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대신 금속 바닥에서 전기 얻는 ‘마이크로로봇 피부’ 개발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10.19 05:27 · 수정 2026.10.19 05:26
0.05㎜ 전기화학 막이 전력 생산과 바닥 감지를 동시에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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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배터리를 싣기 어려운 마이크로로봇이 발바닥만 한 얇은 막으로 금속 바닥에서 전기를 얻으며 걷는 기술이 개발됐다. 로봇이 움직이는 힘을 그대로 전기로 바꾸는 방식이 아니라, 로봇이 밟은 반응성 물질의 화학에너지를 이용하는 ‘개방형 전원’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푸단대학교 위에 가오 교수 연구팀은 로봇 발에 붙일 수 있는 전기화학 고분자 피부막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ational Science Review에 2026년 8월 22일 온라인 공개됐으며, 현재 교정과 조판을 거치기 전의 승인 원고다. 논문 제목은 ‘Continuously powering intelligent microrobots through an electrochemical polymer skin membrane’이다. 공동 저자는 Ganyu Wang과 Chihao Zhao다.

핵심 소재는 가교 폴리아크릴산칼륨(XL-PAAK)이다. 고분자 사슬을 서로 연결해 형태와 기능을 유지하도록 만든 물질로, 연구진은 이를 약 1㎟ 면적과 0.05㎜ 두께까지 줄였다. 최소 부피는 0.0004㎤다. 로봇 발의 막이 알루미늄이나 아연 같은 표면에 닿으면 금속이 산화되고, Pt/C 촉매층에서는 공기 중 산소와 물이 환원되면서 전기회로가 형성된다. 접촉한 뒤 약 0.1ms, 즉 1만분의 1초 만에 발전이 시작된다.

아연 기판에서는 최대 출력밀도 133mW/㎠를 기록했다. 연구진이 비교한 마이크로배터리보다 약 한 자릿수 높은 수준이다. 푸단대학교가 제시한 계산에 따르면 질량 1.7g인 로봇은 내장 배터리로 약 2분간 움직인다. 같은 로봇을 2시간 운전하려면 배터리가 전체 질량의 94%를 차지하고 5382Wh/kg의 에너지밀도가 필요해 현재 리튬이온전지 범위를 크게 넘어선다. 작은 로봇일수록 배터리의 무게와 부피가 더 큰 제약이 되는 이유다.

막은 전원과 발바닥 센서 역할을 함께 한다. 밟는 재료가 바뀔 때 나타나는 방형파 형태의 신호와 표면 거칠기에 따라 생기는 밀리볼트급 펄스를 구별한다. X-Y 전극 배열을 이용하면 발바닥의 어느 위치가 닿았는지도 판별할 수 있다. 적절한 접착력으로 미끄러짐을 줄이면서 발을 들 때는 떨어지도록 설계해 경사진 금속 표면에서도 이동할 수 있다.

환경 변화에 견디는 성능도 확인됐다. 영하 20℃에서는 출력전압이 실온보다 약 0.2V 낮아졌지만 작동했고, 80℃에서 수분이 증발한 뒤에도 물을 다시 공급하면 성능이 회복됐다. 푸단대학교는 알루미늄 위 내구시험에서 100만 보 동안 전압 저하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어디서나 무한히 전기를 만드는 장치는 아니다. 반응 가능한 알루미늄·아연·실리콘 등의 기판이 필요하며, 플라스틱이나 유리 같은 비활성 표면에서는 발전하지 못한다. 막 속 KOH도 알루미늄의 자기부식과 공기 중 이산화탄소에 의한 탄산화로 줄어들어 약 1wt% KOH 용액을 사람이 보충해야 한다. 연구진은 반응성 표면에서 슈퍼커패시터를 미리 충전한 뒤 비활성 구간을 건너는 병렬 방식을 후속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기술은 전력 생산과 환경 감지를 한 구조에 묶어, 배터리 탑재가 어려운 마이크로로봇의 설계 선택지를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자료: 푸단대학교 고분자과학계, National Science Review, Oxford University Press, China Science Publishing & Media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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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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