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스 레이저로 리튬 금속 음극 되살렸다…전지 수명 약 4배 연장

자료사진: 절단면에 산화물이 형성되기 시작한 리튬 금속 시료. 해당 연구·행사의 현장 사진은 아닙니다.
차세대 전지의 저장용량을 높일 후보로 꼽히면서도 불안정한 표면 때문에 활용이 어려웠던 리튬 금속 음극을, 하나의 레이저 설비로 정밀하게 되살리는 기술이 나왔다.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이홍경 교수팀과 국립공주대학교 이동경 교수 연구팀은 펄스 레이저를 이용해 상용 리튬 금속 음극의 산화층을 제거하고 표면을 고르게 만드는 2단계 공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펄스 레이저는 에너지를 계속 비추는 대신 매우 짧은 순간에 집중해 전달하는 레이저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음극에 직접 닿지 않으면서 표면의 화학적 오염과 물리적 요철을 차례로 다뤘다.
리튬 금속의 이론 비용량은 3860mAh/g으로, 같은 질량의 흑연 음극보다 저장용량이 약 10배 크다. 표준수소전극을 기준으로 한 작동전위도 -3.04V로 낮아 고에너지 전지에 유리하다. 미국 에너지부의 Battery500 프로그램도 리튬 금속 음극의 높은 용량에 주목하며 전지 수준에서 500Wh/kg을 차세대 목표로 제시해 왔다.
하지만 실제 리튬 금속 표면은 균일하지 않다. 상용 박막 리튬 포일은 윤활제를 이용한 압출과 강한 캘린더링을 거치면서 미세균열과 요철, 잔류 오염물이 생길 수 있다. 제조와 보관, 드라이룸 취급, 셀 조립 과정에서는 Li2CO3·LiOH·Li2O와 유기물을 포함한 자연 산화층도 계속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불균일성은 충·방전 중 리튬이 고르지 않게 쌓이고 빠지게 해 수지상 성장과 부식, 분말화, 전기적으로 끊어진 ‘데드 리튬’ 축적을 일으킬 수 있다. 결국 전지의 수명과 안전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연구팀은 파장 1064nm, 평균출력 20W의 이터븀 나노초 펄스 파이버 레이저를 사용했다. 펄스 폭은 1.5~350ns 범위에서 조절했으며, 장치는 리튬과 공기의 반응을 막기 위해 아르곤으로 채운 글러브박스에 통합했다. 레이저를 주사할 때는 펄스가 지나간 자국을 줄이도록 90% 이상의 중첩률을 적용했다.
첫 단계인 A-mode는 불균일한 자연 산화층을 선택적으로 제거한다. 이어지는 S-mode는 표면을 부분적으로 녹였다가 다시 흐르게 하는 용융·재유동으로 균열과 요철을 복원한다. 연구팀은 산화층을 먼저 벗겨낸 뒤 표면을 평탄화하는 순서가 화학적 상태와 물리적 형상을 함께 균일하게 만드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피코초 레이저 연구가 용융을 억제하며 오염물을 제거했다면, 이번 공정은 나노초 펄스에서 생기는 열확산과 용융 재유동을 표면 복원에 활용한 점이 다르다.
기존의 표면 재생법은 산이나 반응성 물질을 쓰는 습식 처리, 또는 절삭·연마·추가 압연 같은 기계적 처리로 나뉜다. 습식 방식에는 잔류 부산물과 부반응 우려가 있고, 기계적 방식에는 표면 손상이나 산화층 잔해가 남는 문제가 있다. 이번 기술은 유독한 화학물질을 이용한 별도 처리나 음극에 접촉하는 가공 없이, 같은 레이저 설비에서 제거와 평탄화를 연속 수행한다.
처리한 음극은 면적용량 4.0mAh/cm²의 Li||NMC622 실험실 전지에서 200회 넘게 안정적으로 충·방전됐다. 미처리 음극을 쓴 전지보다 약 4배 긴 수명이다. 연구팀은 일반 대기에 4시간 노출해 산화시킨 음극에도 같은 공정을 적용해 재사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다만 이 결과는 실험실 셀에서 얻은 것으로, 완성된 상용전지의 수명이나 대면적 셀의 성능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이홍경 교수는 제조사와 제조 공정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는 상용 리튬 금속 음극 표면을 경제적이고 정밀한 레이저 공정으로 균일하게 개선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Energy Storage Materials 제90권에 논문번호 105427로 실렸으며, 2026년 8월 2일 온라인 공개됐다.
자료: 연세대학교, 국립공주대학교, Energy Storage Materials(Elsevier), 미국 에너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