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조개·새우·문어에 비타민 B12·셀레늄 ‘50억 명분’…껍데기 무게가 바꾼 숫자

조개껍데기를 벗기고 새우 머리를 떼어내기 전, 수산물의 무게를 통째로 달면 어떤 일이 생길까. 2019년 세계에서 생산된 조개·새우·문어 등 수생무척추동물을 한데 모아 계산한 결과, 그 안에 든 비타민 B12와 셀레늄이 각각 50억 명의 1년 권장섭취량을 넘는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여기서 ‘50억 명분’은 식탁에 오른 음식의 수가 아니라 생산 단계 영양소 총량을 연간 권장섭취량으로 나눈 잠재치다. 거대한 영양소 통장 잔액에 가깝지만, 그 잔액이 실제 사람들에게 전달됐다는 뜻은 아니다.
국제 연구팀은 2026년 9월 2일 Nature에 이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대상은 2019년 생산된 수생무척추동물 4,271만4,487t이었다. 연체동물 2,316만5,485t과 절지동물 1,701만8,195t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해파리가 속한 자포동물과 해삼·성게가 속한 극피동물, 해면동물, 환형동물, 기타·미상 무척추동물도 포함됐다.
‘50억 명분’과 ‘5만807종’은 서로 다른 계산이다
연구에서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은 생산량 분석과 종별 예측 분석이다. 50억 명분은 Sea Around Us의 재구성 해양어획량과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양식 생산량에 영양성분을 배정해 계산했다. 반면 5만807종은 직접 분석한 종수가 아니라 모델 예측 대상이다. 이 종들을 모두 생산하거나 채취해 영양소를 측정한 뒤 50억 명분을 구한 것이 아니다.
생산량 분석에서 연구진은 생근육 100g에 든 영양소 농도를 생산물의 생체중에 곱했다. 생체중은 껍데기와 내장처럼 사람이 먹지 않을 수 있는 부분까지 포함하는 무게다. 계산된 영양소 총량을 연령·성별군의 하루 권장섭취량 평균과 365일로 나눠 ‘연간 인구 등가치’를 구했다. 공개자료의 정밀한 권장량 평균으로 데스크가 재계산하면 비타민 B12는 약 58억7,000만 명분, 셀레늄은 약 63억8,000만 명분이다. 논문의 공식 표현은 두 영양소 모두 ‘50억 명분 초과’다.
두 수치는 각각 따로 계산됐다. 같은 50억 명이 B12와 셀레늄을 동시에 공급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비타민은 필요한 양 자체가 매우 작다는 점도 숫자를 이해하는 열쇠다. 하루 B12 2.13㎍을 기준으로 50억 명의 1년치는 순수 B12 약 3.9t이며, 셀레늄은 약 91.7t이다. 거대한 인구 숫자는 실제 음식의 양이 아니라 특정 영양소의 극미량 단위를 사람 수로 환산한 결과다.
465종의 자료로 5만807종을 내다보다
연구진은 Aquatic Foods Composition Database를 갱신해 465종에서 나온 영양성분 표본 1만3,888건과 영양소 30종을 정리했다. 다른 식재료가 섞인 표본 약 6%는 제외했다. 생산분류와 정확히 일치하는 자료가 없을 때는 같은 종에서 시작해 속·과·목 등 가까운 분류군 순으로 대체값을 배정했다. 영양소에 따라 생산 수산물의 66∼97%는 정확한 종별 실측값을 갖지 못했다. 생산량 계산 역시 전량을 종별로 직접 측정한 결과는 아니라는 뜻이다.
별도 분석에서는 SeaLifeBase의 7만1,591종 가운데 대형 무척추동물 5만5,864종을 먼저 골랐다. 여기서 비식용·독성으로 표시된 834종과 연구진이 비식용으로 간주한 일부 분류군 4,223종을 제외해 5만807종을 만들었다. 이들은 ‘잠재적 식용’ 대상으로 불렸지만, 문헌에서 식용이 명시된 종은 281종뿐이다. 나머지 약 5만526종은 먹을 수 있음이 확인된 종이 아니라 식용 여부가 비어 있는 종이다. 확인된 식용종 하나 옆에 미확인 종 약 180종이 놓인 셈이다.
연구진은 베이지안 계층모형, 즉 제한된 관측자료와 분류학적 관계를 함께 이용해 보이지 않는 값을 확률분포로 추정하는 방법을 썼다. 속·과·목·강·문으로 이어지는 분류체계에 최대 크기, 성장계수, 영양단계, 수심, 온도대, 서식환경 같은 생태 형질을 더했다. 생태 형질과 분류학을 함께 쓴 완전모형의 합산 LOOIC는 2만468.85로 분류학 전용모형의 2만2,518.75보다 낮았다. LOOIC는 일부 자료를 번갈아 빼고 예측해 보는 내부 평가 점수로, 낮을수록 같은 자료 안에서의 적합성이 좋다는 뜻이다. 다만 이는 새 표본을 이용한 외부 독립 검증이 아니다.
