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상온 초전도체, 왜 그렇게 뜨거웠나 — LK-99가 남긴 것과 초전도의 진짜 현주소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07.29 12:10 · 수정 2026.08.24 12:22
‘영원히 도는 전류’에서 2023년 검증 열풍까지, 꿈의 물질을 가르는 두 가지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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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위키미디어 공용)

전선으로 만든 고리에 전류를 한 번 흘린 뒤 전원을 떼었는데도 전류가 영원히 돈다면 어떨까. 보통 전선에서는 전기저항 때문에 에너지 일부가 열로 사라지고 전류도 멈춘다. 그러나 초전도 고리에서는 이론상 전류가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 2023년 여름, 한국 연구진이 공개한 ‘LK-99’가 세계를 달군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냉각 장치도, 거대한 압력 장치도 없이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저항 0과 떠오르는 자석, 초전도의 두 얼굴

초전도는 특정 임계온도(Tc·초전도 상태로 바뀌는 경계 온도) 아래에서 전기저항이 ‘매우 작아지는’ 정도가 아니라 정확히 0이 되는 현상이다. 1911년 라이덴대의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는 수은을 4.2K(약 −269℃)까지 냉각하다 저항이 갑자기 0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처음 발견했다. 일상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극저온이었다. 오너스는 이 발견으로 191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초전도체에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특징이 있다. 마이스너 효과, 즉 초전도 상태가 된 물질이 내부의 자기장을 완전히 밀어내는 현상이다. 액체질소에 담가 냉각한 초전도체 위에 자석을 올리면 자석이 허공에 뜨는 자기부상이 나타난다. 저항이 단지 낮은 물질과 진짜 초전도체를 구별하려면 저항 0뿐 아니라 이 자기장 배척도 확인해야 한다.

1957년 바딘·쿠퍼·슈리퍼는 ‘BCS 이론’으로 저항 0의 원리를 처음 설명했다. 전자들이 ‘쿠퍼쌍’, 곧 두 전자가 짝을 이룬 상태가 된 뒤 물질 전체에 걸친 하나의 양자상태로 응축한다는 이론이다. 개별 전자들이 제각각 움직이며 에너지를 잃는 대신 하나의 질서 있는 상태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세 연구자는 1972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269℃에서 −13℃까지, 온도는 올랐지만 압력이 남았다

오랫동안 초전도에는 극심한 냉각이 필요했다. 전환점은 1986년 IBM 취리히의 베드노르츠와 뮐러가 구리산화물 세라믹에서 약 35K(−238℃)의 ‘고온초전도’를 발견하면서 찾아왔다. 여기서 고온은 일상적인 따뜻함이 아니라 기존 초전도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라는 뜻이다. 두 사람은 이듬해인 1987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같은 해 휴스턴대 폴 추 연구진은 YBCO에서 임계온도 약 92K(−181℃)를 달성했다. 이 온도는 액체질소의 끓는점인 77K(−196℃)보다 높다. 값싼 액체질소로 초전도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 첫 사례로, 초전도를 실용 영역으로 옮긴 분수령이었다. 오늘날 MRI, 입자가속기, 자기부상열차, 양자컴퓨터 큐비트가 초전도를 이용하지만, 여전히 액체헬륨이나 액체질소를 사용하는 극저온 냉각에 묶여 있다. 비용이 크고 장치 규모에도 제약이 생기는 이유다.

현재 실제 최고 기록은 수소화물에서 나왔다. 황화수소 H₃S는 약 203K(−70℃), 란타넘수소화물 LaH₁₀은 약 250~260K(−23~−13℃)에서 초전도를 보였다. 온도만 보면 일상에 훨씬 가까워졌지만 각각 약 155GPa, 약 150~170GPa의 압력이 필요하다. 수백 GPa는 대기압의 약 200만 배에 해당한다. 냉각의 벽을 낮추자 이번에는 압력의 벽이 나타난 셈이다.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꿈의 물질’로 불리는 까닭은 두 장벽을 한꺼번에 없앨 수 있어서다. 실현된다면 전력망 효율을 약 20% 높이고 연간 수십억 달러를 절감하며, 값싼 MRI와 핵융합로용 초강력 자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다만 이는 실제 물질이 존재하고 활용할 수 있을 때의 추정이지, 이미 확보된 성과가 아니다.

LK-99에서 초전도처럼 보인 것은 무엇이었나

2023년 7월 22일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이석배·김지훈 등은 구리가 치환된 납-인회석 물질 LK-99가 상압에서 약 400K(약 127℃)까지 초전도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LK-99라는 이름은 Lee와 Kim의 성, 연구를 시작한 1999년에서 따왔다. 사실이라면 극저온과 초고압을 모두 벗어난 결과였다. 세계 각지에서 곧바로 재현 실험이 시작됐지만 8월까지 성공한 곳은 나오지 않았다.

