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와 큰비를 따로 보는 달력은 이제 틀렸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1.02 05:33
9월의 북상 전선이 경고하는 복합기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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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번 연구에서 필자의 눈을 붙든 것은 비가 더 많이 내릴 수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동아시아의 비구름 통로인 전선이 9월 중하순에도 과거보다 북쪽에 머무는 경향이 뚜렷하고, 그런 해에는 한반도의 전선성 강수와 열 스트레스가 함께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 온 ‘여름이 끝나면 더위가 물러가고, 가을비가 온다’는 계절의 순서가 더는 안전한 전제가 아닐 수 있음을 뜻한다.

위험은 더위와 비의 합보다 크다

전선은 성질이 다른 공기 덩어리가 맞서는 경계로, 수증기가 모이고 상승해 비구름이 발달하기 쉬운 통로다. 여기에 따뜻한 공기가 오래 남으면 문제는 복합적으로 커진다. 기온이 높은 공기는 일반적으로 더 많은 수증기를 품을 수 있어 강한 비가 내릴 여건을 만들고, 습도가 높아지면 땀이 잘 마르지 않아 사람이 느끼는 열 부담도 커진다. ‘열 스트레스’란 단순한 기온이 아니라 습도와 신체의 냉각 능력까지 얽힌 부담을 말한다.

따라서 늦더위와 큰비를 각각 폭염 대책과 호우 대책으로 나누는 방식은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무더위 속 정전, 침수된 대피로, 냉방이 어려운 임시 거처처럼 두 위험이 겹치면 피해는 단순히 더해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취약계층과 야외 노동자, 배수 능력이 낮은 도심이 특히 먼저 흔들릴 수 있다.

예보보다 먼저 바뀌어야 할 대응 체계

필자는 이번 결과가 특정 해의 이상현상을 설명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본다. 전선의 위치가 왜 달라지는지, 해수면 온도와 대기 순환 등 여러 요인이 각각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는 더 긴 관측과 정교한 분석이 필요하다. 북상 경향만으로 모든 9월 호우나 늦더위를 한 원인에 돌리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준비를 미룰 이유는 아니다. 기상 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9월을 관성적으로 ‘폭염 종료 이후’로 다루지 말고, 고온·다습·집중호우가 겹치는 복합위험 기간으로 관리해야 한다. 경보 기준과 학교·사업장 행동지침, 배수시설 점검, 취약계층 냉방과 대피 계획을 하나의 시나리오로 묶을 필요가 있다. 계절의 달력이 달라졌다면 재난 대응의 달력도 달라져야 한다. 이번 연구의 진짜 가치는 바로 그 전환을 요구한다는 데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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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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