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시간 뒤에도 효율 95%…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수명 늘릴 새 공정

높은 효율에도 짧은 수명이 약점으로 꼽혀 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고온·고습 환경에서 1000시간을 견디고도 초기 효율의 95%를 유지했다. 국내 연구팀은 전지 내부에 남아 성능을 떨어뜨리는 리튬 이온과 첨가제를 제조 단계에서 줄이는 방식으로 내구성과 발전 성능을 함께 확보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안세진 태양광연구단 책임연구원 연구팀과 울산과학기술원 김동석 교수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수명을 늘리는 새로운 제조 공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2026년 1월 26일 온라인 게재됐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빛을 흡수해 전기를 만드는 소재다. 높은 광전변환효율을 낼 수 있어 차세대 태양전지 후보로 주목받으며,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와 결합해 발전 효율을 높이는 용도로도 연구되고 있다. 다만 높은 온도와 습도에 오래 노출되면 소자 내부의 여러 층과 경계면이 손상돼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상용화의 걸림돌이었다.
일반적인 고효율 정방향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는 ‘정공수송층’에 spiro-OMeTAD라는 재료를 사용한다. 정공수송층은 빛을 받은 전지 안에서 생긴 양전하 성격의 운반체인 정공이 전극까지 이동하도록 돕는 층이다. 이 재료의 전도성을 높이기 위해 LiTFSI와 tBP를 넣지만, tBP의 열적 열화와 리튬 이온의 이동은 봉지한 뒤에도 정공수송층과 페로브스카이트 사이를 손상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산화니켈 분말을 산화·환원 촉매로 사용했다. 이 촉매는 spiro-OMeTAD의 산화를 5초 이내에 진행시키고, LiTFSI에서 분리된 리튬 이온을 붙잡는다. 이후 산화니켈 분말과 리튬 부산물을 여과 과정에서 함께 제거했다. 리튬을 다른 첨가제에 붙여 층 안에 남겨두는 데 그치지 않고, 반응을 도운 촉매와 함께 제조 단계에서 빼낸 것이 핵심이다. 열화 원인으로 지목된 tBP도 사용하지 않았다.
새 공정으로 만든 정공수송층의 전기전도도는 1.26×10^-4S/㎝에서 3.26×10^-4S/㎝로 약 2.5배 높아졌다. 전하가 이동하는 길의 전기 흐름이 원활해진 셈이다. 연구팀이 제작한 정방향 셀은 투명전극인 FTO 위에 산화주석, FAPbI3계 페로브스카이트, spiro-OMeTAD, 금 전극을 차례로 쌓은 구조다.
이 소자는 최고 광전변환효율 25.24%, 안정화 출력효율 25.1%를 기록했다. 광전변환효율은 들어온 빛 가운데 얼마를 전기로 바꿨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단락전류밀도는 25.83mA/㎠, 개방전압은 1.175V, 충전율은 83.21%였다. 기존 첨가제 공정의 최고 효율은 25.21%로, 새 공정은 첨가제를 줄이면서도 효율을 유지했다.
내구성은 봉지한 소자를 섭씨 85도, 상대습도 85%에 두는 가속 열습 시험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1000시간 뒤에도 초기 효율의 95%가 유지됐다. 이는 높은 열과 습기가 동시에 가해지는 조건에서 재료와 계면이 얼마나 버티는지 살피는 시험이다.
다만 이 수치는 실제 야외 발전이나 1000시간 연속광 최대출력 운전 결과와 같은 뜻은 아니다. 연구진은 논문에 실린 기존 문헌과 비교해 열습 조건에서 보고된 값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성과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 경쟁을 넘어, 성능 저하를 일으키는 물질을 공정 중에 제거해 장기 안정성을 높이는 제조 전략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자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울산과학기술원, 한국화학연구원, 부산대학교, 울산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