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8∼25 K에서도 취성으로 급전환하지 않은 니오븀–티타늄계 합금

금속을 절대영도보다 약 20도 높은 곳까지 냉각하면 어떻게 될까. 단단해지는 대신 유리처럼 갑자기 취성으로 돌아서 작은 균열에도 버티지 못할 수 있다. 그런데 두 종류의 체심입방(BCC·원자가 정육면체의 여덟 꼭짓점과 중심에 놓이는 결정구조) 합금은 18∼25 K(약 영하 255∼248도·논문 표기 약 20 K)에서도 파괴인성이 절벽처럼 무너지는 연성–취성 천이(DBTT)를 보이지 않았다. 시편은 시험 끝에 파단됐지만, 냉각에 따라 갑작스럽게 취성 파괴로 전환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시험 온도는 액체질소 온도인 77 K보다도 52∼59 K 낮고, 액체수소의 대기압 비등점인 약 20.4 K와 범위가 겹친다. 다만 연구진은 합금을 액체수소에 넣은 것이 아니라 기체 헬륨과 두 대의 극저온 냉각기로 냉각했다. 수소에 노출됐을 때 생길 수 있는 수소침투와 수소취성을 검증한 연구도 아니다.
추울수록 막히는 전위의 길
연구 대상은 원자비 기준 니오븀 70%와 티타늄 30%로 구성된 Nb₇₀Ti₃₀, 그리고 니오븀·탄탈럼·티타늄·하프늄 중엔트로피 합금 Nb₄₅Ta₂₅Ti₁₅Hf₁₅였다. 두 합금 모두 BCC 구조다. 연구진은 고순도 원소를 아크 용해하고 반복 재용해해 합금을 만든 뒤 약 33% 교차압연하고, 약 1,077∼1,100도에서 1시간 열처리한 후 수냉했다.
BCC 금속이 추위에 약해지는 핵심에는 전위가 있다. 전위는 결정 속 원자 배열이 어긋난 선 모양의 결함으로, 금속이 힘을 받을 때 원자층 전체가 한꺼번에 미끄러지는 대신 조금씩 변형되게 한다. 특히 나사전위는 온도가 낮아질수록 움직이기 어려워진다. 균열 끝에서 변형을 받아낼 소성영역이 줄면 응력이 좁은 곳에 몰리고, 금속은 충분히 휘기 전에 갈라질 수 있다.
이번 결과는 강도와 인성이 모두 그대로였다는 뜻이 아니다. Nb₇₀Ti₃₀의 항복강도는 298 K에서 444.3±4.6 MPa였지만 약 20 K에서는 839.9±18.5 MPa로 약 1.9배가 됐다. 반면 균열개시 인성은 상온의 219 MPa√m에서 77 K의 188 MPa√m, 약 20 K의 170 MPa√m로 낮아졌다. 상온값은 확장데이터 표에 218 MPa√m로도 제시됐다. 본문값 219를 기준으로 하면 약 22% 감소한 셈이다. 균일연신율도 10.9±0.2%에서 77 K의 5.7±3.1%, 약 20 K의 4.8±0.6%로 줄었다. 핵심은 덜 질겨졌어도 특정 온도에서 파괴인성이 갑자기 붕괴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나노쌍정과 ω상이 만든 ‘새 길’
연구진은 추위로 기존 전위의 길이 막히자 다른 변형기구가 먼저 작동했다고 해석했다. {112}〈111〉 나노쌍정 또는 국소적인 육방정계 ω상변태가 생기고, 이 구조의 계면이 결정립계와 만나는 곳에서 국부응력이 높아졌다. 쌍정은 결정 일부가 거울에 비친 것처럼 대칭 배열로 바뀌는 변형이며, 상변태는 원자 배열 자체가 다른 구조로 전환되는 현상이다.
높아진 국부응력은 양면적으로 작용했다. 일부 지점은 균열의 씨앗이 됐지만, 다른 지점에서는 새로운 혼합전위와 칼날전위가 방출됐다. 새 전위와 기존 전위의 활주가 이어지며 균열 앞 소성영역이 완전히 수축하는 것을 억제했다는 것이 연구진의 제안이다. 얼어붙어 막힌 도로 옆에 임시 우회로가 생긴 것과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쌍정과 ω상이 전위를 대신한 것이 아니라, 새 전위의 핵생성을 촉진한 뒤 전위 활주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다만 ω상과 쌍정 가운데 무엇이 먼저 생겼는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ω상이 쌍정의 핵생성을 도왔을 수도 있고, 쌍정 배아에서 생긴 전단응력이 ω상변태를 일으켰을 수도 있다. 연구진은 EBSD, TEM·STEM, 4D-STEM, TKD, 고해상도 TEM, 원자탐침단층촬영과 원자론 계산을 동원했지만, 현미경 분석은 주로 시험 후 하중을 제거한 시편에서 이뤄졌다. 실제 변형 도중의 사건 순서를 직접 촬영한 결과는 아니다.
