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가능성, 발견보다 책임이 먼저다

새 바이오 소재를 찾는 일에서 더 어려운 과제는 ‘발견’보다 ‘책임 있게 반복 생산하는 것’이다. 바이오솔루션이 섬·연안 생물자원에서 차세대 소재를 탐색한다는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필자가 채집 대상보다 개발 방식부터 묻게 되는 이유다. 어느 생물이 특별한가만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특별함을 생태계를 해치지 않는 기술과 산업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극한의 환경은 가능성이지, 효능의 보증서가 아니다
섬과 연안은 염분, 강한 빛, 건조와 침수의 반복처럼 생물이 버티기 까다로운 조건이 겹치는 공간이다. 이런 환경에 적응한 생물은 자신을 보호하거나 다른 생물과 경쟁하기 위해 독특한 효소와 대사물질을 만들 수 있다. 대사물질은 생물이 살아가며 만들어 내는 작은 화학물질로, 의약품·화장품·기능성 재료의 후보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해양 생물자원 탐색은 세계적으로 오래된 바이오 연구의 한 축이었다.
그러나 ‘희귀한 곳에서 얻었다’는 사실이 곧 ‘쓸모 있고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후보 물질을 분리해 구조를 밝히고,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확인하며, 독성과 재현성을 검증해야 한다. 계절과 서식지에 따라 성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넘어야 한다. 자연에서 계속 채취해야만 공급되는 소재라면 사업성이 낮을 뿐 아니라 생태계에 부담을 준다. 배양, 발효 또는 합성생물학처럼 미생물이나 세포를 생산공장으로 쓰는 방식까지 처음부터 함께 설계해야 하는 까닭이다.
채집 목록이 아니라 전 과정의 표준이 필요하다
나는 이번 시도의 성패를 후보 물질의 개수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언제 어디서 어떤 조건으로 시료를 얻었는지 기록하는 ‘이력’, 종을 정확히 구분하는 데이터, 효능·안전성 검증, 안정적 생산법이 하나의 사슬로 이어져야 한다. 섬·연안의 생물다양성을 원료 창고로만 바라보지 않고, 보전 계획과 지역사회의 참여 및 이익 공유 원칙도 연구 초기부터 세워야 한다. 생물자원에서 얻은 지식에 특허를 붙이는 일과 자연 자체를 독점하는 일의 경계도 투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솔루션의 탐색은 우리 주변의 생물다양성을 미래 산업의 언어로 번역하려는 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무엇을 찾았다”는 홍보보다 “어떻게 검증했고, 어떻게 되살려 생산하며, 누구와 가치를 나눌 것인가”에 대한 공개된 기준이다. 섬과 연안을 지키는 연구만이 그곳에서 오래가는 산업도 만들 수 있다. 발견의 속도보다 재현성과 책임을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