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화하프늄에 폭 좁은 도메인벽이 쉽게 생기는 원리 규명

차세대 메모리 소재인 산화하프늄이 매우 작고 촘촘한 정보 저장 영역을 만들 수 있는 물리적 이유가 원자 수준에서 밝혀졌다. 소재 내부의 경계인 ‘도메인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사실상 0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이준희 교수팀은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최시영 교수팀과 함께 산화하프늄에서 폭이 좁고 안정적인 도메인벽이 형성되는 원리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제1원리 계산으로 원자 배열을 예측한 뒤 수차보정 주사투과전자현미경(STEM)을 이용해 이를 직접 관찰했다. 제1원리 계산은 실험에서 얻은 값을 임의로 끼워 맞추기보다 원자와 전자의 기본 법칙을 토대로 물질의 성질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도메인은 소재 내부에서 전기적 극성, 즉 전하가 치우친 방향이 같은 영역을 말한다. 서로 반대인 두 극성 방향을 0과 1에 대응시키면 전원이 꺼져도 정보를 유지하는 비휘발성 메모리의 기본 저장 단위로 활용할 수 있다. 도메인벽은 방향이 서로 다른 두 도메인이 맞닿는 경계다.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정보를 담으려면 도메인을 작게 나누고 경계를 촘촘히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강유전체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분극된 영역 사이의 도메인벽이 소재 내부인 벌크와 다른 고에너지 구조를 이룬다. 도메인을 작게 만들수록 벽의 수가 늘어나 에너지 부담도 커지는 셈이다. 이번 연구가 주목한 산화하프늄에서는 이와 다른 원리가 작동했다.
연구진의 계산에 따르면 산화하프늄 벌크에서 음이온의 진동인 ‘포논’들이 서로 쌍을 이룬다. 포논은 결정 속 원자들이 집단적으로 진동하는 모습을 하나의 입자처럼 표현한 개념이다. 여러 음이온 포논 사이의 결합은 도메인벽 중심에서도 유지됐고, 그 결과 경계가 벌크와 비슷한 원자구조를 되찾았다. 벽이 별도의 고에너지 구조로 바뀌지 않기 때문에 국소적인 분극을 뒤집는 데 필요한 운동량과 도메인벽 형성 에너지가 사실상 0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자현미경 관찰도 계산 결과를 뒷받침했다. 연구진은 STEM으로 도메인벽을 살펴 벌크에서 나타나는 포논 변위와 구조가 경계에서 다시 나타나는 현상을 확인했다. STEM은 가느다란 전자빔을 시료 위에서 훑어 원자 배열을 관찰하는 장비로, 이번 연구에서는 계산으로 예측한 벌크형 도메인벽 구조를 실제 영상으로 확인하는 데 쓰였다.
산화하프늄의 매우 국소적인 분극 가능성은 앞선 연구에서도 제시됐다. 2020년 연구에서는 평탄한 분극 포논 밴드가 작은 범위에 국한된 쌍극자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다만 평탄한 분극 모드 하나만으로는 초저에너지 도메인벽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는 여러 음이온 포논의 결합을 통해 그 형성 원리를 보완하고, 예측한 구조를 현미경 관찰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선행 연구가 제시한 산화하프늄의 최소 분극 영역 폭은 반 단위격자 수준인 약 3Å이다. 1Å은 1억분의 1㎝에 해당하는 매우 작은 길이다. 산화하프늄은 실리콘 공정과 결합할 수 있는 강유전체이므로, 이번 원리는 단위격자에 가까운 작은 도메인을 이용하는 고밀도 비휘발성 메모리 소재 설계의 물리적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실제 소자의 저장밀도와 수명, 소비전력 개선은 이번 연구에서 실증된 내용이 아니다.
자료: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미국물리학회(APS), arXi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