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내 몸의 암인데 DNA는 ‘남의 것’…메기 사이를 옮겨 다닌 담수 최초 전염암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03 15:44 · 수정 2026.08.20 14:50
23~42%는 ‘암 확진률’ 아닌 검은 병변 비율…한 암세포 계통이 여러 숙주에서 살아온 유전체 증거
[기획] 내 몸의 암인데 DNA는 ‘남의 것’…메기 사이를 옮겨 다닌 담수 최초 전염암
전염성 흑색종이 확인된 브라운 불헤드(Ameiurus nebulosus). 연구 대상인 멤프리마고그호 개체는 아니다. (사진=Mikael Nyman, 위키미디어 커먼스, CC BY 4.0)

내 몸에서 떼어낸 종양인데, 그 DNA가 내 정상 조직보다 다른 물고기의 종양과 더 닮았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미국 버몬트주와 캐나다 퀘벡주에 걸친 멤프리마고그호의 브라운 불헤드 메기에서 실제로 이런 유전적 관계가 발견됐다.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물고기마다 새 종양을 만든 것이 아니라, 한 물고기에서 시작한 암세포의 후손들이 숙주를 바꿔 가며 살아온 흔적이었다. 2026년 7월 22일 발표된 연구에서 연구진은 이를 암세포 자체가 전파되는 어류 최초이자 담수 생태계 최초의 자연발생 클론성 전염암으로 보고했다.

검은 병변 42%, 그러나 모두 암은 아니다

이 호수의 이상 징후는 2012년 현장에서 보고되기 시작했다. 2014~2017년 버몬트 쪽 두 조사구에서 전기어획한 전장 200㎜ 이상 메기 가운데 검고 평평하거나 솟아오른 병변이 관찰된 비율은 23~37%였다. 전체로는 592마리 중 약 30%였다. 2023년에는 호수 7개 지점의 전장 200㎜ 이상 개체 427마리를 조사했으며, 전체 병변 비율은 26.5%, 지점별로는 18~42%였다. 따라서 흔히 눈에 띄는 ‘최대 37%’는 최신 상한도 아니며, ‘메기의 37%가 전염성 암에 걸렸다’는 뜻도 아니다.

이 차이는 검은 점과 암 확진을 구분해야 이해할 수 있다.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평평한 검은 병변 가운데에는 뚜렷한 종양 덩어리 없이 색소세포 증식과 염증만 나타난 사례가 있었다. 반면 진행된 융기 병변에서는 악성 흑색종이 피하조직과 골격근, 뼈까지 파고들었고 아가미·난소·장으로 전이된 사례도 확인됐다. 2020년 병리 연구는 병변 개체 20마리, 외관상 정상인 호수 개체 20마리, 비교 수역의 정상 개체 10마리를 조사해 악성 흑색종의 존재를 확진했다. 하지만 육안으로 집계한 병변 비율 전체를 곧바로 암 확진률로 바꿔 부를 수는 없다.

크기와 병변 사이의 관계도 관찰됐지만 이유는 아직 모른다. 2014~2020년 장기 조사한 두 지점에서는 전장 200㎜ 이상 개체의 병변 비율이 각각 33.6%와 33.5%였고, 200㎜ 미만 61마리에서는 병변이 발견되지 않았다. 2023년 조사에서도 200㎜ 미만 78마리에게서는 병변이 보이지 않았다. 어린 개체가 덜 노출되는 것인지, 번식 행동이 관련됐는지, 병변이 나타나기까지 긴 잠복기가 필요한지는 판별되지 않았다.

종양의 ‘DNA 여권’이 밝힌 진짜 소유자

일반적인 암은 한 개체의 정상세포에서 생겨난다. 그러므로 종양 DNA를 가계도에 올리면 다른 물고기의 종양보다 그 종양을 지닌 물고기의 정상 조직에 가장 가까워야 한다. 이번에는 반대였다. 서로 다른 메기의 종양들이 각자의 숙주와 떨어져 하나의 유전적 집단을 이뤘다. 클론성 전염성 암은 바로 이렇게 한 창시 개체에서 생긴 암세포 계통이 다른 개체에 정착해 증식하는 질환이다. 숙주는 계속 바뀌지만 암세포의 가계는 이어지는 셈이다.

