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태아 뇌 따라가는 AI…MRI 촬영 방향 실시간 조정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21 05:42
좌우 대칭성과 물리 원리 반영한 ‘E(3)-Pose’, 고해상도 3차원 영상 확보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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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안에서 계속 움직이는 태아의 머리를 인공지능(AI)이 따라가며 자기공명영상(MRI)의 촬영 방향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움직임으로 영상 일부가 빠지거나 단면의 각도가 어긋나는 문제를 줄여, 태아 뇌의 미세한 발달 이상을 더욱 정확하게 살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보스턴어린이병원, 프랑스 국립정보자동화연구소(Inria) 공동 연구진은 태아 머리의 자세와 움직임을 추적하는 딥러닝 모델 ‘E(3)-Pose’를 개발하고 훈련했다. 연구 결과는 2026년 유럽컴퓨터비전학회에서 발표됐다.

산전 진료에서는 일반적으로 초음파 검사에서 태아의 뇌 이상 가능성이 발견되면 이를 추가로 확인하기 위해 MRI를 활용한다. MRI는 태아 뇌의 내부 구조를 자세히 보여줄 수 있지만, 검사 도중 태아가 움직인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다. 성인 검사처럼 머리를 일정한 자세로 고정할 수 없으므로 촬영이 끝날 때까지 처음 정한 방향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

태아 뇌 MRI는 한 번에 완성된 입체 사진을 얻는 방식이 아니다. 얇은 단면을 담은 여러 장의 2차원 영상을 차례로 촬영한 뒤 이를 쌓고 결합해 하나의 고해상도 3차원 영상으로 복원한다. 책장을 한 장씩 촬영한 다음 책 전체의 형태를 다시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각각의 단면이 올바른 위치와 방향에서 확보돼야 최종 입체 영상도 온전해진다.

그러나 단면을 촬영하는 사이 태아의 머리가 움직이면 다음 영상은 앞선 영상과 다른 각도에서 얻어진다. 이렇게 방향이 달라진 단면을 그대로 모으면 배열이 흐트러지고, 최종 영상에 빈 곳이 생길 수 있다. 같은 부위가 불필요하게 겹치는 반면 정작 진단에 필요한 부위가 충분히 담기지 않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촬영 당시에는 작은 움직임처럼 보여도 여러 단면을 합치는 과정에서는 영상 전체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는 셈이다.

이런 영상의 공백과 왜곡은 단순히 화면이 흐려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태아 뇌의 발달 이상을 확인하려면 작은 구조까지 이어져 보이는 온전한 입체 영상이 필요하다. 중요한 부위가 빠지거나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배치되면 의료진이 병변을 놓치거나 실제 구조를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생긴다. 검사 도중 충분한 영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임신부가 다시 MRI를 받아야 하는 부담도 커진다. 움직임을 촬영 단계에서 곧바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영상 품질과 진단 신뢰도를 함께 높이는 데 중요한 이유다.

E(3)-Pose의 핵심은 태아 머리의 좌우 대칭성과 물리학적 원리를 신경망 구조에 직접 반영했다는 데 있다. AI가 많은 영상을 보고 머리 방향을 막연히 추정하도록 맡기는 대신, 좌우가 서로 대응하는 머리 구조와 공간에서 물체가 움직이는 방식을 학습의 바탕으로 삼았다. 태아 뇌가 가진 구조적 특징을 활용해 제한된 영상에서도 머리의 위치와 방향을 찾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 모델은 잡음이 섞이고 해상도가 낮은 영상에서도 뇌가 어느 방향을 향하는지 추적한다. 태아가 움직인 사실을 확인하면 MRI가 다음에 촬영해야 할 면을 그 움직임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 촬영 전에 정한 위치만 계속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변하는 머리 방향을 따라 영상 획득 과정 자체를 바꾸는 접근이다. 사후에 어긋난 단면을 복원하는 부담을 줄이고 처음부터 필요한 부위를 빠짐없이 확보하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현재의 느리고 수동적인 태아 뇌 MRI 과정을 자동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촬영 중 발생하는 움직임에 즉시 대응하면 불완전한 검사와 재촬영 가능성을 낮추고, 임신부가 더 짧고 편안하게 검사를 받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의료진에게는 구조가 더 온전하고 해석하기 쉬운 영상을 제공해 발달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뒷받침할 수 있다.

다만 현재 모델은 주로 임신 후기인 3분기 태아 영상으로 훈련됐다. 연구진은 앞으로 임신 2분기나 그보다 어린 태아 촬영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모델을 개선할 계획이다. 임신 2분기 태아는 몸집이 더 작고 자궁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도 넓어 머리를 안정적으로 추적하기가 한층 어렵다. 적용 시기를 넓히려면 이런 조건에서도 방향을 놓치지 않는 성능을 확보해야 한다.

E(3)-Pose의 원리는 태아 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촬영하기 어려운 다른 신체 부위를 영상화하는 데 활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제한된 센서로 잡음이 섞인 3차원 정보를 받아 물체를 추적해야 하는 자율주행 분야에도 같은 접근이 쓰일 수 있다고 밝혔다. 구조의 대칭성과 움직임의 물리적 특성을 AI에 반영함으로써, 불완전한 관측 속에서도 대상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알아내는 기반 기술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자료: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보스턴어린이병원, 프랑스 국립정보자동화연구소(In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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