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腸)을 다스리면 마음도 가라앉는다…한의학연, 목단피의 '장-뇌' 이중 효과 확인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7.23 10:55 · 수정 2026.07.22 18:55
대장염 생쥐 모델에서 장 염증성 세포사멸 억제와 뇌 염증·행동 변화 완화 동시 관찰…국제학술지 게재
장(腸)을 다스리면 마음도 가라앉는다…한의학연, 목단피의 '장-뇌' 이중 효과 확인
(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속이 오래 불편하면 마음까지 가라앉는다는 경험은 흔하지만, 그것을 하나의 생물학적 경로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았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고성규) 연구팀이 전통 약재인 목단피(牧丹皮) 추출물을 이용해 그 연결 고리에 접근했다. 장에서 시작된 염증이 뇌의 염증과 정서 변화로 번지는 흐름을, 하나의 약재로 함께 눌러본 것이다.

과학기술 전문매체 헬로디디에 따르면 박기선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목단피 추출물이 대장염에 동반되는 뇌 염증과 불안·우울과 유사한 행동 변화를 함께 완화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 연구에는 김민수·박진영·이강인 박사가 참여했다.

'장-뇌 축', 장의 염증이 뇌로 번지는 길

연구가 겨냥한 개념은 이른바 '장-뇌 축(gut-brain axis)'이다. 장과 뇌가 신경·면역·호르몬을 매개로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것으로, 장에 생긴 문제가 뇌 기능과 감정 상태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관점이다. 연구팀은 장에 오래 지속된 염증이 전신 염증 반응을 거쳐 뇌의 염증과 정서 변화로 이어지는 경로에 주목했다.

목단피는 한의학에서 오래 쓰여온 약재로, 이번 연구에서는 그 추출물이 지닌 성분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은 패오니플로린, 패오놀 등을 주요 성분으로 지목했다. 이들 성분이 염증 반응을 누그러뜨리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 장에서 뇌로 이어지는 축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폈다.

세포가 '터지며' 번지는 염증을 막다

연구팀은 대장염을 유도한 생쥐 모델과 사람에게서 유래한 장 상피세포를 함께 활용했다. 목단피 추출물을 투여한 뒤 장 조직과 혈액 속 염증물질, 뇌의 염증 반응, 그리고 행동 변화를 두루 확인하는 방식이다. 동물실험과 세포실험을 병행해 효과가 재현되는지를 교차로 살폈다.

핵심 성과는 장에서 일어나는 '염증성 세포사멸'을 억제한 대목이다. 세포가 조용히 사라지는 일반적인 세포사멸과 달리, 염증성 세포사멸은 세포가 파괴되면서 내용물이 새어나와 주변에 염증을 퍼뜨린다. 특히 연구팀은 세포막이 터지듯 무너지는 '네크롭토시스' 경로를 지목했는데, 이는 RIP1·RIP3·MLKL이라는 단백질이 연쇄로 작동해 진행된다. 목단피 추출물은 이 신호를 억제해 장에서 염증이 증폭되는 첫 단계를 눌렀고, 그 결과가 뇌의 염증과 행동 변화 완화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한 가지 약재로 장과 뇌를 함께 겨냥

이번 연구의 의미는 장과 뇌에 각각 대응하는 대신, 하나의 약재로 두 곳의 염증을 동시에 다뤘다는 데 있다. 박기선 박사는 "이번 연구는 목단피 추출물이 장의 염증성 세포사멸을 억제하고 대장염에 동반된 뇌 염증과 행동 변화도 함께 완화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추가 분석을 통해 장에서 뇌로 이어지는 작용경로를 구체적으로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결과는 생쥐 모델과 세포 실험을 통해 확인된 단계로, 사람에게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장에서 뇌로 신호가 전달되는 구체적 경로도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아, 연구팀은 후속 분석을 예고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국한의학연구원 기본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염증 분야 국제학술지 인플라모파마콜로지(Inflammopharmacology)에 온라인 게재됐다.


참고 자료
· "장 염증 줄이자 마음도 안정"···한의학연, 목단피 효과 확인 — 헬로디디 (20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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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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