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연구간 없는 철도’ 성큼…전력반도체로 급전 전력 다시 만든다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10.25 07:44
10MVA급 MMC 기본설계와 제어 알고리즘 마련…기존 설비와 병행해 단계적 도입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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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Aspere)

달리는 전기열차가 전원 전환을 위해 전력을 끊어야 하는 구간을 없애려는 연구가 핵심 장치의 설계 단계로 들어섰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연구진은 전력반도체를 이용해 철도에 필요한 전력을 새로 만들어 공급하는 차세대 시스템의 기본사양을 정하고, 장치를 안정적으로 운전하기 위한 제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김형철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23일 파르나스호텔 제주에서 열린 2026년 대한전기학회 전기설비부문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전력반도체 기반 차세대 전력공급시스템 기술개발’ 과제의 1차년도 성과와 향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대한전기학회 공식 일정에서도 이날 논문발표와 전문워크숍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절연구간은 위상이 서로 다른 교류 전원이 직접 맞닿지 않도록 전기적으로 분리해 놓은 구간이다. 쉽게 말해 성질이 다른 두 전원이 충돌하지 않도록 철도 전력망 사이에 둔 경계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공개한 선행 연구에 따르면 열차가 동력을 사용하는 역행 상태로 이 구간을 통과하면 전기 불꽃인 아크가 생기거나 전차선이 손상될 위험이 있어 주회로 차단기를 조작한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3상 22.9kV 전력을 받아 단상 55kV로 내보내는 10MVA급 모듈러 멀티레벨 컨버터, 즉 MMC의 기본설계다. MMC는 작은 전력변환 모듈 여러 개를 조합해 높은 전압을 다루는 장치다. 입력된 교류를 먼저 직류로 바꾼 뒤 철도 급전에 맞는 교류로 다시 합성하며, 중간 통로에 해당하는 DC 링크 전압은 46kV로 설정했다.

전력의 변환과 스위칭을 담당할 반도체로는 가격과 수급 여건을 고려해 1.7kV급 IGBT 적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IGBT는 큰 전력을 빠르게 켜고 끄는 전자식 스위치다. 연구진은 여러 서브모듈의 전압을 고르게 유지하고 장치 내부에서 불필요하게 도는 순환전류를 억제하는 제어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모듈이 나눠 맡은 전압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내부 전류가 커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기술이다.

도입 방식은 기존 스코트변압기를 한꺼번에 교체하는 형태로만 검토되지 않았다. 기존 설비와 새 전력변환장치를 함께 운전하면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현재 철도 전력설비를 유지한 채 현장에서 새 장치의 운전조건과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4월 착수보고회가 무중단 급전과 기술 국산화를 위한 전체 구상을 제시했다면, 이번 발표는 장치 사양과 제어 방법, 현장 실증에 필요한 운영조건을 구체화한 단계다.

실제 철도망에 적용하기 전에는 정밀한 검증이 중요하다. 정부 선행 과제 자료는 국내 전기철도 급전망에서 차량 전력변환장치가 만드는 고조파가 통신·신호회로에 간섭하거나 보호계전기의 오동작과 공진을 일으킬 가능성을 설명한다. 고조파는 정상적인 전력 파형에 섞이는 불필요한 파동이다. 이 때문에 신규 급전장치를 현장에 설치하기 전에 실제 계통의 반응을 실시간 모의 환경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과제는 2025년 9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기관전략개발단 참여기관 공모 대상으로 공개했으며, 연구책임자는 김형철 수석연구원이다. 연구원 공고에는 정부출연금으로 지원하고 국가연구개발혁신법과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개발비 사용 기준을 준용한다고 명시됐다. 연구가 현장 실증을 거쳐 급전 변전단에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다시 합성할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자료: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대한전기학회,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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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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