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간 오가노이드 독성시험법, 국제표준 검증 속도 낸다

사람의 간을 작게 본뜬 ‘간 오가노이드’가 동물실험을 보완하는 연구 도구를 넘어 의약품과 화학물질의 안전성을 판단하는 국제 공통 시험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인체 중심 독성평가(NAMs) 기반 규제과학 국제 심포지엄’에서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간 오가노이드 독성시험법의 국제표준화 추진 현황과 검증 성과를 공개했다.
오가노이드는 사람의 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실제 장기의 구조와 기능 일부를 재현한 모델이다. 평평한 배양접시에서 세포를 기르는 기존 2차원 시험보다 세포 사이의 상호작용과 장기 특성을 더 가깝게 구현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간 오가노이드는 시험물질이 사람의 간에 미칠 독성을 예측하고, 기존 동물실험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인체 반응을 살피기 위한 모델로 개발되고 있다.
NAMs는 ‘새로운 접근법’을 뜻하는 독성평가 방법의 묶음이다. 오가노이드뿐 아니라 작은 장치 안에서 인체 장기의 환경을 재현하는 미세생리시스템(MPS), 장기칩, 컴퓨터 계산모델과 인공지능 기반 예측 등이 포함된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OECD와 미국 식품의약국, 미국 국립보건원 전문가 및 국내 산학연 관계자가 이러한 기술의 규제 동향과 연구 성과를 논의했다.
아직 없는 3차원 간 독성 시험지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6년 4월 15일부터 5월 18일까지 3차원 간 독성모델에 관한 공개조사를 실시했다. OECD는 현재 3차원 간 시스템으로 간독성을 평가하는 시험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오가노이드와 스페로이드, 장기칩은 물론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유래 세포, 일차세포, 불멸화세포를 이용한 모델도 포함됐다.
OECD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상세검토보고서(DRP)를 작성한다. 이 보고서는 각각의 시험계가 규제 판단에 활용될 준비가 어느 정도 됐는지 살피고, 과학적·기술적·규제상 과제를 정리하는 절차다. 다만 공개조사와 보고서 작성 자체가 국내에서 개발된 개별 시험법의 공식 접수나 채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표준이 되려면 여러 실험실에서 같은 절차를 수행했을 때 일관된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하는 검증이 필요하다. OECD에 따르면 시험법 검증에는 복잡도에 따라 인건비를 제외하고 약 20만~50만 유로의 실험실 비용이 들며,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시험법의 작동 원리뿐 아니라 반복성과 재현성, 실제 규제 목적에 맞는지도 단계적으로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채택되면 국가별 중복시험 줄일 기반
OECD 시험지침으로 채택되고 우수실험실운영기준(GLP)을 충족해 생산된 비임상 안전성 자료는 상호자료인정(MAD) 체계를 통해 40여 개국에서 인정될 수 있다. 한 나라에서 기준에 맞게 만든 시험자료를 다른 참여국도 받아들이는 구조여서 국가마다 같은 시험을 반복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OECD는 이 체계가 정부와 산업계에 연간 3억900만 유로 이상, 물가를 조정하면 약 4억1000만 유로의 편익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새로운 시험법이 곧바로 동물실험 전체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OECD는 동물시험 없이 완전히 평가할 수 있는 규제 영역이 아직 피부·안구 자극과 피부감작성 같은 국소 유해성에 주로 한정돼 있다고 평가한다. 간독성처럼 인체 내부의 복잡한 반응을 다루는 분야에서는 새 모델의 신뢰성과 적용 범위를 충분히 입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미국 식품의약국도 2025년부터 오가노이드, 장기칩, 계산모델을 포함한 NAMs를 활용해 일부 동물시험을 줄이는 로드맵을 추진했다. 2026년 3월에는 규제 제출에 쓰이는 NAMs의 검증과 시험설계, 보고 원칙을 담은 초안 지침을 발표했다. 국내 간 오가노이드 시험법의 검증은 이처럼 인체 반응을 더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안전성 평가체계를 마련하려는 국제적 흐름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자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미국 식품의약국(F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