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숲을 벗겨낸 지도—아마존에서 떠오른 2,500년 전의 기하학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08.03 13:15 · 수정 2026.08.20 14:50
레이저가 찾아낸 토루 432개와 ‘2만 개 문명’의 근거, 그리고 인구 130만 명을 둘러싼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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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목된 땅에 드러난 아크리주 파젠다 콜로라다 유적의 원형·사각 토루. (사진 출처=헬싱키대 연구진)

비행기에서 숲을 향해 레이저를 쏘고 나무에 가려진 신호를 하나씩 걷어내자, 2,500년 전 사람들이 판 도랑과 쌓아 올린 둑이 지도 위로 떠올랐다. 네모와 원, 다각형이 이어진 땅의 무늬였다. 돌이 없는 남서 아마존에서 금속 도구 없이 만든 ‘흙의 기하학’은 오랫동안 숲의 일부처럼 보였다. 그러나 숲은 비어 있지 않았다. 그 아래에는 지금까지 알려진 범위를 훨씬 넘어선 선식민기 문화권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르티 패르시넨 헬싱키대 명예교수가 이끈 16명의 연구진은 이 결과를 2026년 7월 2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헬싱키대와 투르쿠대, 핀란드 지리공간연구소, 브라질의 대학·연구기관이 참여했고 아푸리냥족 원주민 연구자 프란시스쿠 아푸리냥도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연구진은 이 문화권을 아크리강의 옛 이름에서 따온 ‘아키리(Aquiry)’라고 불렀다. 아푸리냥어로 ‘카이만 악어’를 뜻하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름, 곧 ‘악어의 강’이다.

숲의 지붕을 걷어낸 레이저 지도

연구진은 2024년 6월 6일부터 7월 1일까지 경비행기에 라이다(LiDAR·레이저로 거리를 재 지형을 그리는 기술)를 싣고 브라질 아크리주와 아마조나스주 상공 4,430km를 비행했다. 지상 약 1,125m 높이에서 초당 160만 발의 레이저를 쏘며 4,497km²를 훑었다. 1m²마다 평균 31.2개의 측정점을 얻어 50cm 해상도의 지형모델을 만들었고, 일부 지역에는 10cm 해상도의 드론 라이다도 사용했다.

위성사진이 ‘숲의 지붕 사진’이라면 라이다 지형모델은 ‘지붕을 걷어낸 바닥 지도’다. 레이저 대부분은 잎과 가지에 맞아 돌아오지만 일부는 잎 사이로 빠져나가 땅바닥에 닿는다. 연구진은 한 번 쏜 레이저가 잎, 가지, 지면에서 차례로 반사되는 신호를 모두 기록하는 풀웨이브폼 방식을 썼다. 소프트웨어로 지면에 닿은 점만 골라낸 뒤 비스듬히 빛을 비춘 것처럼 음영을 입히면, 숲 아래 도랑과 둑의 미세한 높낮이가 드러난다. 기계학습 예측모델은 사용하지 않았고 위성영상은 비교 자료로만 활용했다.

같은 지역에서도 이미 나무가 베어진 곳만 비교하자 차이는 더 선명했다. 위성영상이 찾아낸 구조물은 30개였지만 라이다는 156개를 확인했다. 정확히 5배다. 숲이 없는 곳에서조차 위성영상은 구조물의 80%를 놓치고 있었던 셈이다.

다만 라이다가 숲을 완전히 투명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구조물을 알아보려면 1m²당 지면점이 최소 0.3개, 다시 말해 약 3m²마다 레이저 한 발은 땅에 닿아야 했다. 조사 격자의 46.6%는 이 기준에 미치지 못했고, 넓게 이어진 확인 불가 구역도 전체의 13.7%였다. 빽빽한 동쪽 숲은 서쪽보다 레이저 투과율이 평균 10% 낮았다. 연구진은 이 때문에 구조물을 놓친 비율을 11~55%로 제시했다.

눈으로 확인한 432개, 표본에서 추산한 2만4,000~3만 개

연구진이 스캔 구간에서 직접 문서화한 토루는 432개다. 기존에 알려졌던 것은 36개뿐이어서 396개, 약 92%가 새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도랑을 두른 방형·원형 지오글리프(땅 위에 만든 거대한 기하학적 구조물), 도랑 없이 둑만 두른 사각·다각 구조물, 넓고 곧은 도로, 서기 1200년 이후의 마운드 마을이 포함됐다. 특히 둑만 있는 구조물은 위성영상으로 거의 보이지 않던 유형이다.

