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태아 때 채운 염색체 자물쇠, 생식기간 내내 지키는 OMC1 찾았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1.01 06:47
생쥐 난모세포의 REC8 이탈 늦추는 ‘평생 잠금장치’…사람 난자 기능과 노화 치료 가능성은 아직 미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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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화면 (사진 출처=Prue Talbot)

태어나기도 전에 채운 자물쇠를 수십 년 뒤에야 열어야 한다면, 그 잠금장치는 어떻게 버틸까. 포유류 암컷의 미성숙 난모세포는 태아기에 감수분열을 시작한 뒤 오랫동안 멈춘다. 생쥐에서는 수개월, 사람에서는 수십 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정지다. 이 긴 휴면 동안 염색체를 붙잡아 두는 장치가 약해지면, 훗날 난자가 만들어질 때 염색체가 너무 일찍 갈라질 수 있다.

치바대학교·구마모토대학교·이화학연구소(RIKEN)·규슈대학교 연구진은 태아기에 설치된 염색체 결합 장치가 생식기간 동안 유지되도록 돕는 난모세포 특이 단백질을 발견하고 OMC1(oocyte-specific meiotic chromosome protein 1)이라고 이름 붙였다. OMC1이 없는 젊은 생쥐의 난모세포에서는 늙은 난자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닮은 자매염색분체 조기분리(PSSC)가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2026년 10월 29일 공개됐다.

새로 채울 수 없는 염색체의 ‘지퍼’

염색체 결합의 핵심은 코히신(cohesin), 즉 복제된 염색체 두 가닥을 고리처럼 묶어 두는 단백질 복합체다. 그중 REC8은 감수분열에 특화된 성분이다. REC8이 염색체 팔을 붙잡으면 키아스마, 즉 부모에게서 온 상동염색체가 교차해 연결된 지점을 유지할 수 있다. 중심절 부근의 REC8은 감수분열Ⅰ이 끝난 뒤에도 자매염색분체가 성급하게 갈라지는 일을 막는다. 동원체는 염색체를 움직이는 방추사가 붙는 표지점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결합 장치가 낡았다고 쉽게 갈아 끼울 수 있는 부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0년 연구에서는 성장 중인 생쥐 난모세포에서 새 REC8을 발현해도 기능적인 결합을 다시 만들지 못했다. 2016년 연구도 태아기에 형성된 REC8 결합이 출생 후 수개월 동안 검출 가능한 교체 없이 유지된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미세한 수준의 교체 가능성까지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난모세포는 태아기에 마련한 결합을 장기간 보존해야 한다는 뜻이다.

연구진이 기존 유전자 Ccdc201이 만드는 단백질을 추적한 결과, OMC1은 생쥐 태아 발생 E17.5에 난모세포 핵에서 처음 검출됐고 E18.5에 더 뚜렷해졌다. 이후 성체 원시난포의 휴면 난모세포와 감수분열Ⅰ·Ⅱ 단계 염색체에서도 확인됐다. 면역염색에서는 OMC1과 REC8이 같은 염색체 축에 분포했고, 근접연결분석에서는 나노미터 수준으로 가까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두 단백질이 직접 맞물려 결합한다는 생화학적 증거는 없다. REC8을 지퍼에 비유한다면 OMC1은 지퍼가 벌어지지 않게 돕는 보호대에 가깝지만, 실제 구조를 묘사한 비유는 아니다.

설치는 정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결합이 풀렸다

연구진은 CRISPR–Cas9으로 Omc1의 단백질 암호화 엑손 1∼4를 제거한 생쥐를 만들었다. OMC1이 없어도 태아기 REC8의 최초 적재와 감수분열 전기 진행은 대체로 정상이었다. 출생 후 P10까지도 염색체에 결합한 REC8의 감소는 유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휴면 기간이 길어진 8주령과 22주령 난모세포에서는 대조군보다 염색체에 남은 REC8이 유의하게 줄었다.

세포 전체의 REC8 단백질량은 뚜렷하게 감소하지 않았다. REC8을 만들지 못한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REC8이 염색체에서 이탈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결과다. OMC1은 처음 자물쇠를 채우는 설치 인자보다, 잠긴 상태가 오래 유지되게 하는 인자라는 설명에 힘이 실렸다.

결합 약화의 결과도 염색체에서 확인됐다. OMC1 결손 난모세포에서는 자매 동원체 사이의 거리가 벌어졌고, 염색체 교차 연결이 끝부분으로 밀리는 말단화된 키아스마와 PSSC가 증가했다. 35주령에는 감수분열Ⅰ에서 한 쌍이어야 할 이가염색체가 일가염색체로 미리 갈라지는 더 심한 이상도 나타났다.

특히 8주령 결손 난모세포의 약 78%에서 PSSC가 관찰됐다. 분석한 결손 난모세포 10개 중 약 8개꼴이라는 뜻이며, 수정란이나 임신·출생아의 이상률을 뜻하지 않는다. 각 세포에서는 2∼8개의 단일 염색분체가 나타났다. 그런데 3차원 계수에서 야생형과 결손군 각각 난모세포 13개의 동원체 총수는 난자당 정상적인 40개로 유지됐다. 감수분열Ⅰ에서 염색체를 잃었다기보다, 감수분열Ⅱ에 들어간 뒤에도 붙어 있어야 할 자매염색분체가 먼저 갈라졌다는 단서다.

