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로봇의 경쟁력은 ‘작지만 센 관절’에서 갈린다

우주기술의 화려한 장면은 로켓 발사지만, 임무의 성패는 종종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관절에서 갈린다. 허비 로보틱스와 NASA가 초소형 고토크 액추에이터를 개발한다는 소식에서 필자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점이다. 액추에이터는 전기에너지를 회전이나 직선운동으로 바꾸는 ‘기계의 근육’이고, 토크는 축을 비트는 힘이다. 결국 이번 시도의 핵심은 작은 부피로 큰 힘을 내는 우주용 근육을 만드는 데 있다.
작게 만드는 것보다, 작아져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우주선에서 질량과 부피는 곧 발사비와 설계 자유도다. 작은 구동기가 충분한 힘을 내면 로봇 관절, 안테나와 태양전지판 전개 장치, 정밀 지향 장치처럼 움직임이 필요한 곳의 선택지가 넓어진다. 특히 여러 관절을 가진 로봇에서는 부품 하나의 감량이 구조물과 전원장치의 감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필자는 초소형화의 진짜 가치를 단순한 ‘부품 다이어트’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가볍게 만드는 연쇄효과에서 찾는다.
다만 지상에서 높은 토크가 나오는 것과 우주에서 임무를 끝까지 수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진공에서는 윤활제가 쉽게 증발할 수 있고, 큰 온도 변화는 재료의 팽창 차이를 만든다. 방사선, 발사 진동, 반복 구동에 따른 마모도 견뎌야 한다. 기어의 틈 때문에 명령과 실제 움직임이 어긋나는 백래시, 열을 빼내기 어려운 문제, 고장 시 수리할 수 없다는 조건까지 평가해야 한다. 따라서 ‘초소형·고토크’라는 두 단어만으로 기술의 완성도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성능 경쟁을 검증 경쟁으로 바꿔야 한다
이번 개발은 NASA가 완성 로봇만이 아니라 핵심 부품 단계에서 민간기업과 기술을 다듬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반갑다. 우주산업이 커질수록 액추에이터 같은 공통 부품은 여러 임무에 재사용되는 기반 기술이 된다. 그러나 실제 가치는 최고 토크 수치보다 무게 대비 출력, 소비전력, 제어 정밀도, 수명과 고장 양상이 함께 공개되고 반복 검증될 때 드러난다.
우리도 ‘국산 액추에이터 개발’이라는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진공·열주기·진동 시험을 중소기업과 대학이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시험 데이터와 고장 사례를 축적하며, 우주급 부품을 실제 임무에 태울 기회를 늘려야 한다. 작지만 센 관절 하나가 우주 로봇의 설계를 바꿀 수 있다. 그 가능성을 산업으로 만드는 힘은 발명 그 자체보다 오랜 검증을 견디는 생태계에서 나온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