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디지털 트윈, 정확도보다 설명 책임을 먼저 세워야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1.05 05:34
개인맞춤 치료 AI가 임상 신뢰를 얻기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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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University College London)

암 치료 AI에서 필자가 가장 주목한 대목은 74%라는 숫자보다 ‘설명 가능하다’는 방향이다. 치료 선택은 단순한 정답 맞히기가 아니다. 맞히지 못했을 때 환자가 치러야 할 대가가 크기 때문에, 의료진이 예측의 근거와 한계를 이해하고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영국 연구진이 환자의 유전정보와 분자 신호망을 토대로 가상 종양을 만들었다는 시도는 그런 점에서 반갑다.

디지털 쌍둥이는 환자의 복사본이 아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대상을 컴퓨터 안에 재현해 변화를 시험하는 ‘가상 쌍둥이’다. 제조업에서는 기계의 고장을 미리 살피는 데 쓰이지만, 종양은 훨씬 까다롭다. 같은 환자 안에서도 암세포의 성질이 서로 다를 수 있고 치료 과정에서 계속 변한다. 유전정보만으로는 면역세포, 주변 조직, 약물 농도와 같은 복잡한 환경을 모두 담기 어렵다. 따라서 가상 종양은 환자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확보한 정보로 세운 검증 가능한 가설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상징형 AI도 의미가 있다. 상징형 AI는 데이터 사이의 관계와 규칙을 사람이 살펴볼 수 있는 형태로 추론하는 방식이다. 내부 판단 과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이른바 ‘블랙박스’ 모델보다, 어떤 분자 신호가 치료 반응 예측에 영향을 줬는지 점검할 여지가 크다. 다만 설명이 보인다고 해서 그 설명이 곧 생물학적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보기 좋은 인과관계처럼 제시된 계산 규칙도 별도 실험과 임상 검증을 거쳐야 한다.

74%는 성과이자 경고선이다

임상시험 참여자 31명을 대상으로 74%의 예측 정확도를 보였다는 결과는 가능성을 확인한 초기 증거로 읽어야 한다. 표본이 작으면 몇 명의 결과만 달라져도 성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더 다양한 암종과 환자 집단, 다른 병원의 데이터에서도 같은 수준이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전체 정확도만 제시해서는 부족하다. 효과 없는 치료를 효과 있다고 판단한 경우와, 효과 있는 치료를 놓친 경우를 나눠 공개해야 실제 위험을 평가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가 의사를 대신한다는 구호가 아니다. 치료 전에는 여러 선택지를 비교하고, 치료 중에는 새 검사 결과를 반영해 가상 종양을 갱신하며, 예측이 빗나가면 원인을 추적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환자에게도 어떤 정보가 사용됐고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인지 설명해야 한다. 암 디지털 트윈의 가치는 화려한 적중률보다, 치료 결정을 더 투명하고 수정 가능하게 만드는 데 있다. 필자는 그 기준을 지킬 때에만 이 기술이 개인맞춤 의료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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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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