과의 세부값과 돼지 표본 수도 확보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확도를 수치로 평가하거나 통계적 일반화 가능성을 판단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 논문이 말한 연속 평가는 4주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적했다는 뜻으로 읽어야 하며, 28일 내내 한 번도 끊기지 않고 모든 데이터를 저장했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28일째 패치가 제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은 반복해서 움직이는 심장 표면에서 위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는 증거다. 반면 완전 흡수나 독성 부재를 입증하는 증거는 아니다. 생분해성 재료라고 해서 곧바로 생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결론 내릴 수도 없다. 분해산물이 어디로 이동하고 어떻게 배설되는지, 장기간 축적되지는 않는지, 염증이나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지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필요한 기간에는 자력과 부착력을 유지하면서 임무가 끝난 뒤에는 예측 가능한 속도로 분해돼야 한다는 상반된 조건도 풀어야 한다.

간 표면의 형태까지 읽는 표지자로 확장

연구진은 BioMFM을 알긴산나트륨 하이드로젤에 분산해 돼지 간 표면에 초음파 유도 경피 주사하는 실험도 했다. 하이드로젤은 물을 많이 머금는 젤 형태의 재료다. 0·1·5·10중량% 조성을 모두 시험했으며, 각 조성이 좁은 노즐에서 안정적인 필라멘트를 형성했다. 연구진은 주입된 자기 재료의 신호를 바탕으로 국소 간 병변의 3차원 형태를 재구성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간 실험은 개념 검증 단계다. 특정 암이나 질환을 정확히 진단했다고 볼 수 없으며, 병변 종류별 민감도와 특이도, 크기에 따른 진단 정확도도 확인되지 않았다. 분석 코드와 ESP32-S3 펌웨어가 공개됐다는 점은 판독 절차를 살펴볼 기반을 제공하지만, 이것만으로 재료 합성과 동물수술까지 독립 재현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번 연구는 제거 수술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있는 임시 체내 센서라는 방향을 소재 차원에서 보여줬다. 동시에 아직 돼지 전임상 연구다. 사람의 흉벽 두께와 지방층, 호흡과 자세, 일상 활동, 부정맥과 해부학적 차이 속에서도 같은 신호를 얻을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완전 흡수 시점, 장기 독성, 측정 정확도와 표본 규모, 독립 재현도 남은 질문이다. BioMFM은 승인된 의료기기도, 기존 심초음파를 대체하는 기술도 아니다. 이번 성과의 의미는 금속 없이 자성을 내고 일정 기간 장기를 추적한 뒤 흡수될 수 있는 재료와 센서의 가능성을 전임상 단계에서 제시했다는 데 있다.

자료: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컬럼비아대, 난징대, Springer Nature,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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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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