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30㎜ 압전 원판, 배터리 없이 발걸음으로 BLE 신호 보냈다

김동현 기자 · 입력 2026.10.30 06:49
성인 10명의 100회 보행시험 중 97회서 유효 광고 패킷 수신…조명·위치 사건·보행자 경고 가능성과 내구성 한계 함께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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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홍콩과기대 광저우캠퍼스)

지름 30㎜의 압전 세라믹 원판을 넣은 바닥 인터페이스가 성인 10명의 보행시험 100회 중 97회에서 유효한 BLE 광고 패킷을 한 개 이상 수신했다. 30㎜는 완성된 타일이나 전체 무선 장치의 크기가 아니라 전기를 만드는 세라믹 부분의 지름이다. 97%도 모든 패킷의 수신률이나 보행 인식 정확도가 아니다. 사람이 각각 10회씩 밟은 독립 시험 100회 가운데 97회에서 짧은 무선 신호가 최소 한 번 수신됐다는 뜻이다.

이 장치는 발전소보다는 ‘발로 누르는 배터리 없는 무선 초인종’에 가깝다. 휴대전화를 충전하거나 데이터를 계속 보내는 대신, 한 번의 발걸음에서 얻은 작은 에너지로 BLE 시스템온칩을 잠깐 깨워 사건 발생을 알리는 광고 패킷을 송신한다. 연구 결과는 2026년 10월 27일 국제학술지 《Microsystems & Nanoengineering》 제12권에 온라인 출판됐다.

발걸음이라는 짧은 전원을 작은 물통에 모으다

발걸음은 전원으로 쓰기 까다롭다. 압력은 짧고 불규칙하며 압전소자에서 나오는 전하량도 작다. 연구진은 PMN–PZT 압전 세라믹을 변형해 순간적인 전기를 만들고, 이를 정류한 뒤 4.7μF 커패시터에 저장했다. 발걸음을 잠깐 열리는 수도꼭지라고 한다면 커패시터는 작은 물통이다. 전하가 모여 저장전압이 문턱을 넘으면 회로가 에너지를 방출하고, BLE 칩이 전원이 완전히 꺼진 상태에서 시작하는 냉간기동을 거쳐 광고 패킷을 보낸다.

발전부인 ‘coin-PEH’는 지름 30㎜, 두께 0.5㎜ 미만의 압전 세라믹을 지름 35㎜, 두께 0.10㎜의 스프링강 기판에 붙인 구조다. 세라믹 원판은 지름 26.5㎜인 한국 500원 동전보다 약 3.5㎜ 크고, 두께는 약 0.76㎜인 일반 신용카드보다 얇다. 소재의 [001] 방향 Lotgering 계수는 약 99%였고, 힘을 전하로 바꾸는 재료 특성인 압전전하계수 d33는 962pC/N이었다.

연구진은 재료와 금속 기판, 전력관리 회로, 초저전력 BLE를 함께 설계했다. 1.25㎜ 최적 변형 조건에서 방출 가능한 에너지는 22.84μJ, 즉 0.00002284J였다. 일반 전자제품을 계속 켜기에는 매우 작지만, 연구에 사용한 BLE 회로의 냉간기동 요구량 약 17μJ보다는 5.84μJ, 약 34% 많았다. 다만 약 3mJ의 기계적 입력값은 0.5㎜ 제어 변형 사례에서 얻은 별도 측정치다. 이를 22.84μJ와 같은 작동에서 동시에 측정한 입출력값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기계입력 대비 방출 가능 전기에너지 약 0.76%도 별도 측정값을 결합한 계산이다.

한 걸음이 여러 패킷이 되는 이유

장치는 배터리나 여러 걸음에 걸친 사전 충전 없이 한 번의 발걸음으로 무선 사건을 만들도록 설계됐다. 성인 10명이 각각 10회 밟은 시험에서 97회는 유효 패킷이 한 개 이상 도착했고 3회는 도착하지 않았다. 한 번의 작동에서 발생한 패킷은 평균 2.39개, 최대 4개였다.

