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란이 끝나기 전에 복구하는 공장…유지보수 조합으로 회복탄력성 최대 31.51% 높였다

박민성 기자 · 입력 2026.10.28 06:47
중국 연구진, 생산 저하와 복구가 겹치는 스마트 제조 모델 제시…생산량 증가 아닌 지표 개선, 현장 재현·비용 검증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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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국방과학기술대학교 관리보장부 군사건설처)

욕조의 배수구로 물이 빠지고 있는데 수도꼭지를 틀어 다시 채운다고 생각해 보자. 빠지는 물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채우는 것과, 물이 빠지는 중에도 수위를 회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과정이다. 스마트공장도 마찬가지다. 설비가 열화되거나 원료 품질이 흔들리는 교란이 사라지기 전부터 우회 생산과 정비가 시작될 수 있다. 중국 연구진은 이렇게 생산 저하와 복구가 동시에 벌어지는 공장을 수학적으로 표현하고, 유지보수 전략에 따라 회복 능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했다.

고전압 전기용 정밀부품을 소량·다품종으로 생산하는 유연 스마트 잡숍을 대상으로 한 사례연구에서, 시험한 6개 전략 중 최우수 조합은 비교 기준보다 기본 회복탄력성 29.95~31.51%, 임무 회복탄력성 10.86~14.10%를 높였다. 두 생산 임무 시나리오를 적용한 수치실험 결과다. 최대 31.51%라는 수치는 이 특정 사례의 기본 회복탄력성 지표에서 나온 상대 개선 범위의 상한이다. 생산량이 31.51% 늘거나 고장과 정지시간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장이 끝난 뒤가 아니라 교란이 진행되는 동안 본다

연구진이 문제로 삼은 것은 공장의 현실과 기존 평가 방식 사이의 시간차다. 종래 모델은 대체로 교란과 복구를 차례로 일어나는 단계로 다뤘다. 성능이 떨어지는 과정이 끝난 다음 복구가 시작되고, 모든 과정이 마무리된 뒤 결과를 평가하는 식이다. 그러나 실제 스마트 제조에서는 기계 열화, 원료 품질 변동, 환경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부분 생산과 우회 작업, 정비가 함께 진행될 수 있다.

이는 병이 모두 끝난 뒤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이 진행되는 동안 치료와 생명유지를 동시에 하는 응급실에 가깝다. 공장 역시 완전히 멈췄다가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단순한 두 장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어느 설비의 성능은 떨어지고, 다른 설비는 작업을 넘겨받으며, 정비된 설비는 다시 생산에 합류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중첩된 과정을 평가하기 위해 동시과정 회복탄력성 모델을 제시했다. 회복탄력성은 충격을 받은 시스템이 성능을 버티고 회복하는 능력을 뜻한다. 이 모델은 성능 저하와 복구가 모두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진행 중인 시스템의 상태를 동적으로 평가하도록 설계됐다. 연구 결과는 2026년 10월 15일 온라인 공개된 논문 ‘A concurrent process resilience model for smart manufacturing systems’에 담겼다.

전반적으로 버티는 능력과 임무를 완수하는 능력은 다르다

연구진은 회복탄력성을 두 가지 눈금으로 측정했다. 기본 회복탄력성은 교란과 복구가 겹치는 전체 관찰 과정에서 시스템 성능이 얼마나 유지됐는지를 본다. 반면 임무 회복탄력성은 성능이 정해진 임무 문턱을 충족했는지를 더 엄격하게 따진다. 성능이 그 문턱보다 낮았던 기간은 임무 회복탄력성 평가에서 제외된다.

쉽게 말해 기본 회복탄력성은 공장이 전반적으로 얼마나 버텼는지를 보는 지표이고, 임무 회복탄력성은 주문을 처리할 최소 수준을 실제로 넘었는지를 묻는 지표다. 기계가 어느 정도 살아나 생산을 이어갔더라도 납기를 맞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할 수 있다. 이번 수치실험에서 기본 회복탄력성 개선 폭이 29.95~31.51%였지만 임무 회복탄력성 개선 폭은 10.86~14.10%에 그친 이유를 읽을 때 이 차이가 중요하다.

