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DNA ‘복붙 흔적’이 지운 SPAST의 마지막 장…이웃 유전자까지 흔들었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03 17:41 · 수정 2026.08.20 14:50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중심 연구진, 환자 결실을 인간 뇌 오가노이드에 재현해 ZnT6 감소·아연 불균형·골지체 파편화의 연결고리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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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NIH Image Gallery from Bethesda, Marylan, Public domain)

책을 복사하다 똑같이 생긴 문단을 잘못 맞추면 그 사이 여러 쪽이 통째로 빠질 수 있다. 인간 DNA에도 이런 사고를 부르는 ‘닮은 문장’이 100만 사본 넘게 들어 있다. Alu 반복서열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중심 연구진은 환자에게서 발견됐던 Alu 연관 SPAST 17번 엑손 결실을 인간 배아줄기세포에 CRISPR/Cas9으로 재현했다. 이 세포로 만든 인간 피질 오가노이드에서는 SPAST–SLC30A6 융합 RNA, ZnT6 감소, 세포질 아연 증가, 골지체 파편화가 차례로 나타났다. 뇌를 그대로 복제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 신경조직의 발달 모습을 입체 배양으로 살피는 ‘미니 장기’에서 유전자 결실의 여파를 추적한 것이다.

100만 개의 닮은 문장, SPAST에는 더 빽빽했다

Alu는 약 300bp, 곧 DNA 문자 약 300개 길이의 반복서열이다. 인간 게놈의 약 10∼11%를 차지한다. 서로 다른 위치의 Alu가 지나치게 비슷하기 때문에 DNA 복구 과정에서 같은 자리로 잘못 짝지어지면 그 사이 구간이 사라질 수 있다. 특히 SPAST 좌위는 약 36%가 Alu로 채워져 구조변이에 취약하다. 다만 이번 연구진이 오가노이드 안에서 Alu 재조합이 자연적으로 벌어지는 순간을 관찰한 것은 아니다. 환자에게서 확인된 결실의 ‘결과’를 유전자편집으로 다시 만든 연구다.

SPAST 변이는 상염색체우성 HSP와 관련된다. 이 질환의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1∼5명이며, SPAST는 유전성 상염색체우성 HSP의 약 40%, 가족력 없는 단독 HSP의 약 20%를 차지한다. 국내에서도 2010∼2024년 단일 의뢰 코호트 657명 가운데 121명에게서 병원성 또는 병원성 가능 변이가 확인됐고, 그중 101명이 SPAST 변이를 지녔다. 엑손 단위 복제수변이는 5명에게 있었지만, 이번 연구와 같은 17번 엑손 단독 결실은 보고되지 않았다. 이 수치는 전국 유병률이 아니라 특정 의뢰 집단의 결과다.

결실 자체가 새로 발견된 것은 아니다. 2011년 연구는 서로 무관한 환자 3명의 이형접합 17번 엑손 결실 경계에서 Alu와 미세상동성, 즉 짧게 겹치는 DNA 서열을 확인했다. 2014년에는 환자 림프모구세포에서 여러 종류의 SPAST–SLC30A6 융합 RNA가 검출됐다. 2026년 7월 29일 게재된 이번 연구의 새 기여는 이 현상을 인간 피질 오가노이드에서 기능적으로 재현하고, 아연 불균형에서 골지체·지질·단백질 이상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분리 실험과 부분 구제로 시험했다는 데 있다.

마침표가 사라지자 8kb 아래 ‘옆집’까지 읽었다

연구진은 H9 인간 배아줄기세포에서 CRISPR/Cas9으로 17번 엑손 양쪽을 잘라 두 대립유전자 모두에 결실이 생긴 동형접합 클론을 만들었다. 17번 엑손은 SPAST의 마지막 장이다. 이 엑손과 전사종결 부위가 없어지자 전사 장치는 멈추지 않고 약 8kb 아래에 같은 방향으로 놓인 SLC30A6까지 읽은 것으로 해석됐다. 8kb는 DNA 문자 약 8000개에 해당하는 거리다.

