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생산 순서와 묶음배송을 함께 푼다…납기 25% 넓히자 모델 비용 평균 43% 낮아져

박민성 기자 · 입력 2026.10.29 06:42
아연 다공장 공급망을 두 계층으로 나눈 BLSDA, 통합 모형이 멈춘 대형 사례에서도 해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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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화면 (사진 출처=Smatu)

공장에서 먼저 완성된 물량을 반쯤 찬 트럭에 바로 실어 보낼까, 다른 물량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보낼까. 바로 보내면 다음 공장이 빨리 작업을 시작할 수 있지만 트럭을 자주 써야 한다. 기다리면 묶음배송비를 아낄 수 있는 대신 창고비가 늘고, 재료를 기다리는 다음 공장의 일정까지 밀릴 수 있다. 생산부서가 작업 순서를 먼저 정하고 물류부서가 나중에 차량을 붙이는 방식만으로는 전체 공급망의 비용을 낮추기 어려운 이유다.

연구진은 여러 공장의 생산 순서와 공장 간 묶음배송을 두 계층으로 나눠 반복 계산하는 BLSDA(Bi-Level structured decomposition algorithm)를 제안했다. 위쪽 계층은 각 공장에서 어느 작업과 공정을 먼저 처리할지 정하고, 아래쪽 계층은 같은 이동 경로를 이용하는 재공품을 어느 운송 묶음에 넣을지 결정한다. 재공품은 완제품이 되기 전 공정 사이를 이동하거나 기다리는 물량이다. 두 계층은 서로의 답을 입력으로 주고받으며 납기 지연비, 재공품 보유비, 묶음배송비의 합을 낮춘다.

한 방향 생산라인이 아닌 ‘환승하는 공장망’

연구 대상은 제품마다 공정 경로가 다르고, 일부 제품은 이미 방문한 공장에 다시 들어갈 수도 있는 네트워크형·재진입형 다공장 공급망이다. 모든 제품이 한 방향 컨베이어벨트를 따라가는 구조라기보다, 서로 다른 노선을 타고 환승하며 때로는 지나온 역으로 되돌아가는 지하철망에 가깝다. 사례 네트워크에는 부유선광, 배소, 황산, 아연괴, 금속 회수 공장 등 최대 8개 시설이 포함됐다. 저·고품위 산화아연 정광과 황화물 정광, 아연괴, 아연분말, 황산, 중금속 등이 서로 다른 경로를 거친다.

이런 문제는 strongly NP-hard로 설명됐다. 입력 규모가 커질수록 가능한 작업 순서와 운송 조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모든 결정을 한꺼번에 풀기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로 생산과 운송을 하나의 혼합정수계획법(MIP·정수 단위의 선택까지 포함해 최솟값을 찾는 수학 모형)으로 묶어 상용 수리최적화 도구 CPLEX에 맡기자, 가장 큰 Case V에서는 메모리 부족으로 실행 가능한 해조차 얻지 못했다.

BLSDA는 이 거대한 문제를 생산 순서와 운송 묶음이라는 두 문제로 분리했다. 한 계층의 결과를 다른 계층에 넘기고, 답이 수렴하거나 최대 반복 횟수에 이를 때까지 갱신했다. 각 계층을 CPLEX 또는 모의담금질(SA)로 푸는 네 조합도 시험했다. 모의담금질은 여러 후보를 확률적으로 탐색하는 휴리스틱으로, 전역 최적해를 보장하지 않는다.

통합 계산이 실패한 사례에서도 답은 찾았다

연구진은 이란 아연 공급망을 바탕으로 만든 Case I~V 5개와 무작위 생성 문제 32개를 시험했다. BLSDA의 네 조합은 모든 아연 사례에서 실행 가능한 해를 구했다. Case I~IV에서는 CPLEX가 구한 정확한 해와 비교해 0~7%의 격차를 보였다. 정확한 최적값을 구하지 못한 Case V에서는 수학적으로 가능한 최저 비용인 하한과 비교했다. 촉박한 납기에서 격차는 0.9~8.2%, 느슨한 납기에서는 1~8%였다. 전체적으로는 정확해 또는 하한과 0~8.2% 차이의 해를 찾은 셈이다. 이를 모든 사례에서 최적해를 찾았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계산시간도 현장 실시간 제어와는 거리가 있었다. 조합별 최대 실행시간은 CPX-SA가 2만854초로 약 5시간 48분, SA-SA가 3만5774초로 약 9시간 56분, SA-CPX가 4만537초로 약 11시간 16분, CPX-CPX가 5만3266초로 약 14시간 48분이었다. 문제를 나눠 통합 모형이 멈춘 사례에서도 답을 찾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분 단위로 바뀌는 생산 현장을 즉시 재계획할 수 있다고 입증한 결과는 아니다.