인과관계를 가려내기 위한 실험도 이어졌다. REC8만 부분적으로 급성 제거해 결손 난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추자 PSSC가 재현됐다. 정상 성체 난모세포에서 TRIM-Away 방식으로 OMC1을 급성 제거했을 때도 PSSC와 동원체 간 거리 증가가 나타났다. 장기간의 유전자 결손 때문에 생긴 비특이적 발달 이상만으로 결과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근거다.

뒤늦게 보충해도 완전 복구되지 않았다

결손 성체 난모세포에 정상 Omc1 mRNA 0.05pg을 넣자 염색체의 REC8과 PSSC 지표가 일부 개선됐다. 그러나 정상 수준까지 돌아오지는 않았다. 이미 사라진 REC8 결합을 새로 설치하거나 늙은 난자를 젊게 만든 실험이 아니다. 남아 있던 결합의 추가 소실을 줄였을 가능성이 있으며, 주입량이 늘수록 감수분열Ⅰ 진행 지연도 커졌다. OMC1 보충을 곧바로 안전한 치료법으로 해석할 수 없는 이유다.

생식 결과에서도 영향이 관찰됐다. 유전자형별 암컷 5마리를 4주령부터 장기 교배한 결과, 결손 암컷은 나이가 들수록 산자 수가 줄었고 30주 이후에는 새끼를 거의 낳지 못했다. 8주령 암컷의 난자로 체외수정한 배아를 수정 후 90시간까지 관찰했을 때도 발달 효율 저하와 지연이 나타났다. 다만 소규모 교배시험이며, 확보된 자료로 정확한 누적 산자 수와 포배 도달률을 확정할 수는 없다.

이 발견은 한국에서도 관심을 끌 배경이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잠정 통계에서 평균 출산연령은 33.8세였고, 모의 연령이 확인된 출생아 가운데 35세 이상 산모의 출생아 비중은 37.3%였다. 이는 연령에 따른 난자 염색체 분리 오류 연구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회적 배경일 뿐, 한국 여성에서 OMC1의 작동 방식이나 위험도가 확인됐다는 뜻은 아니다.

사람 유전학은 연결고리, 최종 증명은 아니다

사람의 추정 상동유전자는 CCDC201이다. 2024년 인간 유전학 연구는 북유럽의 폐경 후 여성 17만4329명을 분석해 특정 정지획득 변이 p.Arg162Ter를 두 사본 모두 가진 동형접합 여성 27명을 확인했다. 이들의 평균 폐경 연령은 비보유자·이형접합자보다 9년 빨랐고, 45세 전 조기폐경 비율은 93%로 비교군의 11%보다 높았다. 40세 전 폐경은 실제 관찰값이 27명 중 9명인 33%였으며, 40세라고 응답한 일부 사례를 보정한 논문 추정치는 46%였다.

그러나 핵심 집단은 27명이고 북유럽 중심의 결과다. 해당 변이의 동형접합 빈도 역시 북유럽 여성 약 1만 명 중 1명으로 추정됐을 뿐 한국인에게 적용할 수 없다. 이번 연구진이 시험한 것도 사람 난자가 아니라 인간 변이에 대응하는 생쥐 OMC1 R151 stop 절단 단백질이었다. 이 단백질은 염색체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고 PSSC를 구제하지 못했다. 사람 난자에서 CCDC201 단백질이 REC8을 유지하는지, 나이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OMC1 결손은 자연적인 난자 노화 전체를 재현하지도 않았다. 노화에 따라 감소할 수 있는 중심절 단백질 CENPA는 결손 난모세포에서 대체로 보존됐다. OMC1과 REC8의 직접 결합 방식, REC8의 이탈을 막는 생화학적 경로, OMC1 자체가 장기간 유지되거나 교체되는 방식도 남은 질문이다. 연구는 무작위화와 연구자 눈가림 없이 진행됐고 사전 표본수 산출도 없었다. 여러 실험의 생물학적 반복은 대체로 3회였으며, 공개 직후라 독립 연구진의 재현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저자 5명은 이번 발견과 관련된 치바대학교·구마모토대학교·RIKEN 공동 특허출원 2026-192022의 발명자로 공개됐다. 임상·상업적 가능성을 논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할 이해관계다. 현재 OMC1은 난자 노화의 유일한 원인이나 회춘 수단이 아니라, 태아기에 설치된 REC8 결합을 생식기간 동안 보존하는 유지 인자 후보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연구가 제시한 핵심은 낡은 자물쇠를 다시 채우는 법이 아니라, 처음 채운 자물쇠가 어떻게 오랜 시간을 견디는지 설명할 한 조각을 찾았다는 데 있다.

자료: 치바대학교·구마모토대학교·이화학연구소(RIKEN)·규슈대학교·국가데이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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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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