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구글, '제미나이 3.6 플래시' 3종 동시 공개…경쟁 축이 '똑똑함'에서 '토큰 값'으로 옮겨갔다

김동현 기자 · 입력 2026.07.23 10:55 · 수정 2026.09.07 14:40
출력 토큰 최대 65% 절감·출력 단가 17% 인하…초고속 라이트, 보안 전용 사이버까지 에이전트 상용화 겨냥
구글, '제미나이 3.6 플래시' 3종 동시 공개…경쟁 축이 '똑똑함'에서 '토큰 값'으로 옮겨갔다
(사진=구글 제공)

AI 모델의 경쟁 구도가 '누가 더 똑똑한가'에서 '누가 더 싸게 오래 굴릴 수 있는가'로 넘어가고 있다. 구글이 7월 21일(현지시간) 내놓은 제미나이 신모델 3종은 그 신호탄에 가깝다. 벤치마크 성적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은 문제를 풀 때 소모하는 출력 토큰의 양 자체를 최대 65% 줄여 사용료를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AI 에이전트(사람 대신 여러 단계 작업을 스스로 수행하는 프로그램)를 수천, 수만 개씩 돌려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성능 점수보다 이 대목이 더 중요하다.

인공지능신문에 따르면 구글은 이날 경량·범용 모델 '제미나이 3.6 플래시', 초고속·저비용 모델 '제미나이 3.5 플래시-라이트', 사이버 보안 취약점 탐지에 특화한 '제미나이 3.5 플래시 사이버'를 동시에 발표했다. 플래시 계열은 구글이 응답 속도와 비용을 앞세워 대량 처리 용도로 밀고 있는 중급 라인으로, 최상위 '프로' 모델보다 값이 싸다.

점수는 올리고, 토큰은 덜 쓰게

주력인 제미나이 3.6 플래시는 코딩·연구·컴퓨터 조작 성능을 전작보다 끌어올렸다. 실제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재는 딥SWE(DeepSWE)에서 49%를 기록해 3.5 플래시의 37%를 웃돌았고, 머신러닝 연구 과제를 다루는 MLE벤치에서는 49.7%에서 63.9%로 뛰었다. 화면을 보고 마우스·키보드를 조작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OSWorld-Verified에서도 78.4%에서 83.0%로 올라섰다.

눈에 띄는 것은 효율이다. 구글은 3.6 플래시가 같은 과제를 풀 때 내놓는 출력 토큰을 벤치마크에 따라 17%에서 최대 65%까지 줄였다고 밝혔다. 토큰은 AI가 글을 읽고 쓰는 최소 단위이자 요금이 매겨지는 기준으로, 답을 장황하게 늘어놓을수록 비용이 불어난다. 답을 더 짧고 정확하게 뽑아내도록 다듬어 낭비를 줄였다는 뜻이다. 여기에 출력 요금 자체도 100만 토큰당 9달러에서 7.5달러로 내렸다. 입력은 100만 토큰당 1.5달러다. 쓰는 양이 줄고 단가까지 내려가면 실제 운영비는 두 배로 절감되는 셈이다.

초당 350토큰 '라이트'와 보안 전용 '사이버'

함께 나온 제미나이 3.5 플래시-라이트는 속도와 가격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모델이다. 초당 350토큰을 쏟아내는 처리 속도에 요금은 입력 100만 토큰당 0.3달러, 출력 2.5달러로 3.6 플래시의 3분의 1 수준이다. 대량의 문서를 훑거나 검색형 에이전트를 값싸게 돌리는 용도를 겨냥했다. 구글은 이 모델을 자사 검색에도 순차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모델인 제미나이 3.5 플래시 사이버는 성격이 다르다. 코드 속에 숨은 보안 결함을 찾아 고치는 데 특화한 모델로, 구글의 자동 취약점 수정 도구 '코드멘더'와 맞물려 작동한다. 여러 개의 에이전트가 저비용으로 코드를 훑어 취약점을 캐내는 방식으로, 구글은 크롬 자바스크립트 엔진 'V8'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이 모델이 55건의 고유 취약점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같은 조건에서 3.5 플래시는 47건, 앤트로픽의 오푸스 4.6은 36건을 찾는 데 그쳤다는 것이 구글의 설명이다.

