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간 해마, 중년 넘어서며 미세아교세포 '물갈이'되고 3D 게놈도 흔들린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19 07:41 · 수정 2026.09.19 06:46
미세아교세포가 혈액세포 닮은꼴로 대체되고 혈뇌장벽 세포도 줄어...연구진 "인과관계는 아직 불명확"
기사 대표 이미지
(사진 출처=Wikimedia Commons — MethoxyRoxy, CC BY-SA 2.5)

뇌 속에는 태어나기 전부터 자리를 잡아 평생 그 자리를 지킨다고 여겨진 세포가 있다. 바로 뇌의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다. 그런데 이 '원주민' 세포가 나이가 들면서 혈액을 타고 들어온 세포와 성질이 비슷한 세포로 상당 부분 자리를 내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UC샌디에이고, UC어바인, 워싱턴대학교(세인트루이스), 뉴욕게놈센터 공동연구팀은 신경학적으로 건강한 사후 인간 뇌에서 기억을 저장하고 불러오는 데 핵심적인 부위인 해마 조직 40명분을 분석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같은 조사에서 뇌를 혈액 속 물질로부터 지키는 방어벽인 혈뇌장벽을 이루는 세포들도 나이와 함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경: 15년 넘게 굳어진 통념에 던진 도전장

미세아교세포를 둘러싼 정설은 2010년 발표된 발생계보추적 연구로 굳어졌다. 이 세포는 태아 시기 난황낭에서 만들어져 평생 스스로 재생하며,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혈액 속 단핵구(백혈구의 일종)로 대체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번 연구는 이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연구진은 신경학적으로 정상인 20~100세 사이 기증자 40명(남녀 각 20명)을 20~40세, 40~60세, 60~80세, 80~100세 네 구간으로 나눠 각 구간에 10명씩 배분한 뒤 해마 조직을 비교했다. 같은 사람을 수십 년에 걸쳐 추적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연령대의 조직을 한 시점에 비교한 횡단연구라는 점은 이 연구의 설계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핵심 발견: 미세아교세포의 '물갈이'와 방어벽의 균열

연구진은 뇌에 원래 있던 항상성 상태의 미세아교세포 집단(Micro1)이 나이가 들면서 혈액 순환 단핵구와 후성유전학적으로 닮은 새로운 집단(Micro2, 염증 대기 상태)으로 점차 바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0~40세 기증자는 대부분 Micro1이었고 80~100세 기증자는 거의 전부 Micro2였으며, 그 사이 연령대에서는 두 상태가 섞여 있었다. 다만 46~82세 기증자만 따로 떼어 본 하위분석에서는 나이와 Micro2 비율 사이의 상관관계가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았다(p=0.082). 이는 세포 전환이 일어나는 시점에 개인차가 크다는 뜻으로, 특정 나이를 콕 집어 "몇 살부터 몇 살까지" 급격히 바뀐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중년기 이후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미세아교세포와 별개로, 혈뇌장벽을 이루는 성상세포와 내피세포도 나이와 함께 뚜렷이 줄었다. 성상세포 감소는 분석된 세포종 가운데 연령과의 상관관계가 가장 강한 축에 속했고(피어슨상관계수 -0.68, p=1.1×10⁻⁶), 내피세포 감소도 마찬가지 경향(-0.52, p=4.8×10⁻⁴)을 보였다. 다만 내피세포는 기증자당 회수된 세포 수가 전체의 1% 미만으로 매우 적어 이 수치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연구진도 한계로 밝혔다. 연구진은 이런 감소가 혈뇌장벽이 약해지는 데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서술했지만, 혈뇌장벽이 실제로 얼마나 새는지를 직접 측정한 데이터는 이번 연구에 포함되지 않았다. 여러 세포 유형에서는 DNA가 세포핵 안에서 접혀 있는 3차원 구조, 이른바 TAD(위상학적 연관 도메인)도 무너졌다. TAD는 어떤 유전자를 켜고 끌지 정리해 두는 서랍장 칸막이에 비유할 수 있는데, 이 칸막이 역할을 하는 단백질(CTCF)이 나이 들수록 제자리에 결합하지 못하면서 칸막이 구조 자체가 흐트러졌다(염색질 접근성과 연령의 상관관계 p<2.2×10⁻¹⁶, 음의 상관). 특히 80~100세 그룹에서는 서로 다른 염색체끼리의 접촉은 늘고 같은 구역 안의 접촉은 크게 줄어드는 모습이 관찰됐다.