연구진은 SPAST 엑손 16과 SLC30A6 엑손 2, 그리고 SPAST 엑손 12와 SLC30A6 엑손 7이 이어진 접합부를 RT-PCR로 증폭하고 염기서열 분석으로 확인했다. 여기서 ‘융합’은 DNA에서 두 유전자의 몸통이 하나로 붙었다는 뜻이 아니다. 한 유전자의 전사가 이웃 유전자까지 이어진 융합 RNA, 또는 키메라 전사체가 생겼다는 의미다. 기능성 융합 단백질이 만들어졌다는 증거도 없다.

결실 오가노이드에서는 SLC30A6 mRNA가 약 20%, 이 유전자가 만드는 ZnT6 단백질은 약 50% 줄었다. 골지체가 단백질과 지질을 분류·포장하는 택배 허브라면, ZnT6는 아연을 골지체 안으로 옮기는 출입문에 가깝다. ZnT6가 감소한 오가노이드에서는 세포질 아연이 증가했고, 골지체의 납작한 주머니인 시스터나는 짧아지고 잘게 나뉘었다. 지질방울과 중성지방, 유비퀴틴 표지가 검출된 단백질, 분비 Aβ₁₋₄₂가 늘었으며 신경세포 사멸은 약 4배로 증가했다. 100일 오가노이드에서는 유비퀴틴 양성 면적이 약 2배, 응집 단백질이 약 2.5배였다. 반면 지질과산화는 P=0.0554로 통상적인 유의성 기준 0.05를 넘었으므로 유의한 증가로 단정할 수 없다.

SPAST만 낮춰서는 같은 이상이 생기지 않았다

핵심은 ‘어느 유전자의 부족이 문제인가’를 가른 실험이다. 정상 계열에서 SPAST만 siRNA로 낮췄을 때 ZnT6와 세포질 아연, 골지체 관련 지표는 유의하게 달라지지 않았다. 반대로 SLC30A6를 100nM siRNA로 48시간 억제하자 골지체와 지질 이상이 재현됐고, 지질방울 크기는 약 5배가 됐다. 이는 이번 결실이 SPAST 하나의 전원을 끈 데 그치지 않고 이웃한 SLC30A6의 배선까지 건드린 구조변이라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결실 세포에 SLC30A6를 다시 발현시키자 일부 이상이 완화됐다. 그러나 정상 세포에서 이를 과발현해도 골지체와 지질 이상이 나타났다. ZnT6는 많을수록 좋은 치료 표적이 아니라 적정 발현량을 유지해야 하는 단백질이라는 뜻이다. 연구진은 100일째부터 50일 동안 TPEN 1µM 또는 GRASP 관련 시약 1µg/mL을 처리하는 구제 실험도 했다. 배지의 Aβ₁₋₄₂는 약 200pg/mL에서 135∼140pg/mL로 낮아졌다. 하지만 GRASP 시약은 논문 안에서도 항체·펩타이드·단백질, 일부 그림에서는 GRASP65로 표기가 엇갈린다. TPEN도 아연에만 선택적인 물질이 아니다. 따라서 이 결과는 사람의 치료 성과가 아니라 배양 오가노이드에서 경로를 되짚은 실험으로 봐야 한다.

진단의 시야는 넓혔지만, 질병과 치료를 확정하진 못했다

연구진은 배양 오가노이드에 이어 생쥐 뇌에 이식한 오가노이드와 사람 사후 뇌 조직을 살폈다. 이식 90일 뒤 유비퀴틴 양성 물질이 점과 알갱이 형태로 관찰됐지만 결실군과 야생형의 정량 차이는 P=0.1561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 실험은 병리 관찰용이며 치료 효능, 동물 행동, 전신 독성을 시험하지 않았다.

