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바이러스 확산·집단면역 원리 미세칩 위에 재현
사람 사회의 복잡한 접촉 구조를 손바닥 크기의 미세칩 위에 구현해 바이러스 확산과 집단면역 형성 원리를 실험으로 확인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박성수 교수와 신소재공학부 원병묵 교수 연구팀은 '집단면역 온어칩'(Herd-Immunity-on-a-Chip·HIC)을 개발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9월 3일 자로 게재됐다.
감염병의 확산 속도나 백신 효과 예측은 그동안 수학적 모델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주로 의존해 왔다. 그러나 사람들이 한 공간에 고르게 섞여 있다고 가정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인구 밀집도, 사회적 거리두기, 실제 이동 경로 같은 복잡한 사회 환경을 정밀하게 반영하기 어려웠다.
벌집형 미세 방 444개로 만든 '축소판 사회'
연구팀이 개발한 칩은 벌집 모양의 미세한 방 444개가 가는 통로로 연결된 구조다. 마을과 도시가 길로 이어진 사회 연결망을 세포 크기 수준으로 줄여 놓은 미세 사회 모델인 셈이다. 연구팀은 칩 중앙에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두고, 주변에는 감염될 수 있는 폐세포와 백신 접종자를 모사한 비감염 세포를 배치한 뒤 7일 동안 바이러스가 퍼지는 과정을 관찰했다.
실험 결과 감염 가능한 세포가 밀집해 있거나 초기 감염 세포 수가 많을수록 세포 간 접촉이 잦아지면서 확산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반면 백신 접종자 역할을 하는 비감염 세포 비율을 80% 이상으로 높이자 바이러스 전파 연결망이 끊기며 확산이 멈추는 집단면역(집단 안에 면역을 가진 개체가 일정 비율을 넘으면 감염 확산이 저절로 멎는 현상)이 나타났다. 세포 간 접촉을 줄여 사회적 거리두기를 모사한 조건에서도 전파 속도가 크게 줄었다.
"백신 접종률 예측·치료제 검증에 활용 기대"
박성수 교수는 "그동안 수학적 모델링과 역학조사로 예측해 오던 바이러스 전파와 집단면역 현상을 실험실 칩 위에서 직접 재현하고 검증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라며 "향후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했을 때 필요한 백신 접종률을 예측하고 효과적인 거리두기 전략을 수립하거나 치료제 효과를 신속히 검증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에는 장지안더 성균관대 박사과정생, 정나리나 고등과학원 박사, 김민혁 성균관대 박사, 임완영 삼성전자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자료: 성균관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