패킷이 여러 개라는 사실은 여러 걸음을 감지했다는 뜻이 아니다. 발을 디딜 때와 뗄 때 모두 소자가 변형될 수 있어 같은 보행 주기에서 복수 패킷이 생긴다. 연구진은 시간상 가까이 도착한 패킷을 묶어 하나의 발걸음 사건으로 처리했다. 따라서 실제 적용에는 중복 신호를 합치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반대로 약한 동작이 문턱전압을 넘지 못하면 사건이 빠질 수 있고, 남은 전하가 다음 동작과 합쳐져 서로 다른 입력이 하나의 사건처럼 기록될 가능성도 있다.

연구진은 이 신호로 스마트홈 조명을 제어하고, 네 걸음을 디지털트윈의 위치 사건으로 바꾸는 장면을 시연했다. 실내 위치 확인과 도로 사각지대의 보행자 경고에도 적용했다. 위치 확인은 영상이나 보행 자세를 복원한 것이 아니라 패킷을 보낸 타일의 ID를 좌표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도로 시연의 13.0m와 5.0m도 정밀 거리센서의 직접 측정값이 아니라 BLE 수신신호세기인 RSSI를 거리로 환산한 표시값이다. 사람과 차량의 차폐, 안테나 방향, 장애물과 다중경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조명 스위치와 교통안전은 같은 97회를 다르게 본다

이번 결과는 조명 제어처럼 실패했을 때 다시 밟을 수 있는 용도에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배터리 교체와 배선을 줄이면서 ‘어느 지점이 밟혔다’는 사건을 무선으로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 하드웨어 비용도 실험실 시제품 기준 노드당 미화 5달러 미만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이 금액에는 수신 허브와 방수·방진 포장, 바닥 시공, 유지관리, 다중노드 충돌 대응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교통안전처럼 신호 한 번의 누락도 중요한 환경에서는 평가 기준이 달라진다. 100회 중 3회는 유효 패킷을 받지 못했다. 여러 타일을 동시에 밟을 때의 패킷 충돌과 중복, 수신기 밀도, 무선 간섭도 대규모로 검증되지 않았다. 중복 타일과 다중 수신기, 여러 패킷을 결합하는 방법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 시연은 상용제품 검증이나 안전인증이 아니라 개념증명이다.

작게 휘어 전기를 얻되, 너무 휘면 깨진다

내구성도 남은 과제다. 연구진이 수행한 반복시험은 0.5∼1.25㎜ 변형에서 최대 1,500회였다. 1.25㎜ 변형에서는 1,500회 뒤 커패시터 충전전압이 4.366V로 측정됐고 급작스러운 파손은 없었지만 출력은 점진적으로 감소했다. 1.5㎜ 과변형 시험에서는 150회 뒤 세라믹의 균열형 손상이 관찰됐으며, 출력은 처음 7.302V에서 1,500회 뒤 0.320V로 무너졌다. 힘을 집중해 전기를 얻는 설계와 오래 버티는 설계가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대 1,500회 시험만으로 상업시설 바닥의 장기 사용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물과 먼지, 온도 변화, 접착층 노화, 충격과 비틀림, 옆방향 하중은 검증되지 않았다. PMN–PZT가 납을 포함한다는 점도 대규모 설치 때 파손·회수·폐기와 무연 소재 대체 가능성을 따져야 할 이유다.

참가자 역시 성인 10명에 그쳐 연령과 체중, 신발, 보행속도뿐 아니라 어린이·고령자·보행약자·보행보조기 사용자를 대표하지 않는다. 원자료와 분석 코드도 공개 저장소에서 바로 내려받는 방식이 아니라 교신저자에게 요청하도록 돼 있어, 외부 연구자가 97회의 결과를 원자료부터 독립적으로 재분석하는 데 제약이 있다. 배터리 없이 한 걸음으로 무선 사건을 만드는 문턱은 넘었지만, 놓치면 안 되는 현장에 깔기까지는 장기 내구성과 다양한 보행 조건, 신호 누락을 줄이는 시스템 검증이 더 필요하다.

자료: 홍콩과기대 광저우캠퍼스·난양공과대학교·허하이대학교·윈난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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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dh.k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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