저항이 급격히 떨어진 이유는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의 분석으로 설명됐다. 시료에 섞인 불순물 황화구리(Cu₂S)가 약 385K(약 112℃)에서 구조 상전이, 즉 원자 배열이 다른 구조로 바뀌는 현상을 겪으며 저항이 3~4자릿수 급락한 것이다. 이 온도가 주장된 임계온도 400K와 가까워 초전도처럼 보였다. 그러나 황화구리의 변화는 온도를 올릴 때와 내릴 때 경로가 달라지는 열이력을 동반한 1차 전이였다. 초전도의 2차 전이와는 성격이 달랐다.

공중에 뜨는 듯한 모습도 결정적 증거가 아니었다. 원본 영상에서 LK-99 시료는 전체가 뜬 것이 아니라 한쪽 모서리만 들린 ‘부분 부상’을 보였다. 시료 안의 강자성과 반자성, 곧 자기장에 끌리는 성질과 밀려나는 성질이 균형을 이루면 초전도체가 아니어도 이런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가 황화구리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LK-99 단결정을 만들자 결과는 더 분명해졌다. 이 결정은 저항 0과 마이스너 효과를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절연체처럼 거동했다.

검증 실패가 남긴 것

LK-99는 상온·상압 초전도체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사건을 사기로 단순화할 수는 없다. 관측된 저항 급강하와 부분 부상은 실제 현상이었지만, 불순물의 구조 변화와 서로 다른 자기적 성질이라는 평범한 물리로 설명됐다. 초전도라는 해석이 세계 연구진의 재현과 정밀한 시료 분석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과학계가 빠르고 엄격하게 움직인 데에는 직전의 경험도 있었다. 2022~2023년 로체스터대 랑가 디아스 연구진이 288K 등의 상온초전도를 주장했지만 데이터 처리 문제로 관련 논문이 잇달아 철회됐다. 큰 주장일수록 저항 0, 마이스너 효과, 독립적인 재현을 함께 요구해야 한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1911년 −269℃에서 시작한 초전도 연구는 액체질소로 냉각할 수 있는 물질을 거쳐 −13℃ 부근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가장 높은 온도 기록에는 대기압의 약 200만 배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남은 질문은 선명하다. 냉각도, 초고압도 없이 저항 0과 마이스너 효과를 동시에 보이는 물질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LK-99 열풍은 답을 주지는 못했지만, 그 답을 인정받기 위해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는 분명하게 남겼다.

한국 학계는 백서로 문을 닫았다, 초전도는 이미 전력망을 돈다

LK-99 소동의 국내 결론은 학회 백서 한 권으로 정리됐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2023년 8월 검증위원회(위원장 김창영 서울대 교수)를 꾸려 서울대·고려대·성균관대·포항공대·한양대·경희대·부산대 등 8개 연구기관의 재현실험을 이끌었고, 그해 12월 13일 백서에서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는 근거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어느 재현 시료에서도 마이스너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소동과 별개로, 초전도를 실제로 쓰는 일에서 한국은 실적을 쌓아 왔다. LS전선은 2019년 변전소 사이 약 1킬로미터 구간에서 세계 처음으로 초전도 케이블을 상업 운전에 올렸다. 송전 손실이 기존 케이블의 10분의 1 수준이어서 도심 전력망의 증설 부담을 줄이는 기술이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의 초전도 토카막(자기장으로 플라즈마를 가두는 도넛형 장치) KSTAR는 2024년 3월 이온 온도 1억도의 플라즈마를 48초간 유지해 세계 기록을 세웠다. 모두 극저온 냉각을 감수하고 쓰는, 지금 기술의 초전도다.

'인공태양'으로 옮겨간 승부 — 2030년대 전력 생산이 목표다

정부 계획에서 초전도의 다음 무대는 핵융합이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6년 8월 발표된 미래성장동력 '7대 시드(SEED)'는 핵융합을 미래 에너지원으로 지목하고, 한국형 혁신 핵융합로 개발로 2030년대 전력 생산 실현을 목표로 걸었다. KSTAR를 고도화하는 'KSTAR 2.0'과 전력생산 실증 계획도 함께 추진된다. 태양처럼 수소를 융합해 에너지를 얻는 인공태양에서 1억도 플라즈마를 가두는 핵심 부품이 바로 초전도 자석이다.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언제 올지는 여전히 누구도 답하지 못한다. 그때까지의 승부처는 냉각 비용을 감수하고도 이득이 남는 응용처, 곧 케이블과 핵융합이며, 검증위 백서가 보여준 것처럼 큰 주장을 빠르게 걸러내는 학계의 자정 절차 또한 그 경쟁력의 일부다. 꿈의 물질을 기다리는 일과 지금의 초전도로 산업을 만드는 일은 별개의 경주이고, 한국은 두 번째 경주를 이미 달리는 중이다.

자료: 라이덴대·IBM·휴스턴대·퀀텀에너지연구소·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막스플랑크연구소·한국초전도저온학회·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LS전선·산업통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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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반도체·일반공학 — 공정·소자·파운드리·메모리 및 기계·전기·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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