4원계 합금의 항복강도는 77 K에서 936.6±22.4 MPa, 약 20 K에서 938.9±22.6 MPa로 통계적 산포 안에서 비슷했다. 약 20 K의 최대인장강도는 1,149.5±3.4 MPa, 균열개시 인성은 약 96.5 MPa√m, 균열성장 인성은 약 118 MPa√m였다. 다만 77 K에서 약 20 K로 냉각할 때 균일연신율은 약 33%, 파단연신율은 약 50% 감소했다.
미리 낸 균열이 보여준 양날의 작동
연구진은 단순 인장시험만 하지 않았다. 폭 16 mm, 두께 3.5 mm의 compact-tension 시편에 15 Hz, 하중비 R=0.1 조건으로 날카로운 피로 예비균열을 만든 뒤 균열이 시작되고 자라는 저항을 측정했다. 흠집 없는 금속을 잡아당기는 시험보다 결함이 있는 구조재의 거동에 가까운 방식이다. 인장시편은 온도와 합금 조건마다 3개, 파괴인성 시편은 2개였다.
인장시험 파면에서는 미세한 공동이 생기고 합쳐지는 연성 파괴가 관찰됐다. 그러나 미리 균열을 넣은 시편에서는 입계 파괴와 결정학적 파괴띠처럼 취성에 가까운 특징도 일부 남았다. 균열 부근은 단축 인장 때보다 주응력이 약 3∼5배 높고 여러 방향으로 응력이 묶이는 삼축 구속이 크다. 쌍정과 ω상은 응력을 분산하도록 새 전위를 만드는 장치인 동시에, 결정립계와 충돌하면 균열원이 될 수 있는 ‘소방관이자 방화범’인 셈이다.
온도값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균열 끝의 온도를 직접 잰 것은 아니다. 그립에서는 8∼15 K, 별도 검증시편 가장자리에서는 28∼35 K가 측정됐고, 연구진은 실제 균열 끝을 18∼25 K로 추정해 약 20 K라고 표기했다. 순간적인 국부 발열도 직접 감시하지 않았다. 일부 상온 자료에는 시편 크기 한계가 있었으며, 연구진은 핵심 저온값은 강도 상승에 힘입어 J 지배와 평면변형 조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상용 소재보다 설계 가설에 가까운 성과
이번 연구가 넓힌 것은 BCC 합금의 극저온 설계 기준이다. 지금까지의 질문이 ‘기존 전위를 얼마나 쉽게 움직이게 할 것인가’에 집중됐다면, 연구진은 ‘쌍정과 결정립계 같은 계면에서 필요할 때 새 전위를 만들 수 있는가’도 DBTT를 좌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두 조성에서 얻은 가설이므로 모든 BCC 금속에 적용되는 보편법칙으로 볼 수는 없다. 저온 쌍정과 ω상변태 자체도 새로 발견된 현상이 아니다. 새 점은 약 20 K에서 두 합금의 파괴인성을 정량화하고, 쌍정·ω상·계면 전위 핵생성·전위 활주를 DBTT 억제와 연결한 데 있다.
산업 적용까지는 확인할 항목이 많다. 표본은 조건당 2∼3개이고 변형률 속도도 1×10⁻³ s⁻¹ 한 조건뿐이다. 실제 수소환경과 용접부, 대형 단면, 반복피로, 장시간 유지하중, 열순환, 부식, 조사환경, 크리프는 시험하지 않았다. 고순도 실험재와 달리 대량 생산재에는 불순물과 가공 결함이 더 많을 수 있으며, 니오븀·탄탈럼·하프늄의 가격과 밀도, 공급망, 가공성도 평가되지 않았다. 2026년 10월 28일 현재 동일 조성과 조건의 국내 재현 또는 상용화 사례도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한국재료연구원이 액체수소 저장·이송용 극저온 소재를 시험할 8종 15대의 장비 구축 계획을 제시했고,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진은 20 K 크라이오스탯을 이용한 선박용 액체수소 소재의 인장·파괴인성 시험 방법을 연구했다. 현대건설도 국토교통부 국책과제에서 한국가스공사·한국가스기술공사·한국가스안전공사 등과 200㎥급 액체수소 저장탱크 실증 및 4,000㎥급 설계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들이 이번 합금을 채택한다는 근거는 없지만, 극저온 소재를 수소환경과 실제 구조물 조건에서 검증해야 할 수요는 분명하다. 이번 성과는 곧바로 탱크에 넣을 신소재의 완성이 아니라, 혹한에서 균열을 견디는 금속을 어떻게 설계할지 질문의 범위를 넓힌 출발점에 가깝다.
자료: 《Nature》, 옥스퍼드대학교,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미국 에너지부, 한국재료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현대건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