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자원이 실험실을 넘어 시장에 닿으려면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11 05:45
학생 참여형 바이오식품 개발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한 조건
기사 대표 이미지
(사진 출처=성신여자대학교)

지역 자원으로 새로운 식품을 만든다는 말보다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학생이 개발 과정에 참여한다는 대목이다. 대학의 지역협력이 일회성 체험이나 홍보 행사에 머물지 않고, 학생이 문제를 정의하고 검증하는 연구의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신여대가 영월의 자원을 활용해 바이오식품 개발에 학생을 참여시키는 시도는 그런 점에서 반갑다. 그러나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 곧 좋은 지역산업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만들었느냐보다 어떤 근거로, 누구와 함께,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제품을 만드느냐에 있다.

바이오라는 이름보다 검증이 먼저다

바이오식품은 생물의 성분이나 발효·효소 같은 생명과학 기술을 활용해 기능이나 품질을 높인 식품을 넓게 가리킨다. 이름은 첨단처럼 들리지만 개발의 기본은 오히려 소박하고 엄격하다. 원료의 성분이 일정한지, 섭취해도 안전한지, 기대한 기능이 실제로 확인되는지, 가공과 보관 과정에서도 품질이 유지되는지를 차례로 검증해야 한다. 지역 농산물은 산지와 수확 시기에 따라 성분 편차가 생길 수 있어 표준화도 필요하다. 효능을 암시하는 표현이 과학적 근거보다 앞서면 지역의 신뢰까지 함께 훼손될 수 있다.

최근 대학의 지역혁신 사업은 교육과 창업, 지역문제 해결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학생에게는 전공 지식을 현실의 제약 속에서 시험할 기회이고, 지역에는 익숙한 자원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할 계기가 된다. 하지만 시제품 발표로 사업이 끝나거나 외부 전문가가 설계를 주도하고 학생은 보조 역할에 머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생산자 역시 원료 공급자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자원의 특성과 현장 경험을 가진 공동 개발자로 참여하고, 성과와 지식재산의 귀속도 처음부터 투명하게 정해야 한다.

성과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

필자는 이런 사업의 평가지표가 제품 수나 행사 규모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학생이 실험 설계와 실패 원인 분석을 얼마나 직접 수행했는지, 원료 공급과 품질 관리 체계를 지역 안에 남겼는지, 실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가격과 맛을 갖췄는지를 물어야 한다. 안전성 자료와 재현 가능한 제조법, 지역 사업자가 이어받을 수 있는 기술 문서도 성과에 포함해야 한다.

영월의 이름을 붙인 상품 하나를 만드는 데 그친다면 효과는 짧다. 반대로 학생의 연구 역량, 지역 생산자의 소득, 과학적으로 신뢰받는 제품이 함께 자라는 구조를 만든다면 대학과 지역의 협력은 지속 가능한 혁신이 된다. 이번 시도가 바이오라는 수식어를 소비하는 사업이 아니라, 지역 자원을 책임 있게 이해하고 시장까지 연결하는 훈련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한국R&D신문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화학·물리·의학·생명 — 신소재·촉매·양자·물성, 의학·제약·바이오
댓글 0 최신순 추천순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0 / 400 · 회원 로그인 시 닉네임으로 작성 · 비회원 수정은 작성 후 1분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