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소프트웨어, 몸은 하드웨어"…투모로로보틱스·레인보우로보틱스, AI 휴머노이드 손잡았다

사람 곁에서 일하는 로봇의 오랜 한계는 '시키는 것만 한다'는 데 있었다. 컨베이어 앞에서 같은 팔 동작을 정확히 반복할 뿐, 눈앞의 상자가 어디에 놓였는지, 어떻게 집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가늠하지는 못했다. 이 벽을 넘기 위해 로봇의 '머리'를 만드는 회사와 '몸'을 만드는 회사가 한 팀을 이뤘다.
투모로로보틱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는 7월 21일 세종특별자치시 레인보우로보틱스 본사에서 피지컬 AI(Physical AI) 기반 로봇의 공동개발과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피지컬 AI는 화면 속 데이터가 아니라 실제 몸을 가진 로봇이 물리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배우고 판단하는 기술을 가리킨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역할을 나눠 맡다
이번 협력의 뼈대는 명확한 역할 분담이다. 투모로로보틱스는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부분을 맡는다. 여러 작업에 두루 쓰이도록 대규모로 사전 학습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AI 에이전트, 로봇 운영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작업 시나리오를 분석해 데이터를 모으고 학습·추론시키는 과정, 시스템 통합과 현장 운영 환경 구축까지 담당한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로봇의 몸을 책임진다. 로봇 하드웨어와 제어 인터페이스는 물론, 센서와 구동계, 기구 구조, 제어·안전 기술을 제공한다. 로봇 팔부터 사족보행 로봇까지 실제 기계를 만들어 온 하드웨어 역량을, 투모로로보틱스의 AI 소프트웨어와 결합하겠다는 구상이다.
두 회사가 그리는 결과물은 이른바 'AI-Native 휴머노이드'다. 주변 환경을 인식한 뒤 무엇을 할지 스스로 판단하고, 여러 단계로 이어지는 복합 작업을 처리하는 로봇이다. 예컨대 물류센터나 제조 현장에서 물건을 알아보고 집어 든 다음, 원하는 위치로 옮기고, 적재하거나 설비를 조작하는 일련의 흐름을 하나로 이어 수행하는 식이다.
세 단계로 밟아 올라, '작업을 파는' 사업으로
두 회사는 협력을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먼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동해 초기 작업을 검증하고, 이어 현장 실증을 거쳐 성능을 끌어올린 뒤, 최종적으로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운영을 자동화하는 순서다.
주목할 대목은 그 끝에 놓인 사업모델이다. 두 회사는 마지막 단계에서 WaaS(Work as a Service) 모델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로봇이라는 장비 자체를 판매하는 대신, 로봇이 해내는 '작업 수행 능력'을 서비스처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방식이다. 고객은 값비싼 로봇을 사서 직접 운용하는 부담 없이, 필요한 작업만 서비스로 이용하게 된다.
장병탁 투모로로보틱스 대표는 "피지컬 AI의 상용화는 AI 모델 개발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실제 로봇과 현장에 적용해 반복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하고 성능을 개선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호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는 "로봇이 산업 현장에서 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하드웨어뿐 아니라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는 AI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은 과제는 '실험실에서 현장으로'
다만 협약은 출발점일 뿐, 손에 잡히는 성과까지는 넘어야 할 문이 남아 있다. 이날 두 회사는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상용화 시점, 실증 현장 등 세부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람 곁에서 물건을 다루는 로봇일수록 오작동이 곧 안전 문제로 이어지는 만큼, 통제된 시연을 넘어 예측 불가능한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입증하는 일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로봇의 '지능'과 '신체'를 각각 잘 만들어 온 두 기업이 판단 능력과 하드웨어를 맞붙였다는 점에서, 이번 협력은 국내 피지컬 AI 로봇 개발의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시도로 읽힌다. 실험실의 알고리즘이 산업 현장의 노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두 회사의 단계별 검증이 그 답을 내놓게 된다.
자료: 투모로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