사후 조직은 정상 10명과 알츠하이머병 환자 13명의 것이었고, 환자군의 ZnT6는 높거나 낮은 사례가 섞였다. 별도의 알츠하이머병 뇌 RNA 2건 가운데 1건에서 융합 RNA가 확인됐지만, 같은 사람에게서 Alu 연관 DNA 결실과 절단점, ZnT6 변화, 골지체 병리를 한꺼번에 연결하지는 못했다. 17번 엑손 결실이 치매나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킨다고 말할 근거는 부족하다.

모델 자체의 한계도 뚜렷하다. 실제 SPAST-HSP는 대부분 한쪽 대립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이형접합 질환이지만, 이번 모델은 H9이라는 한 유전적 배경에서 양쪽 17번 엑손을 없앴다. 표현형이 실제 환자보다 크게 나타났을 수 있다. 환자유래 iPSC나 별도 기증자의 세포에서도 같은 경로를 재현하지 않았다. 2014년 환자 림프모구세포에서는 융합 RNA가 있어도 전체 SLC30A6 발현량이 건강인 8명보다 유의하게 낮지 않았다. 세포 종류와 발달단계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가능성을 남긴다. 논문 공개 5일 뒤인 2026년 8월 3일 현재 독립 재현이나 공식 정정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결실 변이를 읽는 방식을 바꿀 질문을 던진다. ‘유전자 하나가 줄었는가’만 볼 것이 아니라 정확히 어디서 끊겼는지, 마지막 엑손과 종료 신호가 사라졌는지, 같은 방향의 이웃 유전자까지 침범했는지, 융합 RNA가 생겼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SPAST 17번 엑손 말단 결실은 일반적인 SPAST 기능 상실과 다른 경로를 만들 수 있다. 진단의 해상도를 높인 기전 연구이지만,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나 임상 치료법을 확정한 연구는 아니다.

사람 세포 모델은 지금 규제 문서 안으로 들어가는 중이다

이 연구가 쓴 도구는 국제 정책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025년 4월 동물모델에 기대던 관행을 줄이고 오가노이드와 장기칩처럼 사람 세포를 기반으로 한 연구기술을 우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지난 6월 규제 시험에서 동물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로드맵을 내놨다.

다만 이 문서들이 겨냥하는 것은 주로 신약의 독성과 효능을 재는 시험이다. 이번 연구가 오가노이드로 한 일은 결이 다르다. 환자에게서 이미 확인된 결실이 세포 안에서 어떤 순서로 사고를 일으키는지 되짚는 쪽이었다. 같은 배양 접시를 써도 요구되는 증명이 갈린다. 신약 시험용 모델에는 사람에서의 예측력을 통계로 입증하라는 요구가 붙지만, 기전 연구에는 다른 유전적 배경과 다른 세포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는가라는 질문이 먼저 온다.

재현할 환자가 있어야 다음 문장이 써진다

이 경로가 배양 접시 밖으로 나가려면 같은 자리에서 끊긴 변이를 지닌 사람을 실제로 찾아야 한다. 국내에서 그 저수지 역할을 맡은 것이 2024년 시작된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이다. 2032년까지 유전체와 임상정보를 모으는 이 사업의 1단계 목표는 2028년까지 77만2,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5%에 해당한다. 그 가운데 희귀질환자 몫이 4만7,000명, 중증질환자가 14만 명이다.

진도는 더디다. 국내 보도로 공개된 사업단 집계를 보면 올해 4월 말까지 확보된 희귀질환자는 1단계 목표의 10%에 미치지 못했고, 중증질환자는 그보다도 낮았다. 사업단은 연구 인력과 참여 유인이 부족한 점을 원인으로 들며 희귀질환·중증질환 참여기관을 추가로 선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가노이드에서 그린 경로는 결국 사람의 유전체에서 확인되거나 기각된다. 지금 얇은 쪽은 배양 기술이 아니라 그 데이터다.

자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뇌은행, 삼성서울병원·미국 국립보건원(NIH)·유럽연합 집행위원회·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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