확률적 탐색법을 쓴 조합은 안정성에도 차이가 있었다. 평균 변동계수는 SA-SA가 85%, SA-CPX가 31%였고, CPX-SA와 CPX-CPX는 각각 1%로 보고됐다. 상위 계층에 SA를 적용한 일부 실험은 정상적으로 수렴하지 못하고 최대 반복 횟수에서 끝났다. 일부 조건에서는 초기해를 개선하지 못하기도 했다. 지연비와 보유비가 운송비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면 배송 묶음을 바꿔도 총비용 변화가 작을 수 있기 때문이다.

‘43% 절감’의 주인공은 알고리즘만이 아니다

이 연구에서 가장 주의해 읽어야 할 숫자는 43%다. 이는 BLSDA 도입 전후의 비용 절감률도, 기존 수작업이나 다른 운영 소프트웨어와 비교한 개선률도 아니다. 같은 최적화 모형에서 납기를 약 25% 넓힌 조건과 촉박한 조건을 비교한 민감도 분석 결과다. 고객에게 약속하는 납기 시간을 더 넓히자 생산과 운송을 조정할 선택지가 늘었고, 모델 총비용이 평균 43% 낮아졌다. 다만 2022년 공개 원고는 이를 ‘평균 43%’로 명시한 반면, 2026년 최종 논문의 검색 가능한 문구에는 ‘최대 43%’로 표현돼 있다. 최종판 전체 표를 공개 접근으로 대조하지 못해, 수치 분석에는 세부 산식이 공개된 선행 원고의 평균 43%를 사용했다.

사례별 총비용 감소율은 약 14.0~67.8%로 폭이 컸다. Case I은 8308달러에서 7143달러로 약 14.0%, Case II는 1만9673달러에서 1만258달러로 약 47.9% 낮아졌다. Case III은 6만5201달러에서 2만4565달러로 약 62.3%, Case IV는 10만8740달러에서 3만5025달러로 약 67.8% 감소했다. 통합 CPLEX가 실패해 CPX-CPX 결과를 사용한 Case V는 12만4316달러에서 9만3427달러로 약 24.8% 낮아졌다. 이 감소율들의 단순평균이 약 43.4%다.

비용 차이가 모두 운송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느슨한 납기의 묶음배송비는 촉박한 납기보다 평균 약 1% 낮아지는 데 그쳤다. 공개 원고는 촉박한 납기의 납기 지연비와 보유비 합계가 느슨한 조건보다 30% 높았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43%를 ‘더 좋은 트럭 묶음으로 아낀 운송비’라고 부르면 틀린다. 납기를 넓혀 지연과 대기 비용을 조절할 여지가 커진 결과이며, 실제 고객이 더 긴 납기 약속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적용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계산적 근거에서 현장 성과까지 남은 거리

연구는 생산계획과 물류계획을 따로 확정하기보다 서로의 결정을 반복 조정해야 한다는 계산적 근거를 제시했다. 거리와 운송비에는 이란 도로유지·교통기구와 관련 기업 자료가, 광산 관련 입력에는 이란 국가 지질 데이터베이스와 전문가 지식이 쓰였다. 느슨한 납기와 촉박한 납기의 사례 입력 엑셀도 공개됐다.

그러나 이 결과를 실제 공장 8곳의 현장 실증으로 볼 수는 없다. 최대 8개 시설 가운데 중금속 회수용 공장 한 곳은 공개 원고 작성 당시 이란에 존재하지 않아 전문가 면담을 바탕으로 가정한 시설이었다. 기업명과 원시 운영자료는 공개되지 않았고, 전체 실행 코드와 난수 시드의 공개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실제 운영시스템에 알고리즘을 배치한 뒤 회계상 비용이나 가동률을 전후 비교한 현장실험과 독립 연구진의 재현 결과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모형은 모든 주문이 계획 시작 때 준비돼 있고 수요, 가공시간, 운송시간과 비용을 미리 정확히 안다고 가정했다. 설비 고장, 품질 변화, 교통·항만 지연, 긴급 주문, 차량 부족, 가격과 환율 변동은 확률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 공장 한 곳은 한 번에 작업 하나만 처리하고 공정을 중단하지 않으며, 같은 경로의 재공품만 함께 싣고 하나의 물량을 여러 운송 묶음으로 나누지 않는다는 단순화도 적용됐다.

아연은 한국의 국가 핵심광물 목록에 포함돼 있고,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에서 2024년 63만151톤의 아연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다만 온산제련소의 통합 제련 구조는 연구가 다룬 분산형 다공장망과 같지 않다. 한국 기업이 이 알고리즘을 도입했다는 증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 적용 가능성과 비용 효과를 판단하려면 사업장별 공장 배치와 운송 경로, 납기, 보유비, 설비 조건을 별도로 입력해 검증해야 한다. 이번 결과가 보여준 것은 43%라는 보편적 절감 약속이 아니라, 생산 시간표와 배송 시간표를 함께 보되 납기와 비용의 교환관계까지 투명하게 계산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료: Elsevier, Research Square, Mendeley Data, 산업통상부, 고려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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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성 기자 ms.park@k-rnd.net
산업·제조 — 산업공학, 제조·공정관리·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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