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로켓보다 자주 뜨는 로켓이 산업을 만든다

누리호 5차 발사 성공에서 필자가 주목한 것은 또 하나의 성공 기록이 아니다. 초소형군집위성 5기와 큐브위성 9기를 목표 궤도에 분리했다는 사실은 누리호가 ‘개발된 로켓’에서 여러 고객의 위성을 실어 나르는 ‘운송수단’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로켓을 만들 수 있다는 것과 발사서비스를 산업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우주수송의 경쟁력은 반복에서 나온다
발사체는 한 번의 성공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항공기가 정기 운항과 정비 기록으로 신뢰를 쌓듯, 로켓도 반복 발사를 통해 제작 편차를 줄이고 부품 공급과 조립, 시험, 발사장 운영을 표준화해야 한다. 신뢰도란 단순히 성공률 숫자가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시기에 약속한 궤도로 위성을 보낼 수 있다는 예측 가능성이다. 세계의 상업 발사 시장이 발사 빈도와 일정 준수를 중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네 차례 연속 임무 성공과 민간 기술 이전은 반갑다. 다만 기술 문서를 넘기고 기업의 역할을 확대한다고 곧바로 민간 주도 시장이 생기지는 않는다. 발사 간격이 길면 숙련 인력과 협력업체의 생산 기반을 유지하기 어렵고, 비용을 낮출 학습 효과도 제한된다. 정부 위성 몇 기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이 설비와 인력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는 로켓이 아니라 시장의 초기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필자는 다음 단계의 핵심을 ‘발사 수요의 예고 가능성’이라고 본다. 정부는 중장기 위성 발사 일정을 투명하게 제시하고, 대학·연구기관·스타트업의 소형위성이 정기적으로 탑승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민간 사업자가 가격, 납기, 보험, 실패 시 보상과 재발사 조건까지 책임지는 계약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발사 허가와 안전 심사, 발사장 이용 절차도 반복 운항에 맞게 정교해져야 한다.
누리호는 이제 국가적 성취의 상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정해진 날짜에 꾸준히 뜨고, 여러 고객이 비용을 내고 찾으며, 실패 위험까지 계약과 보험으로 관리되는 순간 비로소 우주수송 산업이 된다. 5차 성공을 축하하되, 다음 질문은 분명해야 한다. 우리는 로켓을 몇 번 더 쏠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예측 가능하게,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운송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