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초당 36억 번 울리는 ‘나노 종’…표면 손상 걷어내자 내부수명 21밀리초 추정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종이 초당 36억 번 울린다고 생각해보자. 한 번 울린 뒤 소리가 멎기까지 직접 확인된 시간은 4.9밀리초, 1초의 약 20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짧은 동안에도 진동은 약 1,764만 번 이어진다. 측정선으로 빠져나간 에너지까지 제외하면 종 자체의 내부수명은 21±6밀리초, 진동 횟수로는 약 7,560만 회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진은 리튬나이오베이트(LN) 압전 나노공진기에서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압전은 전압을 가하면 물질이 움직이고, 반대로 물질의 움직임을 전기 신호로 바꿀 수 있는 성질이다. 전기와 기계 진동을 서로 연결하기 좋지만, GHz급 압전 나노기계 장치에서는 진동 에너지가 빨리 사라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원인이 재료의 본래 성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자를 깎는 과정에서 표면에 남은 손상과 오염에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재료보다 제작 과정의 ‘흠집’을 의심했다
연구진이 사용한 재료는 두께 150나노미터의 X-cut MgO 도핑 리튬나이오베이트 박막이다. 여기에 포논결정을 만들고 중앙의 결함 셀에 3~4GHz 전단 진동 모드를 가뒀다. 포논은 고체 속 진동 에너지를 양자 단위로 표현한 말이며, 포논결정은 특정 진동이 밖으로 달아나지 못하도록 구조를 반복 배치한 장치다. 중앙 결함 셀은 본문 기준 약 600×900나노미터²로, 한 변이 1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공간이다.
문제는 이 작은 구조를 만드는 이온 밀링이었다. 이온을 쏘아 재료를 깎는 동안 LN 표면이 비정질화되면서 약 10나노미터 두께의 손상층이 생긴다. 이는 150나노미터 박막 두께와 비교하면 한쪽 표면 기준 약 6.7%에 해당하는 깊이다. 연구진은 이런 손상층과 공정 잔류물이 진동 에너지를 흡수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해석했다.
해법은 손상된 표면을 화학적으로 걷어내고, 깨끗해진 표면을 다시 오염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불산으로 구조를 해제한 뒤 암모니아수·과산화수소·물로 구성된 SC1 세정을 실시했다. 이어 세척된 장치 위에 포토레지스트나 다른 유기물을 다시 바르지 않았다. 대신 글자를 찍는 판처럼 구멍이 뚫린 독립형 질화규소 스텐실을 그림자 마스크로 사용해 50나노미터 두께의 알루미늄 전극을 마지막에 증착했다.
전극을 멀리하자 직접 측정 수명이 약 980배 늘었다
연구진은 전극과 결함 셀 사이의 거리를 360나노미터, 2,800나노미터, 4,760나노미터로 달리해 측정회로로 빠져나가는 에너지의 영향을 살폈다. 전극이 가까우면 진동을 전기적으로 쓰고 읽기 쉽지만, 그만큼 에너지가 측정회로로 새기 쉽다. 반대로 멀리 두면 누설은 줄지만 입출력 결합도 약해진다.
360나노미터 간격의 4.20GHz 장치에서 직접 측정한 총 에너지 수명 T1은 5.0±0.1마이크로초였다. 2,800나노미터 간격의 3.35GHz 장치에서는 674±4마이크로초로 늘었고, 4,760나노미터 간격의 3.60GHz 장치에서는 4.9±0.1밀리초에 도달했다. 처음과 마지막 장치를 비교하면 직접 측정한 총수명이 약 980배 증가한 셈이다. 외부 결합률도 11.97±0.08킬로헤르츠에서 25±2헤르츠로 낮아졌다.
여기서 4.9밀리초와 21밀리초는 구분해야 한다. 4.9±0.1밀리초는 마이크로파 펄스로 진동을 들뜨게 한 뒤 방출 신호가 줄어드는 링다운을 관찰해 얻은 실제 총수명이다. 연구진은 별도로 구한 외부 결합 수명 6.4±0.5밀리초를 이용해 측정회로로 새는 손실을 제외했고, 공진기 내부수명을 21±6밀리초로 역산했다. 두 비슷한 감쇠율의 차를 계산한 결과여서 불확실성도 비교적 크다.
따라서 포논 하나가 21밀리초 동안 살아 있는 모습을 직접 관찰했다고 표현할 수는 없다. 단일 포논 수준의 약한 구동에서 제시된 내부수명은 별도 조건의 11밀리초다. 최고 장치의 내부 품질계수 Qi는 (5±1)×10^8로 계산됐으며, 연구진은 보수적으로 Qi가 4×10^8보다 크고 주파수와 품질계수의 곱 fQi가 10^18헤르츠를 넘는다고 제시했다. 품질계수는 공진기가 에너지를 얼마나 적게 잃으며 오래 진동하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오래 울리는 것과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다르다
실험은 절대영도보다 0.01켈빈 높은 10밀리켈빈, 약 영하 273.14도의 희석냉동기 안에서 이뤄졌다. 최장 수명 장치의 분광 선폭은 34±3킬로헤르츠였지만 링다운 감쇠율은 32.5±0.7헤르츠였다. 2,800나노미터 장치에서는 각각 60±3킬로헤르츠와 236±1헤르츠였다. 분광 선폭이 에너지 손실뿐 아니라 주파수 잡음과 탈위상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뜻이다. 에너지 수명 T1이 길다고 해서 양자정보의 위상까지 같은 시간 동안 보존됐다고 볼 수는 없다.
공정 비교도 하나의 변수만 바꾼 완전한 대조시험은 아니다. SC1 처리와 최종 세정, 그림자 마스크 금속화, 기판 적층, 전극 거리 등이 공정 변형 사이에서 함께 달랐다. 8개 변형의 표본 수도 각각 1~16개로 균형적이지 않았고, 360나노미터 대표 조건은 한 장치만 측정됐다. 연구진의 결과는 표면 복원이 손실 감소에 중요하다는 해석을 뒷받침하지만, 어떤 미시적 결함이 얼마나 제거됐는지까지 규명한 것은 아니다.
다음 과제는 ‘오래 보관하면서 빠르게 꺼내기’
이번 연구의 의미는 강한 압전성을 지닌 LN도 가공 손상을 줄이면 비압전 고품질 재료에 가까운 내부 품질계수를 낼 가능성을 보였다는 데 있다. 그러나 긴 수명과 강한 입출력 결합을 한 장치에서 동시에 입증하지는 못했다. 전극이 가까운 360나노미터 장치의 내부수명은 8.0±0.3마이크로초였고, 가장 오래 진동한 장치는 전극이 4,760나노미터 떨어져 있었다.
제조상의 과제도 남아 있다. 연구용 플립칩 본더의 마스크 정렬 허용오차는 약 1마이크로미터였고, 좁은 간격 장치의 금속화 수율은 10~20%, 넓은 간격은 70~80%였다. 상온 RF 필터나 센서에서 같은 수명이 유지되는지, 초전도 큐비트와 결합해 양자상태를 저장하고 회수할 수 있는지, 대량생산 공정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는 이번 연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다음 질문은 단순히 얼마나 오래 울리느냐가 아니다. 전극이나 큐비트와 충분히 강하게 연결해 포논을 빠르고 정확하게 쓰고 읽으면서도, 표면과 측정회로로 새는 에너지를 얼마나 억제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연구진이 복원한 것은 완성된 양자메모리가 아니라, 그 균형점을 찾기 위한 압전 나노공진기의 가능성이다.
자료: 스탠퍼드대학교, Nature Nanotechnolog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