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 유전체 속에서 크리스퍼 닮은 새 효소 시스템 찾아냈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25 05:32
앤트로픽 클로드, 950개 AI 에이전트 투입해 역전사효소 신종 'ART' 발견…유전자 편집 기능은 아직 미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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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SnaxMikn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인공지능(AI)이 스스로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를 뒤져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효소 시스템을 찾아냈다. 유전자를 잘라내고 편집하는 도구로 유명한 '크리스퍼(CRISPR)'와 비슷한 구조적 특징을 지녀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앤트로픽(Anthropic)은 23일(현지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자사 AI 모델 클로드(Claude)가 새로운 효소 시스템인 '배열 연관 역전사효소(ART, Array-associated Reverse Transcriptases)'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역전사효소는 원래 RNA(리보핵산)를 DNA(디옥시리보핵산)로 거꾸로 옮겨 적는 효소로, 레트로바이러스가 자신의 유전정보를 숙주 세포에 심을 때 쓰는 효소로 처음 알려졌다.

이번 발견은 AI 에이전트(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작업을 수행하는 AI 프로그램) 약 950개가 동시에 투입돼 약 21시간 동안 탐색하고, 약 2억 1천만 개의 토큰(AI가 글을 처리하는 최소 단위)을 사용한 자율 연구 캠페인의 결과다. AI 에이전트들은 20만 개가 넘는 역전사효소를 하나씩 훑어본 뒤 3,500개의 후보 시스템으로 추렸고, 이 가운데 20개를 골라 상세하게 분석했다.

ART는 세 가지 요소로 이뤄져 있다. 역전사효소 본체, 아직 기능이 알려지지 않은 인접 유전자, 그리고 일정한 간격으로 나란히 배열된 긴 DNA 반복서열이다. 이 반복서열은 주로 박테리오파지(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의 유전체에서 발견된다.

연구진은 AI가 찾아낸 후보를 실제 실험으로 검증했다. 사람 과학자들이 표준 실험실 균주에 해당 단백질을 발현시켜 생화학적·구조적 특성을 확인했고, ART의 반복서열 부위가 실제로 여러 개의 짧은 비암호화 RNA(단백질로 번역되지 않는 RNA)로 만들어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다만 ART가 실제로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능을 하는지, 세포 안에서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역전사효소는 최근 들어 세균이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방어 시스템의 일부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런 방어 시스템 중 일부는 이번 ART처럼 DNA 반복서열을 갖고 있는데, 이는 크리스퍼가 세균의 방어 체계에서 시작해 유전자가위 기술로 발전한 과정과 닮은 구조적 특징이다. 크리스퍼 역시 애초 세균과 고세균이 과거에 침입한 바이러스를 기억해 방어하는 면역 시스템으로 발견된 뒤, 훗날 유전자를 정교하게 잘라내고 고치는 기술로 개발된 선례가 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ART도 비슷한 경로를 밟아 새로운 유전자 편집 도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이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전망일 뿐이다.

이번 성과는 AI가 단순히 기존 데이터를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방대한 생물학 데이터 속에서 사람이 미처 찾지 못한 패턴을 발견하고 실험으로 이어지는 연구 과정을 주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관련 연구는 '자율 AI 에이전트가 탠덤 반복서열 배열을 가진 역전사효소를 발견하다(Autonomous AI agents discover reverse transcriptases with tandem repeat arrays)'라는 제목으로 공개됐다.

자료: 앤트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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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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