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눈가 옆 관자놀이의 전자피부, 표정 9가지와 말 12개의 움직임을 읽었다

김동현 기자 · 입력 2026.10.16 06:45
칭화대, 휘어지는 무기 압전 아나노선과 무선 장치 결합…참가자 1명 대상 개념증명 넘어 일반화 검증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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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누군가 말을 할 때 카메라가 입술을 보거나 마이크가 소리를 듣지 않아도, 얼굴에서는 또 하나의 흔적이 생긴다. 근육이 움직이면서 피부가 당겨지고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다. 칭화대학교 연구진은 눈가 옆 관자놀이에 얇은 전자피부를 붙여 이 움직임을 전압 파형으로 바꿨다. 컴퓨터는 연구자 한 명이 지은 표정 동작 9개와 미리 정해 둔 중국어 단어 12개를 그 파형으로 분류했다.

이 장치는 사람의 속마음이나 실제 감정을 알아낸 기계가 아니다. 말소리를 듣고 문장을 받아쓴 음성인식 장치도 아니다. 연구자가 정해진 표정과 단어를 반복하면, 얼굴 피부에서 나타난 기계적 움직임을 읽어 제한된 후보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얼굴–컴퓨터 인터페이스다. 공개 시연에서는 연구자가 중국어 ‘谦虚’를 말할 때 생긴 얼굴 움직임을 분류하는 장면이 확인됐다.

도자기와 비닐 사이의 딜레마를 줄인 아나노선

연구의 중심에는 폴리옥소메탈레이트 기반 무기 압전 아나노선 ‘ZnBiPMo₁₂’가 있다. 압전은 재료를 누르거나 구부릴 때 기계적 힘이 전기 신호로 바뀌는 성질이다. 얼굴 피부의 작은 변형을 전압으로 읽는 데 쓰일 수 있지만, 재료 선택에는 오랜 딜레마가 있다. 무기 세라믹은 비교적 큰 압전 신호를 낼 수 있는 대신 단단하고 깨지기 쉽다. 고분자는 비닐처럼 잘 휘지만 일반적으로 압전 반응이 작다.

연구진은 무기 결정을 분자 수준의 극도로 가는 선인 아나노선으로 합성해 이 간극을 줄이려 했다. ‘아(亞)나노’는 나노미터보다도 작은 규모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 아나노선을 고분자와 결합해 피부 부착형 전자피부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완성된 막이 휘어지는 이유가 바깥의 고분자 지지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나노선의 결정 구조 자체에도 유연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된 압전계수는 24.9pC/N이다. 여기서 피코는 1조분의 1을 뜻한다. 즉 1N의 힘 변화에 대응해 약 24.9피코쿨롬의 전하 반응이 나타나는 재료 특성이다. 다만 측정 방향과 주파수 등이 다르면 다른 압전재료의 수치와 단순히 줄 세울 수 없다.

연구에서 가한 힘의 시험 범위는 0.045~0.319N이었다. 지구 중력에서 약 4.6~32.5g의 물체가 누르는 힘으로 환산할 수 있다. 대략 각설탕 한 개에서 AA 건전지 한두 개 정도의 질량 범위다. 이는 압력이 아니라 힘이다. 센서와 피부가 맞닿은 면적이 제시되지 않았으므로 파스칼 같은 압력 단위로 바꿔 말할 수 없고, 0.045N을 최소검출한계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피부의 파형을 무선으로 보내 제한된 후보에서 분류

얼굴 근육이 움직이면 관자놀이의 피부도 당겨지거나 떨린다. 전자피부는 이 변형을 압전 신호로 바꾸고, 초소형 전위계와 연결된 무선 웨어러블 장치가 신호를 전달한다. 이후 역전파 신경망 두 개가 파형을 분석해 사전에 정한 표정 동작 9개 범주와 발화 단어 12개 범주 가운데 하나로 분류했다. 역전파 신경망은 정답과 예측의 차이를 거꾸로 계산하며 분류 기준을 조정하는 인공지능 학습 방식이다.

다만 9개와 12개라는 숫자보다 가까이 봐야 할 숫자는 참가자 1명이다. 사람 대상 실험에 참여한 이는 제1저자인 31세 한족 중국인 남성 Xin Xu 한 명이었다. 표정 반응 18개와 발화 반응 24개도 각각 18명과 24명을 뜻하지 않는다. 모두 같은 참가자에게서 얻은 전압 반응 수다. 공개 자료만으로 각 범주를 정확히 두 번씩 시험했다고도 말할 수 없다.

