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후보지, 전국 공통 기준으로 먼저 거른다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11.02 07:45
고준위방폐물 관리위원회, 배제·조건부 배제기준 12개 의결…약 13년 부지선정 절차의 첫 관문
기사 대표 이미지
자료화면 (사진 출처=한국원자력환경공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을 어디에 지을지 논의하기에 앞서, 시설을 두기 어렵거나 제대로 조사하기 힘든 지역부터 전국 공통 기준으로 걸러내는 절차가 시작됐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10월 30일 열린 제9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에서 공단이 제출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적합지역 배제기준’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확정된 기준은 배제기준 6개와 조건부 배제기준 6개를 합쳐 모두 12개다.

배제기준은 관리시설 입지로 명백히 부적합한 지역을 처음부터 후보 범위에서 제외하는 데 쓰인다. 조건부 배제기준은 부지조사를 진행하는 데 제약이 있는 지역을 가려내기 위한 기준이다. 개별 지역의 유치 의사를 묻거나 정밀한 현장조사를 벌이기 전에, 전국을 같은 잣대로 살펴 후보 범위를 합리적으로 좁히는 초기 단계인 셈이다.

이번 의결은 지난 4월 마련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적합성 조사계획’의 후속 조치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는 2026년 4월 24일 제3차 회의에서 이 조사계획을 의결하며 관리시설 부지선정 절차를 본격화했다.

위원회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된 기구다. 위원 9명으로 구성되며 관리시설 부지의 선정과 취소, 시설의 건설·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한다. 특별법은 2025년 3월 25일 제정돼 같은 해 9월 26일 시행됐다. 장기간 이어질 부지선정과 시설 건설을 별도 법률과 전담 위원회를 통해 관리할 제도적 틀이 마련된 것이다.

위원회는 전문적인 검토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6년 8월 부지·저장운반·처분·소통 등 4개 전문위원회에 모두 35명을 위촉했다. 이 가운데 부지 분야 전문위원은 7명이다. 부적합지역 배제에서 실제 후보지 조사와 주민 의견 확인까지 여러 단계가 이어지는 만큼 분야별 검토 체계를 둔 것이다.

부지 확정까지 약 13년 장기 절차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공개한 정책 로드맵에 따르면 조사계획 수립과 부적합지역 우선 배제에 1년이 걸린다. 이어 부지공모와 주민의견 확인 2년, 부지적합성 기본조사 5년, 심층조사 4년, 주민의사 확인과 부지확정 1년을 거친다. 첫 조사계획부터 최종 부지 확정까지 제시된 기간은 약 13년이다.

기본조사는 후보 지역의 적합성을 폭넓게 살피는 단계이고, 심층조사는 더 오랜 기간 정밀하게 조건을 확인하는 절차다. 마지막에는 주민의사를 다시 확인한 뒤 부지를 확정한다. 이번 배제기준 의결만으로 특정 지역이 관리시설 부지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며, 긴 선정 절차에 들어가기 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할 지역을 판단할 공통 잣대를 세운 데 의미가 있다.

부지가 확정된 뒤에도 시설 확보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공단 로드맵은 부지 확보 후 약 7년 안에 중간저장시설, 약 14년 안에 지하연구시설, 약 37년 안에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하는 일정을 제시한다. 중간저장시설은 최종 처분 전까지 폐기물을 보관하는 곳이며, 지하연구시설은 처분 체계의 장기 성능과 안전성을 연구하는 시설이다. 영구처분시설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인간의 생활권에서 장기간 격리하는 최종 시설이다.

자료: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국가법령정보센터

저작권자 © 한국R&D신문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반도체·일반공학 — 공정·소자·파운드리·메모리 및 기계·전기·토목
댓글 0 최신순 추천순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0 / 400 · 회원 로그인 시 닉네임으로 작성 · 비회원 수정은 작성 후 1분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