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지명국 교수팀, AI로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 추적한다

빛으로는 볼 수 없지만 우주의 구조를 좌우하는 암흑물질의 정체를 인공지능(AI)으로 추적하는 연구가 국내 대학들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지명국 교수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2026년도 AI 기반 대학 과학기술 혁신사업(연구센터)’에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AI 기반 천체물리-입자물리 융합 암흑물질 연구센터(AICAP)’를 구성해 2032년까지 연구를 진행한다. 지원 규모는 6년간 총 120억 원으로, 연간 20억 원이다. 연세대가 연구를 주관하고 세종대와 경희대가 공동으로 참여한다. 세 대학 교수 7명은 천체 관측, 우주론 시뮬레이션, 입자 실험·이론, AI를 하나의 연구 체계로 결합할 계획이다.
암흑물질은 빛을 내지 않고 빛을 흡수하거나 반사하지도 않아 망원경으로 직접 볼 수 없는 물질이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암흑물질이 우주 전체 질량과 에너지의 약 30%, 에너지를 제외한 ‘물질’만 놓고 보면 약 8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과학자들은 은하의 회전속도와 중력렌즈, 우주배경복사에 나타나는 중력 효과를 살펴 암흑물질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추론해 왔다.
보이지 않는 질량의 필요성은 1930년대 은하단 관측에서 제기됐다. 1970년대에는 베라 루빈의 나선은하 회전곡선 연구가 암흑물질의 강력한 관측 증거를 보탰다. 이후 직접검출기를 이용한 탐색도 이어졌다. 연세대에 따르면 직접검출기의 감도는 약 40년 동안 100억 배 향상됐지만, 아직 공인된 직접검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관측과 실험 장비가 빠르게 발전했는데도 암흑물질의 정체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셈이다.
AICAP의 핵심 방법은 ‘시뮬레이션 기반 추론(SBI)’이다. 이는 물리 법칙에 따라 만든 모의실험 결과를 신경망에 학습시킨 뒤, 실제 관측값과 비교해 그 값을 만들어 낸 물리적 특성을 거꾸로 추정하는 방식이다. 정답을 직접 볼 수 없는 암흑물질 연구에서 수많은 가능성을 빠르게 좁히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연구센터는 은하 규모의 관측영상과 가속기·검출기에서 얻는 입자 충돌사건처럼 형식과 규모가 서로 다른 자료를 SBI라는 공통 추론 체계에서 함께 분석한다. 우주에서 나타나는 큰 규모의 중력 효과와 실험실에서 포착하려는 작은 입자의 흔적을 AI로 연결해, 천체물리와 입자물리가 각각 다뤄 온 단서를 종합하려는 접근이다.
연구 결과를 널리 활용하도록 학습 데이터와 AI 모델은 오픈소스로 공개할 계획이다. 연구센터는 또 6년간 여름학교를 운영해 학부생 240명에게 실제 데이터 분석 기회를 제공하고, 천체물리·입자물리·AI를 함께 이해하는 융합형 박사를 15명 이상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과기정통부는 이 사업을 2026년 4월 7일 공고했다. 한국연구재단은 대규모 과학기술·AI 인프라와 대학의 연구역량을 결합해 과학 난제를 해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사업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AICAP는 암흑물질 규명뿐 아니라 서로 다른 학문과 데이터를 하나의 분석 틀로 연결하고, 그 과정에서 만든 자료와 인력을 연구 현장에 확산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자료: 연세대학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미국 항공우주국(NAS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