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충전의 승부처는 ‘나쁜 조건’의 안전이다

전기차 무선충전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충전선을 없애는 편리함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전력을 얼마나 예측 가능하게 다루느냐라고 본다. 케이블은 전기를 전달할 뿐 아니라 연결 위치를 물리적으로 고정한다. 그 고정 장치를 없애는 순간 차량의 주차 오차, 바닥과 차체 사이 거리, 주변 금속과 전자장치까지 모두 안전 설계의 변수가 된다. 계명대 연구팀의 결과에서 내가 주목한 대목도 ‘무선’보다 이 변수를 회로 안에서 통제하려 했다는 점이다.
전자파를 막는 데서 만들지 않는 쪽으로
무선전력전송은 코일 사이 자기장을 이용해 선 없이 전기를 보내는 기술이다. 전력을 변환할 때는 기본 주파수의 3배·5배·7배로 생기는 불필요한 전류인 고조파가 나타나고, 이것이 주변 기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자파 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계명대 신유준·우성호 교수 연구팀은 송신부와 수신부에 코일과 축전기를 조합한 LC 공진회로, 곧 특정 주파수만 골라 거르는 필터를 넣었다. 3·5·7차 고조파를 함께 억제한 실험에서 방사 간섭은 각각 22.2·14.9·16.1데시벨 줄었고, 전력전송 효율 하락은 최대 1.6%포인트에 그쳤다. 코일 사이 거리가 달라져도 저감 성능을 유지했다는 점도 반갑다.
기존 차폐가 새어 나온 전자파를 외부에서 가두는 접근이라면, 이번 방식은 원인이 되는 전류가 주 코일로 흐르기 전에 걸러낸다. 차폐재의 무게와 부피를 늘리지 않고 필요한 고조파용 필터를 더할 수 있는 모듈 구조라는 점에서 공학적으로 설득력이 있다. 전기차는 작은 효율 손실도 열과 충전시간, 전력비로 되돌아오는 시스템이므로 전자파와 효율을 함께 본 판단도 옳다.
상용화는 ‘나쁜 조건’ 시험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실험실의 좋은 수치가 곧 도로 위 신뢰를 뜻하지는 않는다. 무선충전은 차량이 중앙에서 벗어나거나 높이가 달라지고, 바닥에 금속성 이물질이 놓이며, 비와 온도 변화가 겹치는 조건을 견뎌야 한다. 다른 차종과 충전기의 조합에서도 같은 성능을 내는 상호운용성, 이상 상태를 즉시 감지해 전력을 끊는 제어도 필요하다. 연구팀이 다음 단계로 실제 차량과 고출력 조건의 검증을 제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산업은 최고 효율 한 줄보다 정렬 오차와 출력 변화에서의 최저 성능, 장시간 운전 때의 온도, 주변 전자장치와의 공존 결과를 공개하는 시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완성차·충전기·부품 기업이 공통 조건으로 데이터를 쌓고 인증 기준에 반영해야 기술이 특정 시제품을 넘어 기반시설이 된다. 무선충전의 미래는 전선을 감추는 데 있지 않다.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측정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표준으로 만드는 데 있다고 필자는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