취약점 도구는 '이중용도'…일반에는 안 푼다

다만 사이버 모델은 아무나 쓸 수 없다. 보안 취약점을 찾는 능력은 방어에도, 공격에도 쓰일 수 있는 '이중용도(dual-use)' 기술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 모델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정부 기관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에게만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파일럿 형태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강력한 도구일수록 악용 가능성을 함께 통제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조치로 풀이된다.

3.6 플래시와 3.5 플래시-라이트는 발표 당일부터 구글 AI 스튜디오, 제미나이 API, 안드로이드 스튜디오와 일반 사용자용 제미나이 앱에서 쓸 수 있다. 구글은 이와 별도로 상위 모델 제미나이 3.5 프로를 시험 중이며, 차세대 기반 모델 '제미나이 4'의 개발도 공식화했다. 다만 3.5 프로의 정식 출시 시점과 제미나이 4의 구체적 사양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발표는 AI 시장의 관심축이 성능 지표 경쟁에서 '실제로 대규모로 배치했을 때의 경제성'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드러낸다. 다만 벤치마크 점수와 절감률은 모두 구글이 자사 기준으로 제시한 수치인 만큼, 실제 업무 환경에서 어느 정도 재현되는지는 개발자들의 검증을 거쳐야 확인될 전망이다.


참고 자료
· 구글, AI 에이전트 시대 가속 '제미나이 3.6 플래시' 공개…초고속 '3.5 플래시-라이트'·사이버 보안 전용 '3.5 플래시 사이버' 동시 출격 — 인공지능신문 (2026.07.22)

한국도 '토큰 값' 시험대…국가대표 AI는 5팀에서 3팀으로

같은 저울이 한국에도 놓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월 18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2차 단계평가 결과를 발표해 업스테이지·SK텔레콤·LG AI연구원 3개 팀을 다음 단계에 올렸다. 지난해 8월 5개 정예팀으로 출발한 사업이 두 차례 평가를 거쳐 3파전으로 좁혀진 것이다. 정부는 진출 팀에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B200을 팀당 1000장씩 지원하는데, 이 GPU를 6개월 빌리는 비용만 총 1200억 원대로 추산된다(지디넷코리아 등 보도). 모델을 '돌리는 값'이 이미 국가 예산 단위의 문제라는 뜻이다.

판돈과 제도도 함께 커졌다. 올해 정부 AI 예산은 10조1000억 원으로 지난해 3조3000억 원의 3배를 넘고, 1월 22일에는 유럽연합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AI기본법(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 시행됐다. 구글이 끌어내린 토큰 단가는 이 국가대표 팀들이 시장에서 견줘야 할 가격표이기도 하다.

평가 잣대도 성능에서 '운영비'로…정부 지원의 다음 질문

잣대의 이동은 정부 평가에서도 시작됐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2차 평가에서 성능 지표만이 아니라 실제 활용 가능성, 즉 실용성을 함께 봤다고 밝혔다. GPU 지원을 상반기 팀당 768장에서 1000장으로 늘리면서 새로운 지원 체계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연합뉴스 보도). AI기본법이 규정한 생성형 AI 표시 의무처럼, 모델을 대규모로 배치하는 시대의 규범도 하나씩 갖춰지고 있다.

남는 질문은 효율이다. 같은 GPU 1000장으로 몇 배의 일을 시키느냐는 결국 모델이 토큰을 얼마나 아껴 쓰느냐에 달렸다. 구글이 출력 토큰을 최대 65% 줄여 보인 것처럼, 국가 AI 경쟁력의 성적표는 이제 벤치마크 점수판이 아니라 매달 날아오는 운영비 청구서에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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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dh.k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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