연구진은 먼저 건강한 브라운 불헤드의 참조 유전체, 즉 비교용 DNA 지도를 조립했다. 이어 멤프리마고그호에서 얻은 종양과 같은 물고기의 정상 조직 19쌍을 전장유전체 수준에서 비교했다. 이 가운데 핵심 품질 기준을 통과한 분석 대상은 16쌍이었다. 또 2015년 종양과 정상 조직 9쌍의 기존 RNA 자료를 재분석하고, 호수 안에서 병변이 없는 메기의 정상 뇌 조직 84개와 버몬트·뉴햄프셔·메인의 외부 비교 개체 10마리도 대조군으로 활용했다.

첫 단서는 미토콘드리아 DNA였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구조이며 자체 DNA를 지녀 세포 계통의 표지처럼 쓸 수 있다. 종양과 그 숙주의 정상 조직은 미토콘드리아 단일염기변이 위치가 32~37곳이나 달랐다. 한 정상 조직 안에서 관찰된 차이는 표본당 최대 4곳이었다. 더욱이 2015년과 2019년, 2023년에 채취한 종양들이 하나의 미토콘드리아 단일계통군, 즉 같은 조상에서 갈라진 한 가지에 모였다. 이 암 계통이 적어도 2015년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뜻이지만 최초 발생 연도와 장소까지 알려주는 결과는 아니다.

핵 DNA에서도 반복된 하나의 가계도

미토콘드리아 증거만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세포의 주된 유전정보가 담긴 핵 DNA도 조사했다. 전체 표본의 계통수를 만드는 데 단일염기변이, 즉 DNA 글자 하나가 달라진 위치 68만6296곳을 사용했다. 품질 기준을 통과한 16쌍에서는 종양에만 있는 단일염기변이가 24만5189곳, 정상 뇌에만 있는 변이가 6만1699곳으로 집계됐다. 종양 전용 변이가 약 3.9배 많았다.

변이가 공유되는 방식은 더 뚜렷했다. 종양 전용 변이의 59%는 16마리 가운데 최소 14마리의 종양에서 함께 발견됐다. 반대로 정상 뇌 전용 변이의 83.4%는 단 한 마리에서만 나타났다. 서로 다른 물고기의 종양들이 우연히 비슷한 암을 각각 만든 것이라면 이처럼 많은 변이를 공동으로 물려받은 한 집단을 이루기 어렵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여러 종양이 같은 암세포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증거로 판단했다.

DNA 글자 하나의 변화뿐 아니라 구조변이와 복제수변이도 같은 결론을 가리켰다. 구조변이는 DNA의 큰 구간이 뒤집히거나 이동하는 변화이고, 복제수변이는 특정 구간의 사본 수가 늘거나 줄어드는 변화다. 복제수변이 양상의 평균 상관계수는 서로 다른 종양끼리 0.83이었지만 종양과 같은 물고기의 정상 조직 사이는 0.22였다. 1에 가까울수록 변화 패턴이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양들은 각자의 숙주보다 서로를 훨씬 더 닮은 셈이다.

종양과 특별히 연결된 바이러스나 미생물 속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동물·진핵생물 바이러스 검출량이 적어 정식 통계분석을 할 수 없었으므로 ‘바이러스가 절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현재 유전체 자료가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설명은 바이러스가 물고기마다 새 암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암세포 자체가 전파됐다는 것이다.

전파 경로는 미지수…발견의 의미와 남은 질문

가장 큰 한계는 직접 전파실험이 없다는 점이다. 암세포를 건강한 메기에 노출해 같은 암이 생기는지 확인한 수조 실험은 발표되지 않았다. 공개 동료심사에서도 직접 감염실험의 부재와 낮은 종양 순도, 표본별 시퀀싱 방식의 차이, 미토콘드리아 DNA 의존 문제가 제기됐다. 연구진은 종양 중심부를 다시 채취해 시퀀싱하고, 핵 DNA의 구조변이·복제수변이와 미생물 분석을 보강했다. 수정 뒤 심사자들은 단일 암세포 계통이라는 결론을 지지했다. 직접 실험의 부재는 중요한 한계지만, 현재의 유전체 결론과 맞먹는 반증이 제시된 것은 아니다.

