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로 익힌 응급 수혈장비, 설치시간 62% 줄였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25 05:42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간호사 42명 무작위 비교…수혈 속도 아닌 장비 준비 단계에서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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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U.S. Army / Spc. Daniel Thompson, Public domain — DVIDS, U.S. federal gove)

사용할 일은 드물지만 위급할 때 곧바로 다뤄야 하는 수혈장비 교육에서 증강현실이 준비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무작위 대조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실제 장비 위에 조작 순서와 시연 영상을 겹쳐 보여주는 방식으로 배운 응급실 간호사들은 인쇄 매뉴얼로 학습한 간호사보다 장비 설치를 62% 빠르게 마쳤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손명희 교수와 간호본부 응급간호파트 연구팀은 응급실 간호사를 대상으로 증강현실, 즉 AR 기반 Level-1 급속 주입기 교육 효과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2026년 8월 13일 JMIR Medical Education에 게재됐으며 임상시험 정보는 ClinicalTrials.gov에 등록됐다.

Level-1 급속 주입기는 저혈량성 쇼크와 중증 외상, 대량 출혈처럼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혈액이나 수액을 빠르게 투여하는 장비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자주 발생하지 않아 간호사가 숙련도를 유지할 만큼 장비를 반복해서 사용하기 어렵다. 교육에 필요한 실제 장비와 공간, 숙련된 교육자도 제한적이라는 점이 AR 교육을 검토한 배경이었다.

연구진은 2023년 7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간호사 가운데 Level-1 사용 경험이 없는 42명을 모집했다. 참가자는 AR 교육군과 인쇄 매뉴얼 교육군에 각각 21명씩 무작위로 배정됐으며, 교육을 마친 직후 실제 장비를 조작하는 평가를 받았다. 무작위 배정은 연구자의 선택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참가자를 임의로 나누는 연구 방식이다.

AR군은 머리에 쓰는 증강현실 기기인 HoloLens 2와 Dynamics 365 Guides를 이용했다. 참가자가 실제 급속 주입기를 바라보면 단계별 설명과 필요한 준비물, 손을 대야 할 조작 위치, 시연 영상이 장비 위에 겹쳐 나타났다. 별도의 화면과 장비 사이를 번갈아 보는 대신 현재 수행해야 할 작업을 실제 조작 위치에서 확인하도록 구성한 것이다.

AR 교육은 더 많은 학습시간을 요구했다. 학습시간 중앙값은 AR군 18.20분, 인쇄 매뉴얼군 8.98분이었다. 중앙값은 참가자의 시간을 순서대로 늘어놓았을 때 한가운데에 놓이는 값이다. 교육 자체는 약 두 배 길었지만 교육 직후 장비를 설치하는 단계에서는 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장비 설치시간은 AR군 3.67분, 대조군 9.85분으로 AR군이 62% 짧았다. 전체 수행시간도 각각 5.83분과 13.63분으로 약 57% 줄었으며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다만 이 수치를 혈액이 환자에게 더 빨리 들어갔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62% 단축은 수혈 자체가 아니라 급속 주입기를 설치하는 데 걸린 시간에서 확인된 효과다.

실제로 수액 주입시간은 AR군 0.50분과 대조군 0.65분으로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다. 수혈 단계 역시 1.50분과 2.05분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결과의 핵심은 장비를 꺼내 구성하고 작동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준비 과정이 빨라졌다는 데 있다.

조작의 정확성을 보여주는 지표에서도 AR군이 앞섰다. 장비 작동 점수는 100점 만점에 AR군 90점, 대조군 70점이었다. 통과한 절차는 전체 22개 가운데 각각 20개와 16개였다. 단계와 조작 위치를 실제 장비 위에서 바로 확인하는 교육이 초보자의 설치 순서 수행에 도움을 준 결과다.

연구 결과를 읽을 때는 참가자 모두가 해당 장비를 써 본 적 없는 초보자였고, 대조군은 실습 지도 없이 인쇄 매뉴얼만 사용했다는 연구조건도 함께 봐야 한다. 이번 비교는 이러한 조건에서 교육 직후 나타난 수행시간과 조작 점수의 차이를 보여준다.

연구진은 앞서 2022년 중환자실 간호사 28명을 대상으로 HoloLens 2를 활용한 인공호흡기와 체외막산소공급장치 교육도 진행했다. 당시 반복 실습과 현실감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확인됐지만,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어려움과 안경·마스크 착용, 피로, 배터리·과열, 교육공간과 감독 인력 확보가 과제로 제시됐다. 이번 연구는 병원 내 AR 교육 대상을 급속 수혈장비로 넓히고 수행시간과 정확성을 무작위 비교했다는 의미가 있다.

자료: 삼성서울병원, JMIR Medical Education, ClinicalTrials.gov(미국 국립의학도서관), JMIR Serious G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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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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