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상수가 아닐지도 모른다 — 암흑에너지가 변한다는 신호, 그리고 그 신호를 의심하는 사람들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08.04 17:34 · 수정 2026.08.24 12:00
은하 1,400만 개가 가리킨 3.1시그마…한 구간을 빼면 증거가 사라진다는 재분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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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가 설치된 미국 키트피크 국립천문대의 메이올 4m 망원경. (사진 출처=P. Marenfeld & NOIRLab/NSF/AURA, CC BY 4.0)

우주가 점점 빠르게 부풀고 있다는 사실은 1998년에 확인됐다. 그 가속을 밀어붙이는 무언가를 물리학은 암흑에너지라고 부른다. 정체는 여전히 모른다. 다만 지난 사반세기 동안 우주론의 표준 모형은 한 가지를 전제해 왔다. 암흑에너지의 세기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방정식에 넣었다 거둬들인 '우주상수'가 바로 그 전제의 이름이다.

그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키트피크 천문대의 암흑에너지 분광장비(DESI)가 관측한 결과, 암흑에너지의 세기가 시간에 따라 약해지고 있는 쪽으로 데이터가 기울었다. 사실이라면 표준우주모형을 다시 써야 한다.

그런데 같은 데이터를 다르게 계산한 연구자들이 최근 다른 결론을 내놨다. 이 기사는 그 두 주장을 나란히 놓는다.

은하 1,400만 개가 그린 자

DESI는 하늘을 향해 5,000개의 광섬유를 동시에 겨눠 은하와 퀘이사의 스펙트럼을 한꺼번에 담는 장비다. 두 번째 데이터 공개(DR2)는 3년 치 관측으로 얻은 은하·퀘이사 1,400만 개 이상을 담았다.

이 방대한 목록으로 무엇을 재는가. 바리온 음향 진동(BAO)이라는 자다. 초기 우주에서 물질과 빛이 뒤엉켜 출렁이던 음파가 우주가 식으면서 그대로 얼어붙었고, 그 파장이 오늘날 은하 분포에 일정한 간격의 무늬로 남았다. 그 간격의 실제 크기를 이론으로 알 수 있으므로, 하늘에서 보이는 겉보기 크기와 비교하면 그만큼 떨어진 거리를 잴 수 있다. 우주에 박혀 있는 표준 잣대인 셈이다.

이 잣대를 여러 시대(적색편이 구간)에 대고 재면 우주가 시기별로 얼마나 빨리 부풀었는지 그릴 수 있다. 팽창의 이력이 곧 암흑에너지의 이력이다.

3.1시그마, 그리고 2.8~4.2시그마

DESI 연구진이 논문에 적은 수치는 이렇다. DESI의 BAO 측정과 우주배경복사 자료를 합치면, 암흑에너지가 변하는 모형이 변하지 않는 표준모형보다 3.1시그마 수준으로 선호됐다. 여기에 초신성 관측까지 더하면 선호도는 어느 초신성 자료를 쓰느냐에 따라 2.8시그마에서 4.2시그마 사이로 나타났다.

시그마는 우연히 이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얼마나 낮은지를 나타내는 척도다. 입자물리학에서 '발견'을 선언하는 관례적 문턱은 5시그마다. 3시그마는 '증거'라고 부를 수는 있어도 '발견'이라고 말하지는 않는 구간이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도 특이하다. 연구진은 선호되는 해가 현재의 암흑에너지 세기를 나타내는 값이 −1보다 크고, 그 변화율을 나타내는 값은 0보다 작은 영역에 놓인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과거에는 지금보다 강했고 시간이 흐르며 약해지는 그림이다. 우주상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 구간을 빼면 사라진다"

지난달 말 공개된 재분석 논문은 이 신호를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봤다. 문제 삼은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통계를 세는 방식이다.

저자들의 지적은 이렇다. 표준적인 시그마 값은 그 검정을 단 한 번만 수행했을 때를 전제로 해석된다. 그런데 DESI는 1차 공개, 2차 공개, 앞으로의 3차 공개에 걸쳐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던지고 있다.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물으면 우연한 요동이 유의해 보일 확률이 그만큼 올라간다.

그래서 이들은 반복 검정에 견디도록 설계된 다른 통계량을 적용해 다시 계산했다. 결과는 조건에 따라 갈렸다. 2차 공개 데이터가 선호하는 방향을 미리 정해두고 계산하면 증거는 기준선을 넘었다. 그러나 신호가 몰려 있는 특정 적색편이 구간 하나를 빼자, 값이 급락하며 오히려 표준모형 쪽으로 기울었다. 일곱 개 구간 전체를 놓고 '어디선가는 튈 수 있다'는 점까지 보정하자 저자들의 표현으로 "신호가 살아남지 못했다."

