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 찾아가는 살모넬라'…전남대, 박테리아 암 치료 세계 2위 연구거점 올랐다

몸속에 들어간 세균이 정상 장기는 놔두고 종양만 골라 찾아간다면, 그 세균은 암을 잡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이런 발상을 십수 년간 파고든 국내 연구진이 해당 분야의 세계적 연구 거점으로 공인받았다.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핵의학교실 민정준 교수 연구진이 박테리아 매개 암 치료 연구에서 세계 2위 연구기관으로 꼽힌 것이다.
대학 입시·연구 전문매체 베리타스알파에 따르면, 이번 순위는 미국 텍사스대 연구진이 국제 학술 데이터베이스 'Web of Science 핵심 컬렉션(Core Collection)'을 토대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의 연구 성과를 분석해 매긴 것이다. 논문 발표 편수로 대표되는 생산성과 다른 연구자들이 그 논문을 얼마나 인용했는지를 함께 따졌다.
논문 33편·인용 807회…10년 축적이 만든 2위
분석 결과 전남대는 박테리아 매개 암 치료 분야에서 논문 33편을 발표하고 807회 인용됐다. 이 가운데 민정준 교수 개인의 성과만 추려도 논문 19편에 인용 381회에 이른다. 특정 순위를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는 지표라는 점에서, 이 수치는 한 연구 그룹이 10년 넘게 같은 주제를 놓지 않고 파고든 결과에 가깝다. 세계 순위 2위는 그 축적을 외부 기관이 정량적으로 확인해 준 셈이다.
박테리아 매개 암 치료는 살아 있는 세균을 항암 도구로 쓰는 접근법이다. 연구진은 독성을 약하게 만든(약독화) 살모넬라균이 정상 장기보다 종양 조직에 선택적으로 모여드는 성질에 주목했다. 세균이 종양 안으로 파고들면, 유전적으로 설계해 둔 항암 단백질이나 면역을 활성화하는 물질을 그 자리에서 만들어 내도록 한다. 약물을 몸 전체에 뿌리는 대신, 세균이라는 '운반책'이 암 조직까지 직접 찾아가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방식이다.
빛과 핵의학으로 세균의 이동을 추적한다
이 전략이 성립하려면 투입한 세균이 실제로 종양으로 갔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전남대 연구진은 여기에 분자영상(molecular imaging) 기술을 결합했다. 분자영상은 몸속 특정 물질이나 세포의 움직임을 살아 있는 상태 그대로 영상으로 잡아내는 기법으로, 연구진은 발광 영상과 핵의학 영상, 소리로 조직을 들여다보는 광음향 영상 등을 활용해 체내에서 박테리아가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추적했다.
의학과 미생물학, 면역학, 핵의학, 분자영상, 합성생물학이 한데 얽히는 융합 연구라는 점이 이 분야의 특징이다. 어느 한 분과의 기술만으로는 '종양을 찾아가 약을 만드는 세균'을 설계하고 검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남대가 세계 상위권에 오른 배경에도 이들 분야를 오래 연결해 온 연구진 전체의 협업이 자리한다.
민정준 교수는 이번 결과에 대해 "개인의 성과라기보다 의학·미생물학·면역학·핵의학·분자영상·합성생물학을 연결해 온 전남대 연구진 전체의 장기간에 걸친 협력의 결과"라고 밝혔다.
8월 고든학술대회 기조강연…남은 과제는 '환자'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민 교수는 오는 8월 2일부터 7일까지 미국 메인주 베이츠대학에서 열리는 고든학술대회(GRC)에서 '박테리아 암 치료(Bacterial Cancer Therapies)' 세션의 첫 연사로 개막일 기조강연을 맡는다. 고든학술대회는 분야별 최신 연구를 소수 전문가가 집중 토론하는 학술 회의로, 특정 세션의 첫 연사 자리는 해당 주제에서의 위상을 보여주는 지표로 통한다.
다만 세계 2위라는 평가는 어디까지나 논문 생산성과 인용을 기준으로 한 연구 역량의 지표다. 박테리아를 이용한 암 치료법 상당수가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지기까지는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는 임상 관문이 남아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차세대 박테리아 항암제 개발에 역량을 모아, 축적한 기초연구를 실제 치료로 연결하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참고 자료
· 전남대 박테리아 암 치료 연구 글로벌 연구기관 2위 선정 — 베리타스알파 (2026.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