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ETL, 차세대 스텔스 유·무인 함정 개발 협력

함정의 표면에 바르는 도료가 레이더 탐지를 줄이기 위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국내 스텔스 도료 전문기업 ETL과 손잡고 차세대 스텔스 유·무인 함정 개발 협력에 나섰다. 사람이 탑승하는 함정과 무인 함정 모두를 대상으로 탐지 가능성을 낮추는 기술을 다루는 협력이다.
HD현대중공업은 14일 울산 본사에서 ETL과 ‘스텔스 유·무인 함정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정우만 HD현대중공업 함정·중형선기획부문장과 황영우 ETL 대표 등이 참석했다. 협약은 두 회사가 스텔스 함정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관련 기술을 이해하려면 먼저 레이더 반사면적(RCS)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RCS는 물체가 레이더 전파를 얼마나 강하게 되돌려 보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단순히 선체의 실제 크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ETL은 공식 사업 소개에서 무기체계의 RCS 예측과 전자파 산란 해석을 통한 형상 설계 제안을 사업 범위로 설명하고 있다.
전자파 산란 해석은 전파가 물체에 부딪힌 뒤 어떻게 퍼지는지를 분석하는 작업이다. ETL의 사업 설명은 도료 자체뿐 아니라 전파에 반응하는 물체의 모양도 함께 검토한다는 의미다. 회사는 전파를 흡수하는 재료를 어느 부위에 적용할지, 재료의 물리적 특성을 어떻게 맞출지 최적화하는 업무와 RCS 예측 소프트웨어 개발도 제시하고 있다.
ETL이 공개한 제품군은 ION 1·ION 2·ION M-01이다. 이 가운데 ION 1은 X밴드라는 특정 주파수 대역의 전파 흡수에 최적화한 액상 도료로 소개돼 있다. 제조사는 곡면과 틈새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제품의 형태와 적용 가능 부위에 관한 제조사 설명이며, 독립적인 시험으로 확인된 성능 결과와는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이러한 사업 범위는 스텔스 기술을 도료 하나의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ETL이 설명한 개발 항목에는 전파 반사를 예측하는 작업, 형상을 검토하는 작업, 흡수체의 적용 위치와 특성을 조정하는 작업이 함께 들어 있다. 도료와 형상, 적용 부위를 서로 연결해 살펴보는 접근이다.
해외 기술 평가 제도를 이해할 때도 시험과 실제 도입을 구분해야 한다. 미국 국방부의 FCT는 성숙한 해외 기술을 시험·평가해 미군의 조달 후보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여기서 조달은 군이 필요한 장비나 기술을 구매하는 절차를 뜻한다. 기술을 평가하는 단계와 군이 구매를 결정하는 단계는 같은 의미가 아니다.
미국 국방부 연구·공학 담당 차관실 FCT 프로그램의 2025년 공식 설명자료도 기술 시험과 군의 후속 구매 결정을 별도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FCT 통과라는 표현만으로 미군의 채택이나 구매가 확정됐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기술 평가의 결과를 설명하는 것과 실제 공급 여부를 설명하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앞서 다른 탐지 신호를 겨냥한 함정용 도료 개발도 발표했다. 회사는 2024년 3월 22일 HD한국조선해양·KCC와 함정용 차열도료를 공동 개발하고 KDDX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열도료는 선체의 온도 상승과 적외선 방출을 줄이는 방식이다. 적외선은 여기서 선체의 열과 관련된 탐지 신호다.
차열도료와 전파흡수도료는 모두 함정의 탐지 가능성을 낮추려는 기술이지만 다루는 신호가 다르다. 전자는 온도와 적외선 방출에, 후자는 전파 흡수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두 도료를 같은 성능의 기술로 묶기보다는 각각 어떤 탐지 신호를 줄이기 위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무인 함정 개발과 관련한 선행 사업도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25년 4월 22일 해군본부의 전투용 무인수상정 개념설계 사업 수주를 발표했다. 당시 회사는 약 8개월 동안 성능·기술 요구사항과 획득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개념설계는 어떤 성능과 기술이 필요한지, 이를 어떻게 확보할지 검토하는 단계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협력은 함정 개발과 전파흡수 기술이 만나는 사례다. 관련 기술의 의미를 살펴볼 때는 도료의 제품 설명, 함정의 설계 검토, 기술 시험·평가, 실제 구매를 각각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같은 스텔스라는 표현 안에서도 겨냥하는 신호와 확인된 내용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자료: HD현대중공업, ETL(이티엘), 미국 국방부 연구·공학 담당 차관실 FCT 프로그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