암세포가 어떻게 한 물고기에서 다른 물고기로 넘어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산란기의 접촉, 가슴지느러미 가시가 낸 상처, 아가미·입·비늘 없는 피부, 물속의 유리세포, 퇴적물 매개가 후보로 거론되지만 모두 연구 가설이다. 비소와 아연, 산화손상 소견도 관찰됐으나 오염이 암을 시작시켰다는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 종양이나 색소세포가 금속을 더 축적했거나, 오염이 면역을 약화해 암세포 정착을 도왔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치명률과 자연 회복률, 감염 뒤 잠복기, 호수 개체군과 어업에 미치는 영향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사람에게 옮았다는 증거는 없지만 사람이나 다른 어종을 대상으로 종간 감염을 시험한 연구도 아니므로 위험이 0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대상인 브라운 불헤드는 한국 토종 메기와 다른 종이며, 국내 자연수계나 양식장에서 이와 같은 암세포 클론이 확인된 사례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발견의 의미는 인체 암에 대한 공포를 키우는 데 있지 않다. 살아 있는 암세포가 숙주를 갈아타며 이어지는 현상이 개와 태즈메이니아데블, 해양 이매패류에 이어 네 번째 주요 동물 유형인 어류에서도 확인됐고, 그 생태적 범위가 담수 척추동물까지 넓어졌다는 데 있다. 이제 남은 질문은 그 암이 어디에서 처음 생겼는지, 어떤 문을 통해 새 숙주로 들어가는지, 감염된 개체와 호수 생태계에 어떤 결과를 남기는지다.

한국의 감시망은 '병원체 목록'으로 짜여 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1월 제4차 수산생물질병관리대책(2026~2030)을 확정했다. 3차 대책을 거치는 동안 법으로 관리하는 병원체는 26종에서 29종으로 늘었고, 이번에는 법정 수산생물전염병을 치사율과 전파력에 따라 1~3종으로 나눠 방역 조치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진단의 기준을 대는 자리도 국내에 있다. 국립수산과학원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24년 5월 수산생물 유전자 진단 표준물질 분야에서 세계 첫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협력센터로 지정됐다. 없는 병을 있다고, 있는 병을 없다고 읽는 오류를 줄이는 기준 시료를 만드는 역할이다.

다만 이 체계가 세는 단위는 병원체다. 어떤 바이러스, 어떤 세균, 어떤 기생충이 검출되는가가 목록의 문법이다. 멤프리마고그호에서 문제가 된 것은 그중 어느 것도 아니었다. 호수를 건너다닌 것은 병원체가 아니라 세포였다.

검사는 찾도록 설계된 것만 찾는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대책을 세운 배경으로 기후변화와 양식 품종의 다양화로 새로운 질병이 생기고 병원체가 퍼질 위험이 커졌다는 점을 들었다. 대책에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질병 예측 기술 개발과 전자검역증명서 적용국 확대(2025년 3개국→2030년 8개국)가 담겼다.

여기서 따라 나오는 함의는 단순하다. 신종 질병을 찾는 방법이 이미 알려진 병원체를 겨냥한 검사에 기대는 한, 병원체가 없는 질환은 그물을 그대로 통과한다. 이번 연구에서도 결정적 단서는 병원체 검출이 아니라 종양과 숙주의 DNA를 나란히 놓고 견준 데서 나왔다. 그런 비교는 양식 대상종의 폐사 원인을 가리는 통상적인 검사 항목에는 들어 있지 않다. 이번 대책의 무게중심 역시 양식 현장의 검역과 방역,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에 놓여 있다. 상품 가치가 없는 자연 수계 어류의 종양을 유전체 수준에서 들여다볼 계기가 어디서 만들어질지는 아직 답이 비어 있는 칸이다.

자료: 버몬트대학교, 워싱턴대학교, 유타대학교, 미국지질조사국, 버몬트주 어류·야생동물부·해양수산부·국립수산과학원·농림축산검역본부·세계동물보건기구(WO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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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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