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세포치료의 심판이 되려면

파킨슨질환 세포치료의 진전은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데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그 세포가 환자에게 실제로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정확하고 일관되게 판별하는 능력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필자가 세브란스의 파킨슨질환 세포치료제 AI 평가 플랫폼 구축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가 치료제를 대신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치료 가능성을 가려내는 ‘눈’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포를 넣는 것보다 어려운 평가
파킨슨질환은 운동 조절에 관여하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줄어들면서 떨림과 느린 움직임 등이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이다. 세포치료는 손상된 기능을 새 세포로 보완하거나 회복시키려는 접근이다. 그러나 투여한 세포가 살아남았는지, 원하는 신경세포로 자리 잡았는지, 증상 변화가 치료 효과인지 자연적인 변동인지 구분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안전성 역시 짧은 관찰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이 분야에서 AI는 영상이나 움직임처럼 사람이 일일이 판독해야 했던 복잡한 자료의 특징을 정량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량화란 ‘좋아 보인다’는 인상을 수치와 동일한 기준으로 바꾸는 일이다. 연구자마다 달라질 수 있는 판정 편차를 줄이고, 사람이 놓치기 쉬운 작은 변화를 찾는다는 점에서 평가 플랫폼의 의미는 크다고 본다. 다만 이것은 이 플랫폼의 구체적 성능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AI 평가 기술이 일반적으로 지향하는 가능성이다.
정확도보다 먼저 공개할 것
반가운 시도일수록 기준은 엄격해야 한다. 어떤 자료로 AI를 학습했는지, 다른 연령과 질병 단계의 환자에게도 같은 판단이 가능한지, 틀렸을 때 얼마나 불확실한지를 밝혀야 한다. 특히 소수 환자 자료에 맞춰진 알고리즘은 익숙한 사례에서는 뛰어나도 새로운 환자에게 흔들릴 수 있다. AI의 점수 하나가 임상적 판단을 대체해서도 안 된다. 의료진이 결과의 근거를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준비할 것은 더 큰 모델만이 아니다. 여러 기관이 비교할 수 있는 공통 평가 기준, 실패와 부작용까지 포함한 데이터, 장기 추적 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규제기관도 치료제와 평가 알고리즘을 따로 보지 말고, 알고리즘 변경이 임상 판단에 미치는 영향까지 살펴야 한다. 환자에게는 AI가 무엇을 판단하고 무엇을 판단하지 못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세포치료의 미래를 앞당기는 것은 낙관적인 발표가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증거다. 이번 플랫폼이 개발 속도를 재촉하는 가속페달에 머무르지 않고, 위험과 한계를 함께 보여주는 계기판이 되기를 기대한다. AI의 가치는 치료 성공을 크게 말하는 데 있지 않고, 성공과 실패를 더 정직하게 구분하는 데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