연구진은 같은 전자피부로 얼굴 외의 여러 생체 움직임도 살폈다. 손가락과 팔의 굽힘, 주먹 쥐고 펴기, 눈 깜박임, 호흡, 심장박동, 손목 맥박과 경동맥 박동을 피부 표면에서 비침습적으로 측정했다. 비침습적이라는 말은 피부를 절개하거나 몸속에 장치를 넣지 않았다는 뜻이다. 무기 압전 아나노선을 하나의 표정 센서가 아니라 다양한 움직임과 생체신호를 받는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 살핀 셈이다.

그러나 무선이라는 표현이 완전 자가발전을 뜻하지는 않는다. 압전 센서는 움직임에서 신호를 만들지만 이를 증폭하고 변환해 무선으로 보내는 회로에는 별도 전원이 필요할 수 있다. 배터리 크기와 지속시간은 확인되지 않았다. 아나노선 자체가 잘 휜다는 결과도 전극, 고분자, 접착층과 무선 회로까지 포함한 장치 전체의 신축성이나 장기 내구성을 곧바로 보장하지 않는다.

‘최초’보다 중요한 재료의 결합, ‘인식’보다 중요한 검증의 범위

얼굴 부착 센서로 표정이나 발화 움직임을 분류하는 발상 자체가 처음은 아니다. 2018년에는 나노선 센서 마스크가, 2020년에는 순응형 압전 얼굴 인터페이스가 발표됐다. 2024년에는 UNIST와 난양공과대학교 연구진이 얼굴 변형과 목의 발성 진동을 함께 읽는 무선 얼굴 인터페이스 PSiFI를 내놨다. 이 장치는 압전식이 아니라 마찰전기식이며, 새 사용자도 개인화 과정을 거쳤다. 보고된 실시간 결합 분류 정확도는 얼굴을 가리지 않았을 때 93.3%, 마스크를 썼을 때 80.0%였지만, 측정 조건과 방식이 다른 별도 연구의 결과이므로 이번 칭화대 장치의 성능으로 볼 수 없다.

KAIST 연구진도 2018년 달팽이관의 기저막을 모사한 유연 압전 음성센서를 발표했다. 무향실에서 보고된 97.5%는 단어 인식률이 아니라 누가 말했는지를 가린 화자 식별 성공률이다. 이번 연구의 새로움은 얼굴–컴퓨터 인터페이스 자체의 최초성보다는, 본질적으로 휘어지는 무기 압전 아나노선과 무선 다중 생체신호 장치를 결합했다는 데 한정해 평가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분류 결과가 다른 사람에게도 이어지는지 아직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참가자는 장치와 과제를 잘 아는 제1저자 한 명이었고, 다른 성별·연령·인종·얼굴형·피부 상태·표정 습관·억양은 시험되지 않았다. 같은 사람의 비슷한 반복 신호가 학습 자료와 평가 자료에 함께 들어갔다면, 신경망이 일반적인 표정이나 발화보다 그 연구자만의 움직임을 익혔을 가능성도 있다. 참가자 단위 외부 검증 여부와 정확도 백분율은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센서를 다른 날 다시 붙였을 때, 부착 위치가 조금 달라졌을 때, 땀·피부 기름·화장품이나 머리 움직임이 섞였을 때의 성능도 남은 질문이다. 장시간 착용에 따른 피부 자극, 세척과 재사용성, 반복 탈부착, 임상용 측정기와의 정확도 비교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실패 데이터는 개수와 측정 시간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제외됐지만, 제외 건수와 사전 기준, 결과에 미친 영향은 공개 자료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환자의 의사소통 장치나 감정 판독기의 완성이 아니라 재료와 시제품의 가능성을 보인 개념증명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말을 하기 어려운 사람이나 얼굴 움직임이 약한 사람에게도 쓸 수 있는지를 평가하려면 다수 참가자, 다른 날의 반복 측정, 센서 재부착과 일상 환경을 포함한 검증이 필요하다. 논문은 2026년 3월 25일 접수돼 9월 30일 채택됐고 10월 10일 온라인 공개됐으며, 현재 최종 교정 전 조기 공개본이다.

자료: 칭화대학교, Springer Nature, UNIST, 난양공과대학교,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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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dh.k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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