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촉매의 결합력, 7나노미터 밖 원자 구조도 좌우했다

금속 촉매 표면에서 일어나는 화학 결합은 분자가 직접 붙은 자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결합 지점에서 수 나노미터 떨어진 원자 구조까지 분자와 금속 사이의 결합 세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촉매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면 특정 결합 부위뿐 아니라 그보다 넓은 범위의 표면 구조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과 막스플랑크 다학제과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이 금속 촉매 표면에서 나타나는 화학 결합의 장거리 영향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의 IBS 기초과학연구단 지원으로 수행됐다.
촉매는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에 관여해 원하는 반응이 효과적으로 진행되도록 돕는다. 금속 촉매는 여러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공정과 에너지 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촉매 표면에 접근한 분자가 어느 지점에 얼마나 강하게 결합하는지는 이후 반응이 진행되는 방식과 촉매의 전체 성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결합 세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일은 촉매의 특성을 파악하고 개선 방향을 찾기 위한 기초가 된다.
그동안 금속 표면과 분자의 결합을 설명할 때는 분자가 붙는 지점과 그 가까이에 있는 원자 구조가 주된 관심 대상이었다. 결합이 실제로 형성되는 곳의 구조를 정밀하게 살피면 결합 세기도 설명할 수 있다는 접근이다. 그러나 공동연구팀의 연구는 이러한 영향의 범위가 결합 지점 주변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분자가 결합한 곳에서 수 나노미터 떨어진 원자 구조도 결합의 세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나노미터는 매우 작은 길이 단위이지만, 원자 수준의 현상을 다루는 연구에서는 결코 결합 지점 바로 옆에만 한정되는 거리가 아니다. 수 나노미터에 걸친 영향이 확인됐다는 것은 금속 표면의 비교적 넓은 영역이 하나의 화학 결합에 관여할 가능성을 뜻한다. 겉으로 비슷해 보이는 결합 지점이라도 그 주변으로 이어진 표면의 원자 구조가 다르면 분자가 붙는 세기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발견은 촉매 성능을 예측하는 방법에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결합 지점과 가까운 원자만 고려하면 멀리 떨어진 표면 구조에서 비롯되는 영향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촉매 표면을 더 넓은 범위에서 살피고 원자 구조가 결합 세기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반영한다면, 실제 촉매의 작동 특성을 한층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촉매 설계에서도 의미가 크다. 촉매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결합 부위 자체를 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부위를 둘러싼 금속 표면의 구조까지 설계 대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분자가 금속에 결합하는 힘을 더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촉매 개선 과정에서 어떤 표면 구조를 중요하게 검토해야 하는지도 보다 분명해질 수 있다.
이번 성과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화학 결합의 특성을 밝힌 기초연구다. 동시에 화학제품 생산과 에너지 산업에 쓰이는 금속 촉매를 더 정확하게 분석하고 개선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나의 결합이 가까운 원자들의 배치만이 아니라 수 나노미터에 걸친 구조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촉매를 국소적인 결합점의 집합이 아닌 더 넓게 연결된 표면 구조로 이해해야 한다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과학연구원, 막스플랑크 다학제과학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