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암세포의 뒤를 보니…DNA와 미토콘드리아를 담은 2~5㎛ ‘짐’이 남았다

암세포의 앞쪽을 보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다. 뒤쪽을 보면 무엇을 남기고 가는지 보인다. 이동하는 암세포를 오랫동안 촬영한 연구진은 세포의 뒤쪽 꼬리가 수축해 떨어질 때 지름 2~5㎛의 막성 주머니가 배양 바닥에 남는 장면을 포착했다. 연구진은 이 구조를 ‘MoVes(motile vesicles·이동 연관 소포)’라고 이름 붙였다.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적혈구 지름의 약 4분의 1~3분의 2에 이르는 크기다. 이는 이해를 돕기 위한 환산이지만, 일반적인 나노미터급 세포외소포보다 상당히 큰 ‘화물상자’라는 점을 보여준다.
캐나다 맥길대 보건센터 연구소와 미국 웨일코넬의대 공동 연구진은 이 결과를 2026년 10월 28일 발표했다. 핵심은 단순히 큰 주머니를 발견했다는 데 있지 않다. 여러 MoVes를 모은 분획에서는 모세포 유전체 전반을 반영하는 DNA가 검출됐고, 세포의 발전소로 불리는 미토콘드리아를 비롯한 여러 세포소기관 관련 성분도 확인됐다. 살아서 이동하는 암세포가 DNA와 세포소기관을 뒤에 남길 수 있다는 새로운 후보 경로가 나타난 셈이다.
많은 작은 발자국 아닌 한두 개의 큰 짐
세포가 이동한 자리에 소포를 남기는 현상 자체가 처음 알려진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비교 대상인 미그라솜(migrasome·이동하는 세포의 돌기에서 생기는 소포)은 약 2㎛ 크기로, 세포 하나가 30개 이상 만들 수 있다는 선행 보고가 있다. 반면 MoVes는 2~5㎛였고 관찰상 세포당 최대 1~2개가 만들어졌다. ‘많은 작은 발자국’보다 ‘한두 개의 큰 짐’에 가까운 모습이다.
생세포를 10분 간격으로 12~24시간 촬영한 영상에서 MoVes는 세포의 앞부분이 아니라 뒤쪽 수축부에서 형성됐다. 떨어진 뒤에도 배양액을 자유롭게 떠다니지 않고 세포가 지나간 기질에 붙어 남았다. 연구진은 형성 위치와 개수, 표지 단백질, 회수 방식, 화물의 조합을 근거로 MoVes를 새로운 이동 연관 대형 세포외소포 집단으로 제안했다.
다만 아직 학계에서 독립된 소포 종류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MoVes는 미그라솜이나 블레비솜, 대형 온코솜 등 기존 구조와 크기·형성 방식·소기관 함유 특성이 일부 겹친다. MoVes만을 가려내는 보편적인 단일 특이 표지자도 확립되지 않았다. 따라서 새로운 이름은 완성된 분류표의 결론이 아니라 후속 연구가 검증해야 할 제안에 가깝다.
DNA와 ‘전원이 살아 있는’ 미토콘드리아
MoVes 분획에서는 이중가닥 DNA와 복제 중인 DNA를 나타내는 BrdU 신호, 히스톤과 RNA가 확인됐다. DNA를 분해하는 DNase를 처리한 뒤에도 일부 신호가 남아 막에 의해 보호된 DNA가 있음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처리 뒤 MoVes의 DNA 신호가 약 65% 감소한 만큼 표면에 결합한 DNA도 함께 존재했다. 이 감소율을 근거로 내부와 외부 DNA의 비율을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다.
연구진은 생쥐 유방암 세포 4T1에서 나온 여러 MoVes를 한데 모아 전장유전체분석(WGS·DNA 전체 영역을 폭넓게 읽는 분석)을 했다. 그 결과 모세포 유전체 전반의 서열과 복제수 변이가 검출됐으며, 모세포와 MoVes 분획에서 Trp53, Pik3cg, Kit, Brca2 변이가 공통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Trp53와 Kit 변이는 다른 염기서열 분석법과 디지털액적PCR로 추가 검증됐다.
여기에는 중요한 경계선이 있다. 분석 대상은 MoVes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를 모은 분획이었다. 따라서 각각의 MoVes 안에 완전하고 연속적인 염색체 한 벌이 들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확인된 사실은 여러 MoVes를 모았을 때 모세포 유전체 전반을 반영하는 DNA가 나온다는 것이다.
