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코로나19 폐, 재생 시도와 섬유화가 동시에 진행됐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18 05:25
사망자 폐 조직 공간전사체 분석…기관지주위 섬유아세포 군집과 TGF-β 신호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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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코로나19로 손상된 폐에서는 회복을 맡은 세포가 움직이는 동시에 조직을 굳게 만드는 섬유화 반응도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가 스스로 복구를 시도하지만 세포의 구성과 위치, 서로 주고받는 신호까지 크게 달라져 정상 구조로 돌아가지 못하는 과정을 조직 지도처럼 확인한 연구다.

스페인 산트파우연구소 등 공동 연구진은 코로나19 사망자 19명에게서 얻은 폐 조직 23개와 정상 형태의 비감염 대조 폐 조직 4개를 공간전사체 기술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2026년 10월 1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품질관리를 거쳐 분석한 미세 조직 영역은 9만1068개로, 코로나19 조직이 7만7580개, 대조 조직이 1만3488개였다.

공간전사체는 유전자 발현이 일어난 조직 속 위치를 보존하는 분석법이다. 조직을 잘게 분리해 세포를 살피는 방식과 달리 어떤 세포가 늘거나 줄었는지는 물론, 그 세포가 어디에 모여 주변 세포와 어떤 신호를 주고받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인간 폐 세포 아틀라스를 활용해 45개 세포 유형의 위치와 유전자 발현을 확인했다.

분석 대상 가운데 7명에게서는 급성 미만성 폐포손상(DAD), 12명에게서는 증식성 DAD가 확인됐다. DAD는 중증 급성호흡곤란증후군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조직 손상이다. 급성기에는 폐포 상피 손상과 염증, 부종이 두드러지고 증식기에는 폐포세포와 섬유아세포의 증식이 나타난다.

폐 손상이 진행될수록 제1형 폐포세포(AT1)와 모세혈관 내피세포, 자연살해세포는 감소했다. AT1은 얇은 폐포 표면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세포다. 반면 계면활성제를 만들고 손상 뒤 AT1의 전구세포 역할을 하는 제2형 폐포세포(AT2)는 증식성 DAD에서 늘었다. AT2가 AT1으로 분화해 폐포를 복구하려는 프로그램도 중증 폐에서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기관지주위 섬유아세포가 크게 증가해 특정 영역에 모이고 새로운 세포 미세환경을 만들었다. 비코로나19 DAD 8건과 비교하면 비코로나19 조직에서는 폐포 섬유아세포가 우세했지만, 증식성 코로나19 DAD에서는 기관지주위 섬유아세포가 우세하며 독특한 공간 군집을 형성했다. 앞선 단일세포 연구가 병적 섬유아세포와 세포외기질 유전자의 증가를 보여줬다면, 이번 연구는 그 변화가 실제 조직의 어느 위치에서 나타나고 어떻게 연결되는지까지 확장해 제시했다.

세포 간 신호에서는 대표적인 섬유화 경로인 TGF-β 신호가 두드러졌다. 세포외기질 생성과 섬유화를 촉진하는 SMAD3 활성은 증가하고 이를 억제하는 SMAD7 활성은 감소했다. 298명의 434개 시료와 140만1006개 세포로 구성된 별도 폐 세포 아틀라스 확장자료에서도 이 조합은 비코로나19 폐렴, 특발성 폐섬유증, 만성폐쇄성폐질환, 정상 폐보다 코로나19에서 두드러졌다.

이번 결과는 중증 코로나19 폐 손상이 세포 파괴에만 그치지 않고 세포의 배치와 소통 체계까지 재편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연구는 주로 사망자의 부검 조직을 이용했고 질환 단계도 서로 다른 환자에게서 분석했다. 한 환자의 변화를 시간순으로 추적한 연구가 아니며, 확인된 분자 신호를 조절했을 때 폐섬유화나 생존이 개선되는지도 임상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당장 치료지침을 바꾸는 결과라기보다 향후 치료 표적을 탐색할 기전적 단서로 봐야 한다.

자료: 산트파우연구소,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 세계보건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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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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