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65% 넘게 늘어나는 양자점 발광소자…밝기·미세 가공 함께 개선한 제조법

피부처럼 늘어나는 화면을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잘 늘어나는 재료를 찾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쓸 때는 쉽게 찢어지지 않아야 하지만, 만들 때는 화면을 구성하는 작은 빛의 단위인 화소의 경계대로 정확히 분리돼야 한다. 전기를 넣었을 때 빛도 잘 나야 한다. 국내 공동연구진이 서로 충돌하는 이 요구들을 함께 다루는 발광막 제조법을 제시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서울대학교·기초과학연구원(IBS)·가천대학교 공동연구진은 2026년 9월 14일 온라인으로 발표한 연구에서 LIFT 제조법을 공개했다. 연구진은 길이 기준으로 65% 넘게 늘어나는 양자점 발광소자도 제시했다. 65% 신장은 길이 10cm가 16.5cm가 되는 정도다. 실제 제작한 화면의 크기가 아니라, 늘어나는 정도를 길이로 환산한 설명이다.
잘 늘어나는 재료가 전기와 가공에는 걸림돌
양자점 발광소자(QLED)는 빛을 내는 미세 입자인 양자점을 발광재료로 사용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양자점에 탄성 고분자를 섞어 늘어나는 복합 발광막을 만들었다. 탄성 고분자는 막에 신축성을 부여하지만,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절연성 재료이기도 하다. 막을 늘어나게 하는 성분이 전하의 이동과 발광층으로의 주입을 방해하는 문제가 생긴다.
화소 모양을 만드는 과정에도 같은 재료의 성질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부드러운 탄성막은 쉽게 끊어지지 않기 때문에, 모양이 움푹 파인 음각 틀의 경계에서 깔끔하게 떼어내기 어렵다. 사용 중에는 장점인 질긴 성질이 제조 중에는 작은 무늬를 정확히 만드는 데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축성뿐 아니라 전기적 성능과 가공 정밀도까지 함께 다룰 방법이 필요했다.
막 내부는 보존하고 표면과 분리 조건을 바꿨다
LIFT 공정은 먼저 양자점과 SEBS-g-MA라는 탄성 고분자로 만든 복합 발광막을 PDMS 도장으로 들어 올린다. PDMS는 실리콘 고무 재료다. 이어 들어 올린 막의 표면을 MPA라는 짧은 분자로 처리한다. MPA는 양자점 표면에 붙는 분자인 ‘리간드’로 작용한다.
연구진은 이 표면 처리가 두 가지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정공이 발광층으로 들어가는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정공은 전자가 부족한 상태로 전하를 운반하는 것을 뜻한다. 빛을 내는 층에 전하가 들어가기 쉽게 만드는 변화다. 다른 하나는 발광막과 음각 틀 사이의 접착을 개선하는 것이다. 같은 표면 처리가 전기적 성능과 가공 과정에 함께 관여했다.
막을 정밀하게 분리하는 단계에서는 열을 이용했다. 열을 가하면 도장이 팽창하면서 패턴 경계에 변형이 집중돼 부드러운 막을 나눌 수 있다. 이렇게 만든 패턴을 이후 소자에 옮긴다. 늘어지는 반죽을 틀 모양대로 떼어내는 상황에 빗대면, 재료 전체를 단단하게 만드는 대신 붙는 힘과 떼어내는 조건을 조절한 셈이다.
핵심은 표면의 전기적·접착 특성을 바꾸면서 내부의 신축성을 보존하는 데 있다. 연구진은 가공 온도를 60·80·100·120℃의 네 조건에서 비교했다. 이는 패턴을 만드는 공정 조건에 관한 실험으로, 완성 소자가 이 온도 범위에서 정상 작동한다는 뜻은 아니다. 신축 소자에서 전자가 발광층으로 이동하도록 돕는 전자수송층에는 ZnO/PFN-Br 복합층을 사용했다.
밝기·효율·미세 패턴, 성과마다 시험 조건이 다르다
신축 소자의 최대 밝기는 약 53,300니트였다. 니트는 표면의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이며, 이 값은 53,300cd/m²와 같다. 해당 최대 밝기는 7.0V에서 측정됐고, 이때 외부양자효율(EQE)은 약 2.81%였다. 외부양자효율은 주입한 전자 수에 대해 소자 밖으로 나온 빛 입자, 즉 광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낸다. 소비전력 가운데 빛으로 바뀐 비율과는 다른 지표다.