도랑은 폭 9~13m, 깊이 최대 5m였고 파낸 흙은 바깥쪽 둑을 만드는 데 쓰였다. 구조물 크기는 보통 0.35~14헥타르였다. 내부에서는 상시 거주 흔적이나 방어시설이 나오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초청받은 방문자들이 모이는 의례·정치 중심지로 해석했다. 대규모 관개시설도 확인되지 않아 볼리비아 카사라베 문화와는 차이가 있었다.

32개 유적에서 얻은 방사성탄소 연대 162개를 분석한 결과 기하학적 구조물은 기원전 600년부터 서기 850년까지 만들어졌고, 정점은 서기 100~300년이었다. 서기 850년 무렵 축조가 완전히 중단됐지만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같은 지역에는 서기 1200~1500년 마운드 마을이 새로 나타났으며, 인구가 교체된 흔적은 없었다.

‘2만 개 이상’이라는 표현은 여기서 주의해 읽어야 한다. 체계적으로 분석한 면적은 2,380km²로 연구진이 추정한 문화권 18만3,000km²의 약 1.3%에 불과하다. 이 표본을 전체로 외삽한 결과가 약 2만4,000~3만 개이며, 그중 약 3분의 2가 아키리기에 해당한다. 문화권의 추정 범위는 기존 6만km²에서 세 배로 늘어 현대 시리아와 비슷한 면적이 됐다. 그러나 실제로 눈으로 확인한 수는 어디까지나 432개다.

130만 명이었나, 1,800명이면 가능했나

구조물의 존재와 개수보다 더 큰 논쟁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수에서 벌어졌다. 공개된 동료심사 기록에서 심사자 6명은 네 차례 개정에 걸쳐 인구 추정을 따졌다. 연구진은 서기 100~300년 정점기 인구를 125만~300만 명, 미탐지를 보정하면 160만~380만 명으로 추산했다. 전역의 인구밀도는 1km²당 7.1~16.5명, 핵심부는 13.6~32.6명이라는 계산이다. 현재 아크리주의 인구밀도 5.1명과 비교하면 당시가 3~6배 붐볐다는 주장이다.

끝까지 게재에 반대한 익명 심사자는 “구조물 개수는 확실한 데이터지만, 인구 추정은 순전히 사변적이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름 200m 구조물 하나를 300명이 100일 동안 만들었다는 노동량을 동시 거주 인구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조건이라면 구조물 4,360개를 짓는 데 필요한 인구는 130만 명이 아니라 1,792명이며, 카사라베 문화와 비교한 상한도 약 21만 명이라고 계산했다. 라이다에서 농경시설이 하나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부양력 문제도 제기했다.

롤런드 플레처 시드니대 연구자도 18만3,000km²에 헥타르당 0.07~0.2명은 조밀하지 않으며, 조밀한 농촌은 헥타르당 2~5명이라고 반박했다. 정점기 200년으로 나누면 건설 속도는 한 세기에 0.5개꼴이고, 한 집단이 몇 년마다 새 구조물을 만들며 이동했다면 훨씬 적은 인구로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그는 다만 연구진의 공간 데이터 자체는 “훌륭하며 매우 중대한 정보”라고 평가했다.

반면 애나 루스벨트 시카고 일리노이대 연구자는 결과가 중요하고 견고하며 불확실성 서술도 이례적으로 정직하다고 평가했다. 열대우림의 부양력을 낮게 보는 반론에는 화전 농경만 상정한 낡은 전제가 깔렸으며, 아마존 주민들은 수목 작물에서도 많은 칼로리를 얻는다고 맞섰다. 실제 이 지역 토양은 아마존 내륙에서 양분이 가장 풍부한 축에 속하고 옥수수와 호박을 재배한 식물규소체 흔적도 확인됐다. 논문은 결국 게재됐지만, 최종본은 인구를 단일값이 아닌 넓은 범위로 제시하고 여러 계산 경로와 미탐지율을 함께 밝혔다.

