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 분자 하나가 큐비트로…빛으로 읽고 제어하는 양자 소자 구현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1.04 07:54
카벤 분자의 바닥상태 스핀을 초기화·제어·판독…광자칩 결합 가능성은 후속 검증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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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International Association of Science Parks and Areas of Innovation (IASP))

유기 분자 하나에 양자 정보를 저장하고 빛으로 꺼내 읽는 기술이 실험으로 구현됐다. 독일 양자 기술 기업 엔비전 연구진은 단일 분자의 전자 스핀을 초기화하고 제어한 뒤 광학적으로 판독하는 ‘스핀-광자 인터페이스’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큐비트는 양자 컴퓨터에서 정보를 담는 기본 단위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자가 작은 자석처럼 방향성을 갖는 ‘스핀’을 큐비트로 삼았다. 스핀-광자 인터페이스는 고체 속 스핀에 정보를 보관하면서 빛의 입자인 광자로 그 정보를 다른 장소에 전달하는 장치다. 한 칩에 모든 큐비트를 밀어 넣지 않고 여러 양자 처리 장치를 빛으로 연결하려면 필요한 기술이다.

연구진이 사용한 큐비트는 디([1,1′-비페닐]-4-일)카벤이라는 유기 분자다. 이 분자를 구조가 비슷한 케톤 결정에 매우 적은 양으로 넣었다. 실험 시료는 광자 반도체 칩 위에 만든 박막이 아니라 약 4.5K, 섭씨 영하 268.7도 환경의 분자 결정이었다. 연구진은 레이저로 전구체에서 질소를 제거해 결정 안에서 카벤을 생성했다.

연구진은 레이저로 단일 분자의 스핀 상태를 준비하고 마이크로파로 방향을 바꾼 다음, 방출되는 빛을 측정해 상태를 읽었다. 바닥상태 분자 스핀의 초기화와 결맞음 제어, 광학 판독을 하나의 단일 분자 계에서 함께 구현한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결맞음은 큐비트가 양자 상태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유지하는 성질을 뜻한다.

측정 결과 자유유도 감쇠시간은 5.3마이크로초였고, 한 차례 에코를 적용한 결맞음시간은 12.2마이크로초였다. 외부 잡음의 영향을 반복적으로 상쇄하는 XY8 동적 디커플링을 적용하자 결맞음시간은 2.2밀리초까지 늘어났다. 스핀이 주변 환경과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평형으로 돌아가는 스핀-격자 이완시간은 21밀리초였다.

빛의 특성도 단일 분자 방출체임을 뒷받침했다. 동시에 두 광자가 나올 가능성을 나타내는 광자 상관값 g²(0)은 0.142로, 단일 방출체 판정 기준인 0.5보다 낮았다. 광학 균질 선폭은 38MHz였으며 스핀에 따라 구별되는 광학 전이의 최소 간격은 1.555GHz였다. 광발광 양자수율은 10.8%, 진동에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은 제로포논선의 비중은 19%로 측정됐다. 이를 합친 제로포논선 순 방출효율은 약 2.1%였다.

연속 레이저와 마이크로파를 조사한 조건에서 분자가 빛을 내는 능력을 잃는 광표백 수명은 약 119시간이었다. 논문은 40마이크로초 동안 정보를 저장할 경우 단순 지수감쇠 모델을 기준으로 약 99%의 충실도를 추산했다. 충실도는 저장 전후의 양자 상태가 얼마나 같은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분자는 원자 구성을 바꿔 필요한 성질을 설계하고 같은 구조로 반복 합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엔비전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150종이 넘는 후보를 살펴보고 40종을 합성했다. 연구진은 분자 큐비트를 얇은 막으로 만들어 광자 집적회로와 결합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OLED 제조에서 유기 물질을 얇게 입히는 박막 기술과 닮은 접근이지만, 이번 논문은 광자칩에 통합된 소자를 시험한 결과가 아니다. 실제 칩에서도 결맞음과 광학 판독 성능이 유지되는지는 후속 연구로 확인해야 한다.

자료: NVision Quantum Technologies, 울름대학교, 히브리대학교 예루살렘,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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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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