신축 소자의 최대 외부양자효율은 8.0%로, 5.0V에서 나왔다. 이때 밝기는 4,622.4니트였다. 가장 밝게 빛나는 조건과 전자 수 대비 빛을 가장 많이 내보내는 조건이 달랐던 것이다. 별도로 유리 기판을 사용한 일반 구조 소자의 최대 외부양자효율은 23.9%였다. 이 수치를 신축 소자의 효율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번 최대 밝기는 2024년 신축 QLED 연구에서 보고한 최대 15,170니트보다 산술적으로 약 3.51배 높다. 다만 선행 연구의 최대 밝기는 6.2V에서 측정됐다. 서로 다른 논문의 최대값을 나눈 비교이므로, 같은 전압이나 같은 소비전력으로 직접 겨뤄 얻은 결과는 아니다. 이번 연구의 모든 성능이 같은 조건에서 그만큼 향상됐다는 의미도 아니다.
미세 가공에서는 단색 패턴으로 최대 약 16,000PPI를 제시했다. PPI는 1인치 길이에 들어가는 화소 수를 나타내는 밀도 단위다. 최소 패턴 특징 크기는 700nm, 밀리미터로 바꾸면 0.0007mm였다. 이는 가공한 무늬의 작은 부분이 어느 정도 크기인지를 보여주는 값으로, 그대로 완성 화면의 화소 간격을 뜻하지는 않는다.
빨강·초록·파랑을 조합하는 RGB 패턴은 별도 결과다. 이 패턴의 밀도는 2,565PPI였고, 색을 나눠 담당하는 서브픽셀의 크기는 3μm였다. 연구진은 행과 열 전극으로 구동하는 12×12 수동행렬 다색 배열도 제시했다. 산술적으로 144개 배열 위치에 해당하지만, 각 위치에 RGB 세트를 갖춘 상용 화소를 완성했다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신축 소자의 밝기·효율, 단색과 RGB의 미세 패턴, 다색 구동 배열은 각각의 성과로 읽어야 한다. 이를 합쳐 ‘65% 늘어나는 16,000PPI 풀컬러 화면이 최대 밝기와 최대 효율을 동시에 달성했다’고 설명할 수는 없다. 이번 연구가 보여준 것은 서로 다른 시험을 통해 확인한 소자 성능과 제조 가능성이다.
더 늘리고 오래 사용할 때의 밝기가 남은 과제
잡아당길 때 밝기가 일정하게 유지된 것은 아니다. 같은 시험의 신장 전 밝기를 기준으로, 20% 늘렸을 때는 밝기가 초기의 153.7%로 올라갔다. 하지만 더 늘리자 감소해 50% 신장에서는 94.3%, 70%에서는 68.2%가 됐다. 처음에는 밝아졌다가 더 큰 변형에서는 어두워진 것이다. 65% 신장에서의 정확한 밝기 유지율은 확인되지 않았다.
반복해서 늘렸다 되돌리는 시험에서도 후반의 저하가 나타났다. 완성 소자를 30% 늘렸다 되돌리는 시험에서 100회 후 밝기는 초기의 101.3%였지만, 140회 후에는 78.0%로 낮아졌다. 140회는 공개 데이터의 마지막 측정점이다. 소자의 전체 수명이나 고장이 발생하는 횟수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100회 결과만으로 장기 내구성이 입증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발광막 자체를 대상으로 한 시험은 구분해야 한다. 연구진은 발광막을 50% 늘리는 동작을 1만 회 반복한 뒤, 미세 탐침으로 표면을 살피는 원자힘현미경(AFM)으로 관찰했다. 연구진은 뚜렷한 표면 거칠기 증가나 균열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막의 표면 상태에 관한 결과이며, 완성 소자가 1만 회 신축 후에도 밝기를 유지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피부 부착 화면을 향한 다음 단계에는 사용 환경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이번 발광재료는 카드뮴이 포함된 CdSe/ZnS 양자점이다. 이 사실만으로 인체 위해성을 판정할 수는 없지만, 피부 접촉 안전성이 검증된 소자로 소개할 수도 없다. 장시간 연속 구동수명, 땀·습도·세척 내구성, 장기 착용에 관한 자료는 이번 확인 범위에서 확보되지 않았다.
LIFT는 피부 부착 화면과 소프트 로봇처럼 부드럽게 변형되는 장치에 활용할 제조 기반을 제시했다. 의미는 신축성을 살리면서 전하 주입과 미세 가공을 함께 개선했다는 데 있다. 다만 ‘피부 같은 화면’은 변형되는 성질을 설명하는 비유다. 큰 변형과 반복 사용에서도 밝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대면적 양산의 수율과 원가까지 확인하는 일은 다음 과제로 남았다.
자료: 울산과학기술원·대구경북과학기술원·서울대학교·기초과학연구원·가천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