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개 한 곳으로 여섯 살 아들에게 아버지 간을… 세계 첫 '단일 포트 로봇 간이식' 성공

여섯 살 아들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가 자신의 간 일부를 내놓았다. 그 간이 아들의 몸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배를 크게 가르는 대신 몸에 낸 상처는 단 한 곳뿐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킹 파이살 전문병원 겸 연구센터(KFSH)가 하나의 절개 부위만으로 간을 이식하는 이른바 '단일 포트 로봇 간이식' 수술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단일 포트(single-port)는 여러 곳을 절개해 각각 기구를 넣는 대신, 한 곳의 작은 구멍으로 정밀 수술 기구와 고해상도 3차원 카메라를 함께 삽입해 수술하는 방식이다. 절개가 적을수록 통증과 수술 부담,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간이식은 몸속 큰 혈관과 담관을 하나하나 이어 붙여야 하는, 장기이식 중에서도 손이 가장 많이 가고 난도가 높은 수술로 꼽힌다. 여기에 최소 침습 로봇 기술을 적용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 KFSH는 이를 소아 환자에게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당뇨와 간부전 반복한 6세 남아, 아버지가 간 좌엽 기증
수술을 받은 환자는 월콧-랠리슨 증후군(Wolcott-Rallison syndrome)을 앓아 온 6세 남아다. 이 병은 아주 어린 나이에 당뇨병이 생기고 급성 간부전이 되풀이되는 희귀 유전 질환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아이는 간부전이 거듭되며 위험한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겨야 했다.
이식은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의 간 좌엽을 기증하면서 이뤄졌다. 간은 일부를 떼어내도 다시 자라는 장기여서, 살아 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 환자에게 옮기는 생체 간이식이 가능하다. 병원에 따르면 수술은 무리 없이 마무리됐고, 아이는 초기 회복 경과가 양호하며 이식된 간도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현재까지 특별한 합병증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병원은 전했다. 다만 이식 후 거부반응과 장기 예후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만큼, 이번 성과는 아직 초기 경과에 대한 것이다.
2023년 세계 첫 완전 로봇 간이식…이번엔 '단일 포트'로
이번 수술은 KFSH가 2023년 세계 최초로 완전 로봇 간이식 수술에 성공한 데 이어 나온 성과다. 병원은 그 이후 지금까지 로봇 간이식 수술 165건과 로봇을 이용한 생체 간 공여자 절제술 1700건 이상을 시행하며, 관련 시술을 하나의 통합 진료 프로그램으로 키워 왔다고 밝혔다. 앞선 완전 로봇 간이식이 여러 절개를 통한 방식이었다면, 이번 성과는 절개를 한 곳으로 줄인 단일 포트 방식이라는 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으로 병원은 설명했다.
이 같은 실적은 세계 최초라는 기록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반복 가능한 진료 역량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병원 측 설명이다. KFSH는 2026년 세계 250대 대학병원 평가에서 중동·아프리카 지역 1위, 세계 12위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다만 '세계 최초'라는 표현은 KFSH의 자체 발표에 근거한 것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별도의 외부 검증 자료는 이번 발표에 함께 제시되지 않았다.
"기술만으로는 불가능…환자 선정과 팀이 관건"
KFSH 장기이식센터 오브 엑설런스(Organ Transplant Center of Excellence) 총괄 책임자로 이번 수술을 집도한 디터 브로링(Dieter Broering) 교수는 성공의 조건으로 기술이 아닌 사람을 앞세웠다.
"이 같은 수술의 성공은 첨단 기술의 보유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환자를 신중하게 선정하고, 치밀한 수술 계획을 수립하며, 이식 전 과정에 숙련된 의료진이 함께해야 가능하다."
브로링 교수는 수술 혁신의 의미에 대해 "수술 혁신의 진정한 가치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유지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술은 간부전이 반복되던 아이가 보다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동시에 그동안 성인 위주로 시도돼 온 로봇 간이식의 적용 범위가 몸집이 작아 시야와 조작 공간이 더 좁은 소아 영역으로까지 넓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다만 단일 포트 로봇 간이식은 아직 사례가 극히 제한적인 만큼, 안전성과 효과가 폭넓게 인정받기까지는 추가 임상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다.
참고 자료
· 아버지의 선물… 6세 아동, 단일 포트 로봇 간 이식 수술 세계 첫 성공 — 뉴스와이어 (2026.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