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길이 섬유형 아연전지 구현…연속 도금으로 균일한 음극 만든다

옷감에 짜 넣을 수 있는 배터리를 긴 실처럼 연속해서 만드는 길이 열렸다. 국내 공동연구팀은 산소 작용기를 도입한 탄소나노튜브 섬유에 아연을 균일하게 입히는 전기도금 공정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1m 길이의 섬유형 아연전지를 구현했다.
연구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 초물성전도소재연구센터 김남동·정현수 박사와 전북대학교 김정길 교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진우 교수, 강원대학교 임형규 교수 등이 참여했다. 논문 저자는 KIST와 전북대, 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강원대 소속이며 김정길·이지성 연구자가 공동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연구 결과는 2026년 7월 2일 국제학술지 ‘Advanced Energy Materials’에 공개됐다.
섬유형 전지는 가늘고 잘 휘어지는 전지를 뜻한다. 일반적인 단단한 전지와 달리 실처럼 구부리거나 직물로 엮을 수 있어 몸에 착용하는 전자기기인 웨어러블 기기의 전원 후보로 연구되고 있다. 이번 연구가 다룬 아연금속전지는 물을 기반으로 한 수계 전해질과 비교적 반응성이 낮은 금속을 사용한다. 불이 잘 붙지 않는 전해질을 이용한다는 점도 웨어러블 전원 연구에서 주목받는 배경이다.
문제는 가늘고 둥근 섬유 표면에 아연을 고르게 쌓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아연 석출이 일부 지점에 집중되면 덴드라이트라는 뾰족한 금속 돌기가 자랄 수 있다. 덴드라이트는 전극 표면을 불균일하게 만들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지 작동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전극이 길어질수록 전체 표면에 같은 상태의 아연층을 형성하는 제조 난도도 커진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소 작용기를 도입한 탄소나노튜브 섬유인 ‘OCNTF’를 아연 음극의 바탕으로 사용했다. 작용기는 물질 표면에서 특정 화학적 성질을 나타내는 원자들의 묶음이다. 연구팀은 OCNTF를 연속 공정으로 이동시키면서 아연을 전기도금해 긴 음극을 제조했다. 전기도금은 전기를 흘려 금속 이온을 원하는 표면에 얇게 쌓는 방식이다.
정렬도와 결정성이 높은 OCNTF는 아연과의 격자 불일치가 작았다. 두 물질의 원자 배열 간격 차이가 크지 않아 아연이 보다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나노튜브 사이에 형성된 골짜기 모양의 구조는 아연이 처음 생겨나는 우선 핵생성 지점으로 작용했다. 연구팀은 이 구조가 아연의 불균일한 성장과 덴드라이트 형성을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이 공정으로 제작한 미터급 섬유형 아연전지는 논문 초록 기준 질량·길이 기준 에너지 밀도 151.0µWh·tex⁻¹을 나타냈다. 이는 섬유의 굵기와 질량을 반영해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를 표시한 값이다. 섬유형 전지는 모양과 굵기가 일반 전지와 달라 단순한 부피만으로 성능을 비교하기 어려운 만큼, 이러한 선밀도 기준이 사용된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완성된 전지의 길이를 늘린 데만 있지 않다. 긴 아연 음극을 연속해서 제조하는 과정과 아연을 균일하게 석출하는 문제를 동시에 다뤘다는 데 핵심이 있다. 앞선 섬유전지 연구들이 용액 압출을 이용한 산업 규모 생산이나 직조 가능한 리튬이온 섬유전지의 생산 가능성을 제시했다면, 이번 연구는 수계 아연금속전지의 연속 음극 제조와 덴드라이트 억제에 초점을 맞췄다. 향후 웨어러블 전원에 적용하려면 실제 생산 속도와 수율, 대규모 공정에서의 균일성 등을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자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북대학교, 광주과학기술원(GIST), 강원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