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의 속도, 이제는 ‘미리 아는 힘’에서 나온다

김동현 기자 · 입력 2026.08.10 05:47 · 수정 2026.09.07 14:40
BAL 도입은 성능 경쟁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병렬화의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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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월드체인)

블록체인 성능 경쟁에서 우리가 자주 놓치는 것은 계산 속도보다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미리 아는 능력’이다. 월드체인이 17일 메인넷에 EIP-7928의 BAL을 도입한다는 소식에서 필자가 본 핵심도 단순한 속도 향상이 아니다. 거래를 차례로 실행하며 뒤늦게 데이터 위치를 찾던 방식을, 데이터 의존성을 먼저 드러내 병렬 처리가 가능한 구조로 바꾸려는 시도라는 점이 중요하다.

계산보다 먼저 ‘읽을 곳’을 알려준다

BAL, 즉 블록 단위 접근 목록은 한 블록이 건드린 계정과 저장 위치, 처리 뒤 바뀐 값을 함께 기록하는 장치다. 도서관에 비유하면 사서가 책 한 권을 가져온 뒤에야 다음 책을 찾는 대신, 필요한 서가 목록을 먼저 받아 여러 사람이 동시에 움직이게 하는 방식이다. 이더리움에는 거래가 접근할 곳을 미리 적는 선택형 목록이 이미 있었지만, 반드시 정확히 제출해야 하는 장치는 아니었다. BAL은 이를 블록 단위의 검증 가능한 정보로 끌어올려 디스크 읽기, 거래 검증, 최종 상태 계산을 나눠 처리할 길을 연다.

이 변화가 지금 주목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현대 서버는 코어 수가 늘었지만, 블록체인 실행은 앞선 거래가 무엇을 바꿨는지 확인한 뒤 다음 거래로 넘어가는 순차 처리에 오래 묶여 있었다. 병목은 계산 장치만이 아니라 저장장치에서 데이터를 불러오는 과정에 있다. BAL은 모든 거래를 무조건 동시에 돌리는 마법이 아니라, 서로 겹치지 않는 작업을 안전하게 분리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 명세서에 가깝다.

메인넷 도입은 완성이 아니라 공개 검증의 시작이다

필자는 월드체인의 선택을 반긴다. 실제 이용자가 있는 이더리움 레이어2에서 새 실행 구조를 시험해야 제안서의 논리가 운영 현실을 견디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EIP-7928은 아직 검토 단계다. BAL은 블록에 추가 데이터를 싣고 검증 부담도 늘리며, 잘못 꾸민 접근 목록이 노드의 불필요한 입출력을 유발할 가능성도 따져야 한다. 처리량만 올라도 노드 운영비와 동기화 부담이 커져 검증 주체가 줄어든다면 좋은 확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월드체인은 도입 전후의 블록 전파 시간, 노드의 CPU·메모리·디스크 사용량, 동기화 시간, 오류와 되돌림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 서로 다른 클라이언트가 같은 결과를 내는지도 반복 검증해야 한다. 성능 개선을 홍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패 가능성과 운영 데이터를 생태계에 돌려줄 때, 이번 도입은 한 체인의 기능 추가를 넘어 공통 표준을 앞당기는 실험이 된다. 블록체인의 진짜 진보는 더 빠른 실행만이 아니라, 그 속도를 누구나 검증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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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dh.k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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