전자현미경과 단백질 표지 분석에서는 미토콘드리아, 골지체, 소포체를 비롯한 여러 세포소기관 관련 성분도 포착됐다. 특히 TMRM이라는 막전위 의존성 염료가 신호를 냈다. 막전위는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기적 상태로, 이 신호는 전원이 완전히 꺼지지 않은 미토콘드리아 관련 구조가 존재했음을 뜻한다. 그러나 모든 MoVes에 온전하고 정상적인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약해진 세포의 호흡은 늘었지만 전이는 입증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 DNA가 측정 부위에 따라 약 45~75% 줄어든 4T1 ρ0 세포에 MoVes 1㎍을 하룻밤 처리했다. 그 결과 산소소비와 ATP 연결 호흡이 증가했다. ATP 연결 호흡은 세포가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 화폐인 ATP를 만드는 과정과 연결된 호흡이다. 발전소 기능이 약해진 세포가 외부 화물을 받은 뒤 전력 생산을 늘린 모습에 비유할 수 있다. 다만 이 세포는 미토콘드리아 DNA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가 아니었다.
이 결과는 배양세포의 산화적 인산화, 즉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이 높아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개별 미토콘드리아가 수용세포 안으로 들어가 기존 미토콘드리아망과 융합하는 전 과정은 입증되지 않았다. 다른 대형 세포외소포도 비슷한 방향의 대사 효과를 보였다. 무엇보다 MoVes가 암의 성장이나 전이를 촉진하는지는 시험하지 않았다.
형성 과정은 세포 이동과 긴밀히 연결됐다. 비종양성 유방상피세포 MCF10A에서는 핵심 관찰 조건에서 MoVes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이동속도가 분당 0.24㎛인 비종양성 MCF10A와 비교해 HRAS로 형질전환한 MCF-10AT는 분당 0.809㎛로 약 3.4배 빠르게 이동하면서 MoVes가 나타났다. MCF10A에 상피간엽전이(EMT·서로 붙어 있던 상피세포가 이동성이 큰 형태로 바뀌는 과정)를 유도했을 때도 이동속도가 분당 0.27㎛에서 0.42㎛로 늘며 MoVes가 관찰됐다. 이는 암세포에만 존재한다는 뜻이 아니라 형질전환과 EMT, 활발한 이동과 연관됐다는 의미다.
세포골격과 이동을 억제하는 약물을 쓰자 이동속도와 MoVes 형성이 함께 줄었다. 그러나 이 약물들은 세포 형태와 막수송에도 폭넓게 영향을 미친다. MoVes만의 생성장치를 선택적으로 막았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반면 소형 세포외소포 생성 억제제인 GW4869는 이동속도나 MoVes 방출에 뚜렷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고전적인 소형 세포외소포 생성 경로와 다를 가능성을 보여주는 근거로 제시했다.
환자 몸에서도 존재하는가, 이제부터 물어야 한다
연구는 주로 생쥐 유방암 세포 4T1과 사람 유방암 세포 MDA-MB-231·MCF7을 이용해 진행됐다. 다른 암종의 세포주에서도 유사 구조를 조사했지만 정밀한 형성·유전체·기능 분석은 유방암 세포 모델에 집중됐다. 여러 암종에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확대할 단계가 아니다.
더 큰 한계는 핵심 결과가 배양세포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환자 혈액이나 종양조직, 자연 상태의 동물 종양에서 MoVes가 검출됐다는 증거는 없다. 여러 구조가 크기와 밀도에서 겹쳐 분리 순도 문제도 남고, 기질에 붙은 MoVes를 회수하는 과정이 표면 단백질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다. 일부 주요 기능시험은 독립실험 3회에 근거했으며, 발표 후 며칠밖에 지나지 않아 독립 연구진의 재현도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MoVes를 ‘암 전이를 퍼뜨리는 운반체’라고 부르는 것은 현재 증거를 넘어선다. 암 전이와 면역회피, 혈관신생, 항암제 내성을 일으킨다는 생체 내 인과증거는 아직 없다. 임상 진단법이나 치료표적으로 확립된 결과도 아니다. 다음 질문은 분명하다. 환자와 동물의 종양에서도 이 구조가 실제로 생기는가, 다른 세포가 화물을 받아 어떤 변화를 겪는가, 기존 세포외소포와 구별할 확실한 표지가 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관찰은 암세포의 이동을 보는 시선을 앞에서 뒤로 돌렸다. 암세포가 왜 DNA와 미토콘드리아를 꼬리 끝에 남기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불필요한 부품을 버리는 것인지, 주변 세포에 화물을 보내는 것인지, 이동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떨어지는 구조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이동하는 암세포는 길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큰 짐을 그 길 위에 남길 수 있다.
자료: 맥길대 보건센터 연구소, 맥길대, 웨일코넬의대, 국제세포외소포학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