어떻게 밝혀냈나: 30만 개에 가까운 세포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다

연구진은 하나의 세포핵에서 유전자 발현, 염색질 접근성(DNA에서 어느 부분이 열려 있는지), DNA 메틸화(유전자에 붙는 화학적 표지), 3D 게놈 접촉을 동시에 측정하는 단일핵 멀티오믹스 기법을 썼다. 유전자 발현과 염색질 접근성을 함께 측정하는 방식으로 핵 29만 5033개를, DNA 메틸화와 3D 게놈 접촉을 함께 측정하는 방식으로 핵 2만 2240개를 분석했다. 30만 개에 가까운 숫자는 대형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을 한 명 한 명 검사한 것에 견줄 만한 규모다. 이 분석에서 미세아교세포의 나이 연관 차등메틸화영역 1만 5327개 가운데 73%(1만 1239개)가 나이가 들수록 과도하게 메틸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CTCF 결합부위의 염색질 접근성 변화와 TAD 내부 접촉 변화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피어슨 상관계수 0.74, p=0.024)가 확인됐다.

의의와 남은 질문

벨기에 VIB-KU Leuven과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치매연구소의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에 대한 논평에서 "보호 효과는 연관성으로부터 추론할 수 없다"고 짚었다. 말초 혈액세포가 뇌로 유입되는 현상이 알츠하이머 위험을 낮추는지 높이는지는 이번 결과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오히려 아밀로이드 플라크나 신경변성, 혹은 나이에 따른 혈뇌장벽 변화가 먼저 일어나 골수유래세포를 뇌로 끌어들였을 가능성, 즉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인간세포 이종이식 연구에서는 말초 단핵구가 뇌에 들어가 미세아교세포와 비슷해지더라도 원래의 뇌 고유 세포와는 다르게 행동하며 성상세포증, 탈수초화, 시냅스 손실, 인지기능장애와 연관됐다는 결과도 나온 만큼, 세포 교체가 반드시 이로운 방향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 구스타브 루시 연구소의 전문가는 이번 연구를 "중요한 연구"로 평가하면서도 어느 뇌 영역이 가장 영향을 받는지, 전환이 정확히 언제 일어나는지, 골수유래세포와 원래의 뇌 고유세포가 기능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는 여전히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노화연구소 소장도 "노화는 치매의 가장 큰 위험 인자이지만, 이것이 질병을 어떻게 유발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불완전하다"고 말했다. 연구진 스스로도 성상세포 손실의 원인, 미세아교세포를 염증 대기 상태로 바꾸는 유발 기전, TAD 붕괴와 유전자 발현 변화의 직접적 연관성은 아직 규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뇌 속 세포 지형이 나이 들며 통째로 바뀐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그것이 우리 기억과 인지 건강에 어떤 의미인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질문으로 남았다.

자료: UC샌디에이고, UC어바인, 워싱턴대학교(세인트루이스), 뉴욕게놈센터, 컬럼비아대학교, 미국 국립보건원(NIH) 국립노화연구소(NIA)

저작권자 © 한국R&D신문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화학·물리·의학·생명 — 신소재·촉매·양자·물성, 의학·제약·바이오
댓글 0 최신순 추천순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0 / 400 · 회원 로그인 시 닉네임으로 작성 · 비회원 수정은 작성 후 1분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