31.51%를 숫자 감각으로 풀면, 같은 정의와 조건에서 비교 기준의 기본 회복탄력성 지표가 100이었다면 약 131.51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제품 100개가 약 132개로 늘었다는 뜻은 아니다. 개선율의 기준은 생산량이나 고장 건수, 복구시간이 아니라 비교 기준 전략의 회복탄력성 지표값이다. 공장의 성과를 어떤 문턱과 시간 범위로 재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한 설비를 멈춘 기회에 다른 위험 설비도 함께 살핀다

연구진은 새 지표를 바탕으로 각 정비 전략이 회복탄력성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나타내는 회복탄력성 기여도를 만들었다. 이어 예방정비, 교정정비, 기회정비를 달리 결합한 6개 운영·유지보수 전략을 두 임무 시나리오에서 비교했다. 사례 공장의 가공 단위는 네트워크 통신 기능을 갖춘 스마트 CNC 설비로 구성됐다.

시험한 6개 전략 가운데 가장 높은 결과를 낸 조합은 신뢰도 기반 예방정비, ‘정도 기반 교정정비’, 위험 기반·고장 유발 기회정비를 결합한 방식이었다. ‘정도 기반 교정정비’는 원문의 표현을 직역한 것이다. 공개된 자료만으로 무엇의 정도를 뜻하는지는 확정하기 어려워 더 구체적으로 단정할 수 없다.

기회정비는 자동차 바퀴를 빼고 수리하는 김에 가까운 장래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큰 브레이크 부품도 함께 점검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공장에서는 한 설비의 고장이나 정지로 정비 기회가 생겼을 때 다른 고위험 설비도 함께 손본다. 고장 난 위험 설비를 가동하면서 수리한다는 뜻은 아니다. 위험 예측이 정확하다면 다음 고장을 앞당겨 막을 수 있지만, 예측이 빗나가면 아직 쓸 수 있는 부품을 너무 일찍 교체하거나 불필요한 정지를 늘리는 과잉정비가 될 가능성도 있다.

‘최우수’는 여섯 후보 안의 결과…한국 현장 검증은 아직

이번 연구의 의미는 특정 개선율만이 아니라 평가 시점을 바꿨다는 데 있다. 교란이 끝난 뒤 남은 결과만 보는 대신, 교란과 복구가 동시에 진행되는 동안 시스템이 얼마나 버티고 임무를 수행하는지 평가하려 했다. 공장 운영자가 예방정비와 교정정비, 기회정비의 조합을 회복탄력성이라는 공통 눈금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결과의 범위는 분명하다. 제조 시나리오는 실제 산업 응용에서 유래했지만, 검증은 고전압 전기 정밀부품용 유연 잡숍을 모사한 사례연구와 수치실험이다. 최우수 조합을 실제 공장에 장기간 도입해 전후 성과를 측정한 현장시험이 아니다. ‘최우수’ 역시 연구진이 시험한 6개 후보 안에서의 결과일 뿐 모든 유지보수 방식 가운데 보편적으로 가장 좋다는 뜻은 아니다.

두 임무 시나리오에 한정됐다는 점도 남는다. 교란의 종류와 빈도, 설비 구성, 성능 문턱과 수리시간이 달라지면 전략의 순위와 개선 폭도 달라질 수 있다. 반도체 팹이나 철강·화학 연속공정, 식품·제약 공정, 조립라인에서 같은 수치가 나오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정비 인력과 예비부품, 계획정지, 센서와 디지털트윈 투자비를 합친 총비용에서도 이 조합이 가장 유리하다는 근거는 없다.

한국 역시 제조데이터를 이용한 고장 사전진단과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지원해 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2년 제조공정 고장을 사전에 진단하는 인공지능 분석모델 구축 지원계획을 밝혔고, 2025년에는 10개 분야 150개사를 대상으로 부처협업형 스마트공장 사업을 추진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포항공과대학교도 2021년 진동·소음·과열 같은 이상 징후를 분석하고 판단 근거를 시각화하는 설명가능 인공지능 기반 설비 고장진단 기술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동시과정 회복탄력성 지표와 정비 조합을 국내 공장에 적용해 기본 회복탄력성 29.95~31.51% 또는 임무 회복탄력성 10.86~14.10%의 개선을 재현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논문 공개 후 독립 연구진이 개선율을 재현하거나 반박한 연구도 확인되지 않았으며, 공개 코드와 원시데이터, 별도 보충자료도 이번 조사에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음 단계는 서로 다른 공정에서 결과를 독립적으로 재현하고, 안전·인력·부품 조달과 비용까지 포함해 실제로 지속 가능한 정비 조합인지 검증하는 일이다.

자료: 엘스비어·국방과학기술대학·중소벤처기업부·한국생산기술연구원·포항공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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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성 기자 ms.park@k-rnd.net
산업·제조 — 산업공학, 제조·공정관리·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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