‘원시림’이 간직한 사람의 흔적, 한국의 숲을 보는 법

20세기 중후반에는 척박한 열대우림 내륙이 대규모 정주 인구를 부양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아마존 전체의 선식민 인구도 150만~200만 명으로 추정됐다. 이번 연구는 아마존 전체의 3%도 되지 않는 지역에 그만큼의 인구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연구진은 ‘저밀도 도시성’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무엇을 도시라 부를지는 합의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숲의 생태도 과거 사람의 경계를 기억하고 있었다. 오늘날 브라질너트 나무의 서쪽 분포 한계는 기하학적 구조물의 서쪽 한계와 일치했다. 대나무 숲은 27~28년마다 집단으로 말라 죽어 불을 놓고 빈터를 만들 기회를 제공했다. 한 세기에 네 번뿐인 이 주기를 사람들이 1,500년 동안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패르시넨 교수는 이번 발견이 아마존 환경에 대한 인간의 영향이 기존에 생각한 것보다 컸음을 보여주며, 고대 아마존의 탄소 수지를 미래 기후 모형에 더 잘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원리는 한국의 산림 유적에도 적용되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이 발행하는 학술지에는 2023년 12월 경주 서악동 장산고분군과 충효동고분군을 드론 라이다로 조사한 연구가 실렸다. 정밀지표조사를 마친 장산고분군에서도 기존 자료로 알 수 없던 분포를 포함해 고분 404기가 확인됐고, 일제강점기 발굴 이후 조사가 없던 충효동고분군에서는 미조사 고분의 현황을 새로 파악했다. 다만 국내 라이다 문화재 조사는 주로 산성에 한정돼 고분 조사에는 아직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진단도 나왔다.

아마존 조사의 마지막 단서는 발견물이 아니라 빈자리였다. 푸루스강과 주루아강 사이 약 800km에서는 토루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숲이 너무 빽빽해 레이저가 땅에 닿지 못했을 수도 있고, 실제로 사람이 살지 않은 고대의 완충지대였을 수도 있다. 연구진은 아직 어느 쪽인지 확정하지 못했다. 숲을 걷어낸 지도에서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은 긴 구간이 오히려 문명의 경계를 그렸다.

독도에 처음 뜬 라이다, 한국에선 유적보다 나무를 먼저 쟀다

숲을 걷어내는 이 기술이 한국에 들어온 첫 무대는 유적이 아니라 섬이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19년 10월 천연기념물 독도에 라이다를 실은 드론을 띄웠다. 자연유산 조사에 드론 라이다를 쓴 국내 첫 사례로, 연구소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보존관리 연구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장비는 오차 15mm 수준으로 초당 10만 회를 재고 한 번 날아 250m 폭을 훑는다. 경비행기에서 초당 160만 발을 쏘며 4,497km²의 지붕을 걷어낸 아마존 조사와는 애초에 체급이 다르다.

대신 한국에서 라이다가 먼저 자리 잡은 곳은 산림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2021년부터 지상·드론·헬기 라이다를 겹쳐 디지털 산림자원조사를 해 왔다. 사람이 나무마다 높이와 가슴높이지름을 자로 재던 일을 레이저가 대신해, 나무 한 그루의 형상을 3차원으로 되살린 뒤 재적(목재 부피)을 계산한다. 같은 원리로 만든 지면 모델이 한쪽에서는 나무를 세고, 다른 쪽에서는 2,500년 전 도랑을 찾아낸 셈이다.

한 번 걷어낸 지면, 질문은 나눠 쓸 수 있다

독도 조사를 알리며 연구소가 내건 다음 계획은 천연보호구역 11곳과 명승 113곳으로의 확대였다. 목적은 지형 변화와 재해에 대비한 기록이었다. 산림과학원이 라이다를 도입한 이유도 인력과 시간이었다. 두 계획 어디에도 '숲 아래 사람의 흔적'은 항목으로 들어 있지 않다.

아마존 조사가 남긴 실무적 함의는 여기에 있다. 지면 모델은 목적을 가리지 않는다. 목재량을 재려고 얻은 점구름에서 둑과 도랑이 드러날 수 있고, 반대로 유적을 찾으려 띄운 비행이 산림 자료가 된다. 다만 조건이 붙는다. 아마존 연구진이 구조물을 알아보는 데 필요하다고 본 지면점 밀도를 국내 산림·측량 자료가 충족하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하고, 자료의 소유와 공개 범위도 기관마다 다르다. 장비와 기술은 이미 국내에 있다. 나뉘어 있는 것은 데이터와 질문 쪽이다.

자료: 헬싱키대, 투르쿠대, 핀란드 지리공간연구소, 아크리 연방대, 브라질 국가역사예술유산연구소, 시카고 일리노이대, 시드니대, 국립문화재연구원·국가유산청·국립산림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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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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