이들의 결론은 이렇게 요약된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것은 "견고한 증거라기보다, 단일 구간에 의존하고 설정에 따라 달라지는 취약한 신호"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신호가 한 구간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매끄럽게 변하는 암흑에너지와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논쟁이 놓인 자리

이 재분석이 DESI의 관측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데이터를 두고 얼마나 강한 주장을 할 수 있는가를 따지는 것이다. 관측 자체의 정밀도와, 그 관측에서 결론을 끌어내는 통계적 절차는 서로 다른 문제다.

주목할 점은 이 논쟁이 우주론 안에서 고립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암흑에너지가 정말 변한다면 우주 팽창률을 둘러싼 다른 불일치들, 이른바 '텐션'들과도 맞물린다. 실제로 최근 프리프린트 서버에는 암흑에너지 매개변수 표기법을 바꿔야 하는지, 다른 형태의 모형이 필요한지, 초기 우주와 후기 우주의 물질 밀도를 나눠 봐야 하는지를 다루는 논문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관측 결과가 분야 전체의 가정을 다시 검토하게 만든 상태다.

결론은 관측이 더 쌓여야 난다. DESI는 계속 관측 중이고 다음 데이터 공개가 예정돼 있다. 그때 신호가 커지면 표준모형은 정말로 흔들리고, 반대로 옅어지면 이번 신호는 통계적 요동으로 정리될 것이다.

한국도 이 협력 안에 있다

DESI는 60곳 안팎의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국제 협력이다. 공식 참여기관 명단에는 한국천문연구원과 고등과학원이 올라 있다. 우주상수가 상수가 아닐 수 있다는 이 논쟁의 데이터에, 한국 연구기관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암흑에너지는 우주 전체 에너지의 약 7할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면서도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대상이다. 그것이 상수인지 아닌지는 우주의 먼 미래가 계속 팽창하는 쪽인지, 언젠가 방향을 바꾸는 쪽인지를 가르는 질문이기도 하다. 지금 학계가 서 있는 자리는 답이 아니라, 답을 물을 만한 신호가 처음으로 나타난 지점이다.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과 계산을 맡는 것은 다르다

이 논쟁에서 한국의 자리는 참여기관 명단보다 깊숙한 곳에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2025년 3월, 두 번째 데이터 공개의 핵심 논문 가운데 하나인 '확장 암흑에너지 분석'을 원내 중력파우주연구단이 주도했고 주저자가 박사과정생 쿠샬 로드하라고 밝혔다. 암흑에너지가 변하는지를 가리는 바로 그 계산의 한 축을 국내 연구진이 맡은 것이다.

관측 인프라의 지분도 넓어지고 있다. 천문연이 기기·과학 파트너로 참여한 NASA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는 2025년 3월 발사돼 그해 12월 하늘 전체를 102가지 색으로 쪼개 찍은 첫 적외선 전천 지도를 완성했다. 지상에서는 8.4m 거울 여러 장을 잇는 거대마젤란망원경(GMT)의 관측기기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 중이고, 올해 7월 10년 탐사를 시작한 베라 루빈 천문대 LSST의 국내 유일 자료접근기관이기도 하다. 우주 거대구조를 서로 다른 각도에서 재는 이 장비들은 DESI의 신호를 교차검증할 독립 잣대가 된다.

판정을 내리는 것은 해석이 아니라 4,000만 개다

천문연 발표에서 중력파우주연구단 샤피엘루 알만 박사(UST 교수)는 "우리는 현재 암흑에너지가 우주상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엄청난 발견의 시작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작'이라는 단서를 단 낙관이다.

같은 발표에 따르면 DESI는 5년 관측을 마치면 은하·퀘이사 약 4,000만 개를 재게 된다. 이번 공개분의 세 배에 가까운 표본이다. 재분석 진영이 문제 삼은 것이 데이터가 아니라 통계를 세는 방식이었던 만큼, 표본이 이만큼 커지면 한 구간에 기대는 취약한 신호인지 어디서 재도 남는 증거인지가 갈린다. 신호가 살아남으면 표준우주모형이 고쳐지고, 사라지더라도 반복 검정을 어떻게 셀 것인가라는 방법론의 숙제는 학계에 남는다. 어느 쪽이든, 판정 국면의 1차 데이터에 손이 닿는 자리에 한국 연구진이 앉아 있다.

자료: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 협력단,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 한국천문연구원, 고등과학원, arX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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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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