외삽 폭도 크다. B12는 완전자료가 있는 87종에서 5만807종으로 약 584배, 셀레늄은 110종에서 약 462배 많은 종을 추정했다. 대상 종의 4만9,751종, 약 97.9%는 주요 형질 세 개 이상이 비어 있었다. 약 2만4,900종은 주요 연속형질 다섯 개가 모두 없었다. 결측치는 평균값이나 가장 흔한 범주로 채워졌기 때문에 희귀종과 특수서식종의 차이가 평균적인 해양종 쪽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껍데기를 덜어내자 B12가 3분의 1로 줄었다
헤드라인을 가장 크게 흔드는 것은 먹는 부분의 무게다. 주 분석은 근육의 영양농도를 껍데기 등이 포함된 생체중 전체에 곱했다. 가식부 비율을 적용한 민감도 계산에서는 B12가 약 58억7,000만 명분에서 약 19억7,000만 명분으로 줄었다. 셀레늄도 약 63억8,000만 명분에서 약 35억9,000만 명분으로 감소했다. 이 값들 역시 유통·폐기·조리·흡수율을 반영한 현실 섭취량은 아니다. 작은 갑각류나 조개를 껍질 또는 내장과 함께 먹는 문화에서는 하나의 가식부 계수가 실제 영양량을 낮게 잡을 수도 있다.
원자료의 빈칸도 남아 있다. 식품 가공방식은 약 18%, 표본 준비방식은 약 76%, 습중량·건중량 구분은 약 88%가 누락됐다. 자연산·양식 구분과 채취연도는 각각 약 73%, 채취국은 약 57%가 비어 있었다. 산지와 계절, 부위, 가공방식에 따른 차이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공개 예측 코드에서는 연속변수 표준화식의 불일치도 확인됐다. 학습 코드는 값에서 평균을 뺀 뒤 2배 표준편차로 나누지만, 예측 코드 일부는 괄호가 달라 계산 순서가 바뀐다. 최대수심 100m의 로그값은 의도된 식에서 약 -0.007이지만 공개 예측식에서는 약 2.97이 된다. 최대수심 자료가 있는 대상 약 43.6%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으나, 모델 전체를 다시 실행하지 않은 상태여서 최종 예측치가 얼마나, 어느 방향으로 달라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5만807종 예측 코드의 문제 후보이며, B12·셀레늄 생산량 자체의 50억 명분 계산과는 구분해야 한다.
영양 지도는 출발점이지 증산 허가증이 아니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수산물 생산을 단순한 t 단위에서 필수영양소 생산량으로 다시 볼 수 있게 했다는 데 있다. B12와 셀레늄뿐 아니라 요오드·아연·구리·오메가3도 각각 10억 명분을 넘는 잠재량으로 계산됐다. 그러나 생산 창고에 영양소가 많아도 유통과 가격, 수출입, 국가 간 분배, 식문화가 맞지 않으면 결핍 인구의 식탁에는 도달하지 않는다.
식품안전과 지속가능성도 모델 밖에 있다. 연구는 중금속, 자연독, 패류독소, 병원체, 알레르기, 조리 손실과 생체이용률을 종별로 평가하지 않았다. 개체수와 생물량, 채취 가능성, 경제성도 보여주지 않는다. 연구진 역시 영양가가 높다는 결과를 무척추동물 어획 확대의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되며, 자원평가와 생물다양성 영향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한국에서는 국립수산과학원의 수산물 성분표와 국가데이터처의 품종별 생산량을 연결해 국내형 ‘영양소 생산량’ 지표를 검토할 수 있다. 이는 정부가 현재 운용하는 공식 지표가 아니라 자료를 결합하면 가능하다는 적용 제안이다. 2025년 국내 주요 무척추 양식품목 잠정 생산량은 굴류 30만1,638t, 홍합류 2만8,746t, 전복류 2만7,376t, 가리비류 1만3,614t, 흰다리새우 7,901t, 우렁쉥이 1만8,423t이었다. 다만 국내 수산물 전체의 B12·셀레늄 인구 등가치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50억 명분은 무척추 수산물의 영양적 규모를 드러내는 강력한 회계 단위이지만, 50억 개의 식탁을 뜻하지 않는다. 5만807종 예측도 새로운 식품 목록이 아니라 어디를 더 측정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넓고 불확실한 지도에 가깝다. 다음 단계는 더 많은 종을 직접 분석하고, 먹는 부위와 안전성, 유통·접근성, 자원 지속가능성을 같은 계산 안에서 함께 묻는 일이다.
자료: Nature, 킹압둘라과학기술대학교, 하버드대학교, 랭커스터대학교, 유엔 식량농업기구, Sea Around Us, SeaLifeBase, Aquatic Foods Composition Database, 국가데이터처, 국립수산과학원, 보건복지부, 한국영양학회, 해양수산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