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대사 읽고 세포사멸 유도…중앙대, 단일 분자 테라노스틱 플랫폼 개발
암세포가 에너지를 만들고 산화스트레스를 견디는 방식의 차이를 한 분자로 읽어내면서 세포사멸까지 유도하는 테라노스틱 플랫폼이 개발됐다. 진단용 물질과 치료용 물질을 복잡하게 조합하던 기존 방식의 구조를 단순화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중앙대학교 화학과 이민희 교수 연구팀은 암세포의 공격성을 평가하고 표적 치료 기능을 함께 수행하도록 설계한 활성형 형광 분자 ‘DE-CQ’를 개발했다. 테라노스틱스는 치료를 뜻하는 ‘테라피’와 진단을 뜻하는 ‘다이아그노스틱스’를 합친 말로, 질병의 특징을 확인하는 과정과 치료 작용을 하나의 체계에 담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암세포에서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핵심 대사 보조인자 NAD(P)H에 주목했다. 암세포는 산소가 있어도 해당과정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워버그 효과’라는 대사 재편성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늘어난 NAD(P)H는 글루타티온 재생과 산화스트레스 방어에 사용된다. 연구진은 이 대사 차이를 암 공격성의 지표이자 치료가 작동하는 지점으로 삼았다.
기존 활성형 테라노스틱 분자는 표적 리간드, 전구약물, 형광체, 절단 연결체 등 여러 요소를 조합하는 경우가 많았다. DE-CQ에서는 퀴놀리늄 부위가 NAD(P)H에 반응하는 부분과 형광을 켜는 스위치 역할을 함께 맡는다. 쿠마린 기반 골격은 세포사멸 기능을 제공한다. 여러 부품이 담당하던 감지와 작동 기능을 단일 분자 안에 배치한 셈이다.
DE-CQ는 NADH에 의해 환원된 뒤 640나노미터에서 형광을 냈다. 빛을 흡수한 파장과 방출한 파장의 차이를 나타내는 스토크스 이동은 110나노미터를 넘었고, 검출한계는 0.038마이크로몰이었다. 검출한계는 물질이 얼마나 적은 농도까지 감지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포도당 자극 뒤 형광 증가는 MDA-MB-231·T47D 유방암, HeLa 자궁경부암, PANC-1 췌장암, LNCaP-LN3 전립선암, AGS 위암, HCT-116 대장암 세포에서 관찰됐다. 반면 MCF-7·A549·DU-145·HepG2·HuH-7 세포에서는 형광 변화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모든 암세포를 같은 방식으로 일률적으로 검출하는 분자가 아니라, 세포의 대사 상태에 따라 반응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치료 작용도 세포 실험에서 확인됐다. MDA-MB-231 세포에 DE-CQ 10마이크로몰을 24시간 또는 48시간 처리했을 때 세포사멸률은 50%를 넘었다. 정상 유방세포주 MCF10A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독성을 보였다.
세포 안에서 DE-CQ가 자리 잡는 위치를 추적한 결과 미토콘드리아와의 상관계수는 0.804, 소포체와의 상관계수는 0.639였다. 연구팀은 활성산소종인 ROS 증가, 미토콘드리아 막전위 저하, 카스파아제-3와 PARP 절단을 확인해 세포사멸로 이어지는 경로를 살폈다.
이번 연구는 평면에서 배양한 2차원 세포뿐 아니라 암세포를 입체적으로 뭉친 3차원 종양 스페로이드, MDA-MB-231 세포를 이식한 BALB/c 누드마우스까지 단계적으로 이어진 전임상 개념검증이다. 암세포의 대사 신호를 형광으로 구분하는 기능과 세포사멸 기능을 한 분자에 결합했다는 데 연구의 의미가 있다.
논문은 2026년 8월 25일 국제학술지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공개됐으며 DOI는 10.1002/anie.7968058이다.
자료: 중앙대학교, Wiley-VCH,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